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대의 트랙터가 길을 떠나다"

평화뉴스
  • 입력 2006.01.0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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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팽성 주민들, '미군기지 확장저지' 1200km순례...
10일 경주...11일 '대구'서 기자회견.촛불행사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막기 위한 1200km 트랙터 순례가 시작됐다.
국방부(장관 윤광웅)와 평택시(시장 송명호)는 평택 땅 349만평에 용산미군기지 등을 이전하려 한다.
그러나, 수용예정지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또다시 빼앗길 수 없다며 1년반 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군기지 확장반대 팽성대책위원회’는 3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분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막기 위한 트랙터 전국 평화순례를 시작했다.
‘미군기지 확장반대 팽성대책위원회’는 3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분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막기 위한 트랙터 전국 평화순례를 시작했다.


3일 아침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분교는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원회'(위원장 김지태) 회원들과 대추리 주민들, 노란 깃발을 단 형형색색의 트랙터와 뛰노는 동네 강아지들로 북적거렸다. 먼 길을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작은 운동장에는 강제수용 예정지로 전락한 들녘의 스산함보다 마주잡은 손길의 따뜻함이 감돌았다.

주민들의 환영 속에 출발하는 트랙터 순례단
주민들의 환영 속에 출발하는 트랙터 순례단
1호 트랙터를 몰고 나선 김지태 위원장은 전국평화순례 선포문에서 "오로지 땅을 지키고 고향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싸워온 농민들에게 정부는 마지막 법적 수단인 공탁 절차를 마무리했다"며 "지금 싸우는 주민들은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기지이전을 백지화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토를 미국의 전쟁기지로 제공해 조상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짓고 자손만대 고개를 들 수 없는 과오는 결코 저지르지 않겠다"며 "기지이전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짧은 기자회견이 끝나자 일곱 대의 트랙터는 '평화바람' 선두 차량을 따라 대추분교를 빠져나갔고, 정문과 동네 어귀에 줄지어 선 주민들은 환한 웃음과 박수로 순례단의 무사귀환을 빌었다.

충남 아산을 향해 출발한 순례단은, 첫날 부여를 거쳐 군산.부안(4일), 고창.영광.함평.나주(5일), 광주.담양.순천.남원(6일), 구례.순천.광양(7일), 진주.마산(8일), 창원.진해.부산(9일), 울산.경주(10일), 영천.대구.왜관(11일), 김천.영동.옥천.대전.유성(12일), 조치원.천안.평택(13일) 순으로 전국을 돌 계획이다.

열 하루 동안 국도.지방도로만 시속 20km 안팎으로 길을 가는 이들은 군산.광주.울산.대구 등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저녁에 도착한 지역마다 촛불행사도 열 예정이다. 이들이 돌아오는 이튿날인 14일은 지난 2004년 9월1일부터 진행된 '팽성주민 촛불행사'가 500일을 맞는 날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1월23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협의매수가 이뤄지지 않은 땅에 대해 강제수용 결정을 내린 뒤 올해 초부터 강제수용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가 지정한 미군기지 수용 예정지는 K-6(캠프험프리) 주변 대추리·도두2리·내리 등 285만평과 오산 미공군기지 주변 황구지리·금각2리 등 64만평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26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부지 전체 349만평 가운데 78.9%에 해당하는 275만2000여 평의 부지를 협의매수 했고, 나머지 73만8000평(강제수용 대상)은 22일 법원에 공탁해 기지이전에 필요한 부지 확보절차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건설교통부도 같은 달 22일 "미군기지 이전이 순조롭게 진행됨에 따라 평택시 미군기지 이전지 일대 539만평을 국제화계획지구로 지정 개발한다"고 밝혔다.

미군기지 확장저지의 바람을 싣고 7대의 트랙터가 황새울 들녁을 달리고 있다.
미군기지 확장저지의 바람을 싣고 7대의 트랙터가 황새울 들녁을 달리고 있다.

앞서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 문정현 상임대표는, "팽성읍 대추리.도두2리 주민들은 1952년 이후 두 번째 삶의 새 터전을 강제매수로 몽땅 빼앗기고 있지만 언론은 외면하고 정부는 미동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송명호 시장은 '국제화 중심도시' 조성에만 골몰해 있다

글. 미디어오늘 김종화 기자 / 사진. 미디어오늘 이창길 기자(2005.1.3.13:35 / 수정 1.3.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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