경북대학교 무슬림 학생·연구원 혐오차별에 대한 인문대교수회의 입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대학교 무슬림 학생·연구원 혐오차별에 대한 인문대교수회의 입장

지난 2년여 동안 경북대학교 서문 인근에서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싸고 경북대학교 무슬림 학생·연구원의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지성적 혐오차별이 자행되어왔다. 2021년 10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를 위한 주민들의 이슬람 혐오 메시지를 담은 옥외광고물이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서 도출할 수 있는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2022년 9월 20일에는 대법원에서조차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의 적법성을 최종적으로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람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과 극렬 보수단체의 조직적이고 폭력적인 반이슬람 혐오차별과 공사 방해 행위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사원 건축부지 입구에서 돼지고기 파티를 하고 돼지머리를 전시하는 등 잔혹하고 참담한 이슬람 혐오행위를 의도적으로 연행함으로써 이곳을 오가는 경북대학교 무슬림 학생·연구원과 그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감과 상처를 주고 있다.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혐오차별의 피해자는 경북대학교 소속 학생과 연구원들이다. 우리 교수들은 인종, 성, 문화 차이를 불문하고 모든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초, 이 사태의 발단에서부터 현재까지 무슬림 학생·연구원들에게 자행되는 혐오와 차별을 방관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경북대학교 당국 또한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기는커녕 반지성적 이슬람 혐오차별 행위에 대해 무책임한 회피와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급기야 이 사태는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프랑스의 르몽드 등 해외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면서 지역 사회를 넘어 국제적 이슈로 번졌고, 이들 기사에 경북대학교가 명확하게 적시됨으로써 글로벌 명문대학을 표방하는 우리 대학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동안 인문대교수회는 경북대학교가 학내 무슬림 구성원에게 자행되는 혐오차별에 대해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책임 있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려왔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자유, 평등을 수호하고 인류의 평화적 공존공영에 이바지해야 할 책무가 있는 지성인이자 대학인으로서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이슬람 혐오차별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하에 아래와 같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다.

하나, 우리는 인종, 성, 종교, 연령, 문화 차이로 행해지는 여하한 종류의 혐오와 차별에도 결연히 반대한다.
하나, 우리는 경북대학교 무슬림 학생·연구원의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옹호한다.
하나, 우리는 경북대학교 교수로서 무슬림 학생·연구원의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반지성적 혐오와 차별이 자행되도록 방치한 데 대해 대학을 대신해서 고개 숙여 사죄한다.
하나, 우리는 경북대학교 당국이 무슬림 학생·연구원에게 자행되는 혐오차별에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글로벌시대의 필수 가치인 문화다양성 존중에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한다.

2023년 3월 27일

경북대학교 인문대교수회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