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감의 부적절한 해외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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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대구교육감의 부적절한 해외 출장
 
- 줄어든 교육재정에 긴요하지 않은 해외 출장
- AI, IB보다 학교교육여건 악화에 더 관심가져야

○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미국으로 출장을 갔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강은희 교육감은 수행원 3명을 데리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리는 CES2024(세계 가전 전시회)에 참가하고 학교경영자(학교장) 직무연수단과 간담회 등의 일정을 진행한다고 한다. 대구교육청은 ‘미래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 변화 및 AI에듀테크 기술 동향 파악’하기 위해 CES에 참관한다고 밝혔다.

○ 교육감의 이번 미국 출장을 두고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불만 섞인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2,300만원의 예산을 들여가며 미국까지 갔다와야 할 필요성이나 긴급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대구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 축소로 인해 예산이 대폭 축소된 상황이다. 학교 신설은 90%, 기관시설비는 19%, 교육활동지원비는 13.7%나 축소되었다. 그런데도 예산을 2,300만원이나 들여가며 미국까지 갔다와야 할 필요성이나 긴급성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올해 학교 기본운영비가 2,000만원 정도 줄어든 상황이다. 교사 출장비까지 줄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교육감이 거액의 출장비까지 쓰면서 미국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참가가 포함된 해외출장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에는 강은희 교육감이 과거 대표로 있었고, 남편이 대표로 있는 IT기업도 포함되어 있다. 에듀테크 기술 동향 파악이 필요하다면 서울에서 1월부터 진행될 예정인 교육박람회(교육·에듀테크 전문 정부 인증 박람회) 참가 등의 대안도 있었다.

○ 미국 IB학교 방문과 중등 학교경영자 직무연수단 격려도 납득하기 어렵다. 대구는 이미 2020년부터 영어와 한글을 병행하는 이중 언어 체계로 IB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이중언어로 IB학교가 운영되는 나라는 일본이고, IBO 아시아지부는 싱가포르에 있다. 미국 IB학교는 이중 언어를 사용하지도 않는데, 무슨 이유로 미국의 IB학교를 방문하는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해외연수가 교장들의 자질이나 직무능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인데,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교육감이 현지까지 가서 간담회를 한다는 것은 현장 교사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막대한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해당 일정은 결국 CES2024 참관 일정에 끼워맞추기 식으로 넣었다는 의심밖에 들지 않는 것이다.

○ 지금 격려가 필요한 것은 해외연수를 하고 있는 교장들이 아니다. 과중한 업무와 교권침해, 각종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현장 교사들이다. 대구교육감은 AI나 에듀테크 같은 기술만능주의가 아니라 예산과 교원정원 축소, 학급 수 감축으로 인해 어려워진 학교교육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사람에 대한 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육활동을 직접 수행하는 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나 행정업무에 대한 과감한 혁신을 시도하기에도 모자란 판국이다. 대구교육청은 강은희 교육감의 이번 해외출장 논란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 어려워진 학교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대구교육감과 교육청이 더욱 매진하길 바란다.


2024년 1월 1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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