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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각지대, 쪽방 거주자와 노숙인..."
<인의협의료진단 6> 김건우.
...“보건소가 이들의 1차 진료를 맡아야 한다”
2005년 06월 18일 (토) 10:08:53 평화뉴스 pnnews@pn.or.kr
   
"자원 봉사를 생활화합시다"
5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오후가 되면 진료실 창문을 통해 중고등학생들이 외치는 구호 소리가 들려온다. 자원 봉사라는 소리가 한편 반갑기도 하면서, 혹시 내신 성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온 소리는 아닌가하는 삐딱한 생각도 해본다.

내게도 자원봉사라면 자원봉사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대구경북인도주의의사실천협의회(대경인의협)의 회원으로 매주 금요일 동대구역에서 노숙자, 쪽방거주자, 차상위 계층(소득이 기초수급권자의 120%이하인 계층)의 사람들을 위한 무료진료에 참여하는 일이다.
이 진료사업은 2,002년 6월부터 대경인의협과 대구쪽방상담소가 연대사업으로 시작하였고, 올 6월로 3년째로 접어들게 되는데 지금은 수성구의사회와 영남의대 학생봉사동아리 '나눔자리', 그밖에 많은 자원봉사단체의 회원들까지 이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시작 당시의 과제는 쪽방거주자와 일부 노숙자의 건강실태를 파악하고 응급의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쪽방 생활자들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에 실직 노숙자가 크게 증가하면서부터이다. 그런데 쪽방이란 말을 사용하게 된 배경은 거주지의 형성과정 중 크기가 매우 작은 것 혹은 큰방 하나를 여러 개로 쪼개어 사용한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짐작된다.

우선 쪽방 이용자의 특성에 근거해서 쪽방을 정의해보면 '일세 혹은 월세의 형태로 운영되며, 방안에 취사, 세면, 용변 등의 기초적 부대시설이 없고, 일용직 등과 같은 이동성이 강한 직업에 종사하는 하는 사람들의 저렴한 주거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대구지역의 쪽방은 여인숙, 여관, 사창가 등이 그 기능을 하고 있으며, 각 지역별로 거주자들의 특성도 구분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지역에 장기적으로 머물면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쪽방 거주자로 보면 될 것이다. 또 경제적으로는 노숙자와 기초생활수급권자 사이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2003년 대경인의협과 대구쪽방상담소가 실시한 쪽방거주자들의 건강실태 (상담에 응한 155명 중 일부 노숙자와 증상이 없는 대상자를 제외한 99명을 대상으로 함.)를 보면, 주 증상은 고혈압(34.3%), 근골격계 증상(32.3%), 위장관 불편감(10.1%) 순이었으며, 특히 구강위생이 매우 불량하여 치과진료가 가능한 연계체계가 특히 필요하였다.

의료보장이 되지 않는 경우는 34명으로 34.3% (의료보험이 없는 이유는 주민등록 말소와 장기 보험료 체납 등이었으며, 기초생활 수급이 가능한 경우에도 환자가 부양의무자가 있거나 본인 앞으로 등록된 재산 때문에 기초생활 수급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진료 후 즉시 조치가 필요한 경우 10.1%, 외래방문이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 56.6%, 약물 처방은 41.4%, 특별한 사항이 필요 없는 경우는 8.1%, 재방문하여 진료가 필요한 경우 70.7%, 재방문하지 않더라도 증상의 변화를 관찰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59.5%였다.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분열증으로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경우도 10.1% 였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쪽방 거주자들의 건강상태는 지속적인 의료지원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이들을 지원할만한 의료체계가 없었고, 의료보장이 되는 경우에도 본인부담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고 있었으며, 가난과 질병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2004년부터 대한적십자사 대구병원 내에 쪽방거주자와 노숙자를 위한 상설진료소가 개설되어, 상근 간호사와 정부 파견 공중보건의가 근무하게 되어 일회적 투약에만 의존하는 무료진료소에서 응급진료를 포함한 병원급의 진료가 가능하였다. 그러나 상설진료소가 개설된 지난 후 1년여를 돌아보면 쪽방거주자와 노숙자를 위한 의료지원체계에 개선해야 할 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 쪽방거주자와 노숙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각 구 보건소가 이들의 1차 진료를 담당해야 한다. 쪽방거주자나 노숙자 등의 비수급권자들이 보건소를 이용하게 되면 질병의 조기발견과 예방이 가능할 것이고 이를 통해 사회적 비용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보건소는 내원 환자만 담당할 것이 아니라 대구에 있는 5개의 노숙자 쉼터와 노숙인상담지원센터, 쪽방상담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질병의 조기 발견과 응급의료상황에 대한 선별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노숙자들이 대구의료원에서만 진료 받을 수 있는 데, 앞으로는 적십자병원이나 보훈병원, 경북대병원 같은 공공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서울처럼 노숙자나 쪽방거주자들이 주로 생활하는 지역의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면 동대구역 주위는 파티마병원을, 대구역 주위는 한성병원을, 국채보상공원 주위는 경북대병원을, 지하철을 이용하기 쉬운 환자는 적십자병원을 이용하게 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둘째, 본인이 부담해야 할 치료비를 포함한 경제적 부담을 낮추어야 한다.
환자가 기초생활 수급권자인 경우에도 본인부담금이 큰 암과 같은, 중증 질환에 걸렸을 경우 제대로 된 치료를 하기 힘들며, 복권기금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한 지원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래서 의료보호 1종의 경우 비급여부분을 없도록 하고, 의료보호 2종의 경우 본인 부담률을 하향 조정해야 하며, 종합병원에 입원할 경우에는 입원 보증금도 폐지해야 한다.

