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신문시장, 어떻게 달라질까?"

평화뉴스
  • 입력 2005.07.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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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40여년 석간 접고 8월부터 조간"
...대구지역 조.석간 4+1, "누가 이득?"

영남일보 7월 21일자 1면
영남일보 7월 21일자 1면

영남일보가 40여년간 이어온 석간신문을 접고 오는 8월 1일부터 '조간신문'으로 거듭난다.

영남일보는 7월 21일자 1면에 <아침에 찾아갑니다. 8월1일부터 '조간'>이란 제목의 글에서 "그동안 석간신문의 보도 취약 시간대인 낮동안의 생생한 소식을 담아 새벽에 충실하게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남일보는 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현재 28면에서 32면으로 제작해 한 주간에 20개 면을 더 늘린다고 덧붙였다.

1945년 창간해 올해로 60돌을 맞은 영남일보는, 당시 다른 신문들처럼 하루에 2번 아침과 오후에 조.석간을 같이 발행하다, 박정희 정권의 방침에 따라 1962년 8월 21일 조간신문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1964년 6월 1일자 신문부터 다시 석간으로 바꿔 지금까지 펴내고 있다. 결국 '석간시대'를 41년만에 접는 셈이다.

영남일보가 '조간'으로 바뀔 것이라는 얘기는 법정관리를 마친 지난 4월부터 지역 언론계에 끊임없이 나돌았다.

새 사주가 된 배성로(50) 사장이 "개인적으로 조간을 선호한다"며 공공연히 밝힌데다, 지난 6월 중순부터는 '8월부터 조간'이라는 구체적인 변경 시기까지 많이 퍼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남일보 직원들도 '조간 변경'에 대해 큰 반발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영남일보 김상진 노조위원장은, "영남일보가 거듭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라면서 "위험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석간신문의 한계를 딛고 더 나은 신문을 만들고자 하는 영남일보의 의지가 담겨있는만큼 노조도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석간에서 조간으로 바뀔 경우 편집부 등의 노동강도가 심해지는 점 등은 가볍게 볼 수 없으며, 이 때문에 회사측에서도 편집부 경력기자나 취재 수습기자를 충원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남일보가 석간에서 조간으로 바뀌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서는 '편집부'다.

취재부서는 석간이나 조간이나 근무시간에 큰 차이가 없지만, 조간신문의 편집부는 낮 시간에 출근해 빨라도 저녁 9시는 넘어야 퇴근할 수 있다.

특히, 당직을 서는 날에는 거의 11시에서 자정무렵까지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취재부서는 오히려 조간이 더 낫다는 분위기다.

석간신문은 오전에 기사를 마감하더라도 오후나 밤에도 취재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은데다, 주요 사건이나 상황이 많은 오후와 저녁시간대 기사를 다음 날 오후에 실어야 하는 시간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 조.석간 4대 1, '나홀로 석간' 매일신문..."광고.취재력 누가 더 셀까?"

영남일보가 조간으로 바뀌면 지역의 신문 시장은 어떻게 달라질까?

현재 대구에 본사를 둔 일간지는 5개로, 석간인 매일신문과 영남일보, 조간인 경북일보, 대구신문, 대구일보가 있다.

이 가운데 영남일보가 조간으로 바뀌면 지역의 조.석간 신문은 4대 1이 된다.

수치적으로 보면, 지역의 기존 조간신문 3군데는 또 다른 조간신문의 등장에 긴장할 수밖에 없고, 석간으로 홀로 남게 되는 매일신문도 4개의 조간신문과 기사나 광고 경쟁을 펼쳐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지역 언론계에서는 대체로, 상대적으로 발행 부수와 취재인력이 많은 영남일보의 조간으로 바뀌면 기존의 3개 조간신문의 '광고'가 줄어들고 '기사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또, 매일신문 역시, 지역의 제한된 광고시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다른 4개 조간신문과 맞서 조간에 보도되지 않은 새로운 뉴스를 얼마나 만들어 낼 수 있을 지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지역의 상당수 관공서 등이 지금까지 '석간신문'에 맞춰 오전에도 보도자료 등을 많이 냈는데, 앞으로는 4대 1의 조.석간 신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나홀로' 석간인 매일신문의 취재.정보력이 다른 조간신문을 압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대해, 매일신문과 조간신문은 "별 영향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의 이동관 비서실장은, "부산에서도 석간인 국제신문이 조간으로 바뀌었지만 홀로 남은 부산일보에 별 영향이 없었다"면서 "영남이 조간으로 바뀌더라도 매일신문에 큰 영향이야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대구신문 김상섭 부장도, "어차피 조간신문과 영남일보의 독자층이 다르기 때문에 광고나 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조간신문이 하나 더 생긴다는 점에서 기존 조간신문의 더 많은 노력과 변화는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대구신문은 지난 20일 전직 언론인인 임덕치씨를 새 사장에 임명해 영남일보 조간 전환에 따른 대비책이 아니냐는 말들이 있었는데, 김 부장은 "영남일보 조간 전환과 관계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어쨌든, 영남일보가 조간으로 바뀌면서 지역 신문시장은 더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 독자들은 신문의 경쟁 덕분(?)에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사실상 '석간신문' 중심이던 지역 신문시장.
결국에는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독자들의 마음도 움직일 것이다.
영남일보의 조간 전환으로 지역 신문시장이 어떻게 달라질 지 8월 이후를 더 지켜보게 된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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