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56미터 '초대형 태극기' 사업에 예산 7억...시민단체 "세금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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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공원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 '신라 56왕' 상징
다른 지자체 관리 골치→의회 "연관성 부족" 지적
11개 단체 "공공 예산 삭감에 민생고...백지화" 반발
경주시 "애국심·관광자원, 내년 1월 여론조사 판단"


경북 경주시(시장 주낙영)가 7억여원의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 사업을 추진해 논란이다. 

경주시에 1일 확인한 결과, 황성동 370번지 황성공원 내 김유신 장군 동상 인근에 게양대 전체 높이 56m(미터), 태극기 가로 10m, 세로 8m 규모 태극기 게양대 및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 신라 56왕 상징 높이 56m 초대형 태극기 황성공원에...6억9천만원   

예산은 설계비 5,000만원, 공사비 6억4,559만원 등 모두 6억9,559만원으로 7억여원이다. 경주시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을 편성했고, 경주시의회가 예산을 통과시켜 사업을 최종 확정했다.
 

경주시의 태극기 달기 범시민 운동 전개(2020.10) / 사진.경주시, 그래픽.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주시의 태극기 달기 범시민 운동 전개(2020.10) / 사진.경주시, 그래픽.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황성공원 내 타임캡슐 바로 옆, 예술의 전당 옆쪽 공간도 설립 예정지 중 하나로 거론된다.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만들어 포토존을 만들고 관련한 공원화를 시키는 계획이다.

게양대 높이 56m는 신라시대 56왕을 상징한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나라이고, 신라시대 문화재에서 태극문양이 나온 것도 추진 이유 중 하나다. 초대형 태극기 사업을 통해 시민 애국심을 함양시키고, 관광자원을 발굴해 대한민국 통일의 새로운 출발지 경주에 대한 상징성을 부여하는 목표도 있다. 2024년까지 완공해 내년도 3.1절 행사 때 이 곳에서 대규모 행사를 치룬다는 계획도 잡고 있다.

박주섭 경주시 총무새마을과 과장은 1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오늘날 태극기 이미지가 많이 훼손돼 태극기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애국심을 함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고도다. 역사적 사실과 태극기를 함께 묶어 좋은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판문점 100m·구리시 76m, 지자체 곳곳 대형 태극기...사후 관리 '골칫거리' 

대형 태극기는 지자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서울 송파구, 서초구, 경기도 구리시, 충남 예산군, 경남 양산시, 경북 칠곡군 등이 수십미터의 대형 태극기를 설치했다. 

국내 최고 높이의 태극기는 판문점에 있는 100m 높이의 첨탑에 걸려 있다. 구리시의 76m 대형 태극기는 설치 이후 사후 관리가 제대로 안돼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 경주시의원들..."신라 56왕·황성공원, 태극기와 무슨 연관성 있나" 질타

경주시의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이미 지적했다. 이경희(국민의힘.가선거구) 경주시의원은 지난 9월 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시대 조류에 맞춰 과연 태극기 하나 걸린다고 애국심이 함양이 될 것인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예산도 관련 업체에 한번 검토를 받아본 것이 맞느냐"고 따졌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제76주년 광복절 행사에서 태극기 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2021.8.15) / 사진.경주시
주낙영 경주시장이 제76주년 광복절 행사에서 태극기 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2021.8.15) / 사진.경주시


이강희(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은 "단순히 태극기를 설치하는데 황성공원 안에 설치하는게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7억이 드는 사업인데 정말 관광자원 효과가 나는지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김동해(무소속.사선거구) 의원은 "신라 56왕과 태극기를 왜 엮었냐. 연관성이 부족하지 않냐"며 "독도, 현충원, 마라도는 모르겠는데 황성공원에 설치한다니 초등학생도 웃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 시민단체·야당 "공공 예산 축소에 민생경제 어려운데, 7억?...혈세낭비, 백지화"

시민단체도 반발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과 경주겨레하나, 경주시민총회, 민주노총경주지부, 민주당경주지역위원회, 진보당 경주시위원회 등 11개 단체는 지난 11월 30일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라에 돈이 없어 공공 예산이 축소되고 민생 경제까지 어려운 시기에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건설하는데 예싼 7억여원을 쓰는 것은 전형적인 혈세낭비"라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관광 상품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문화 자산이 빈약한 도시나 솔깃한 주장이지, 서라벌 어디라도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가 들어서면 문화적 위상은 오히려 실추된다"며 "주낙영 시장은 민심에 반하는 사업을 전면 철회, 백지화하고 경주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사업을 하라"고 촉구했다. 
 

"주낙영 시장,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 사업 철회하라" 기자회견(2023.11.30.경주시청 앞) / 사진.경주환경운동연합
"주낙영 시장,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 사업 철회하라" 기자회견(2023.11.30.경주시청 앞) / 사진.경주환경운동연합


■ 경주시, 일단 한발 물러서...내년 1월 여론조사 "민심 보고 판단할 것"

경주시는 이처럼 시민사회가 거세게 반발하자 일단 한발 물러섰다. 내년 1월 이번 사업과 관련해 경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더 많으면 바로 사업을 추진하고, 아닐 경우 재검토할 수도 있다. 예산도 더 줄일 수 있다는 뜻도 보였다. 
 
박주섭 과장은 "시민단체가 태극기를 보수의 상징이나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는 것 같다"면서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 다른 지자체도 많이 하는데...일단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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