비수급권자인 경우 주민등록을 복원해야하는 데 중증 환자가 아니면 주민등록이 복원 될 때, 체납된 세금, 빚 등등의 고지서가 날아오기 때문에 주민등록 복원 자체를 원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수급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납된 의료보험료나 이들의 채무를 경감해 줄 제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셋째, 경제적 문제는 상설 진료소의 경우도 심각하다.
진료인력은 확보되었지만 진료에 사용될 약품 구입비는 턱없이 모자라고, 환자가 비수급권자인 경우 말소된 주민등록을 복원하고 수급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체납된 의료보험료를 해결해야하나 비용도 만만치 않다. 다행히 환자가 기초생활 수급권자인 경우에도 본인부담금이 커 재정상의 어려움이 있지만 치료비의 일부를 쪽방상담소의 지원금이나 후원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쪽방거주자 의료지원사업이 국고보조사업이었을 때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담비율이 정해져 있어 예산편성에서 지방정부가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할 예산이었으나, 올 해 지방으로 이양된 후 지자체의 지역경제 살리기 같은 사업에 밀려, 6월이 되도록 예산 집행이 미루어져 진료사업의 위축과 상근 간호사의 월급도 제 때 못 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예산 배분과 집행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복지예산 편성과 집행에 있어서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할 것은 쪽방거주자나 노숙자들도 인권을 가진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 쪽방거주자나 노숙자를 특별한 사람이 아닌, 단지 경제적, 개인적 재난을 당한 사람들로 보는 관점, 누구나 그 상황이 되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을 일하기 싫어하며, 노숙을 즐기고, 알코올 중독자이며 잠재적 범죄자 상태로 생각하여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될 사람들로 생각한다.

이런 선입관을 가지고서는 쪽방거주자나 노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들은 범죄자가 아니며 우리와 동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똑 같은 인권을 가진 사회적 약자일 뿐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볼 때 시설 위주의 보호보다는 사회보장 인프라를 통한 예방과 긴급원조가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통합에 이르는, 주거, 의료, 교육, 노동을 함께 고려하는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된다.

그러나 빈곤층이 500만 명을 넘어 빈부격차가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 경제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는 시장만능주의를 강조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영리 병원과 민간 보험을 허용하여 국민의 건강을 자본의 손에 맡기겠다는 정책을 진행시키고 있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노숙자나 쪽방거주자등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계층에 대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복지단체와 의료계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김건우( 대경인의협 사업국장, 진단방사선과 전문의 ).


* [인의협]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줄임말로, 5월부터 시작한 평화뉴스 <인의협의 의료 진단>은, 대구경북인의협 회원들이 의료정책과 의료계 관행, 건강 문제 등을 매주 돌아가며 짚어줍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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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의 의료진단>

<인의협의 의료진단 1>- 김진국...“창궐하는 암과 정부의 책임” (2005.5.2)
<인의협의 의료진단 2>- 이상원...“사회적 약자에겐 질병도 가혹하다”(2005.5.14)
<인의협의 의료진단 3>- 노태맹...“병원 주식회사?"(2005.5.21)
<인의협의 의료진단 4>- 윤창호... "내게도 '의사 친구'가 있다면..."(2005.5.29)
<인의협의 의료진단 5>- 김건우..."생명에 대한 위험한 유혹”(2005.6.4. 일반외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6>- 김건우..."의료사각지대, 쪽방 거주자와 노숙인..."(2005.6.12. 진단방사선과)
<인의협의 의료진단 7>- 송광익..."의료정책, 정부는 국민 앞에 겸허해야"(200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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