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학교 문 열었어요”

평화뉴스
  • 입력 2006.02.13 15: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아동.청소년 겨울배움터...20일까지 경북대에서
“재촉하지 않기, 다그치지 않기”...프로그램은 "그때 그때 달라요"


5일간 고구마학교에서 진행할 프로그램
5일간 고구마학교에서 진행할 프로그램


“타박고구마, 호박고구마, 고구마들은 모두 모양도 맛도 제각각이지만, 하나같이 맛있는 고구마죠.”

장애아동.청소년 겨울배움터 ‘고구마학교’의 선생님 대표인 김동희씨의 설명이다.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를 비롯한 7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11월부터 준비한 고구마학교가, 어제(1.16)부터 오는 20일까지 5일간의 일정으로 경북대 백호관에서 열리고 있다.

재촉하지 않기, 다그치지 않기, 여유롭게 기다리기...프로그램은 "그때 그때 달라요"

고구마학교 김동희 선생님
고구마학교 김동희 선생님
고구마학교에는 유치부에서 중고등부까지 5개반, 발달장애와 정신지체의 ‘차이’를 가진 40여명의 장애학생들이 비장애인 친구와 선생님들 40여명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구마학교’는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를 넘어서 즐거운 ‘놀이시간’을 갖자는 취지로, 7개 단체가 올해 처음으로 마련했다.

고구마학교 기획단 조상필(25.대구대 치료특수교육과)씨는 “자활이나 교육을 목적이 아니라 장애학생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이 고구마학교”라고 설명한다.

재촉하지 않기, 다그치지 않기, 여유롭게 기다리기 등의 원칙을 미리 정했다.
프로그램 역시 선생님과 학생들의 재량에 최대한 맡긴다. ‘그때 그때 달라요’다.


"빨라야 하고, 일등 해야 하는 사회구조가 장애학생을 차별할 수밖에 없다"

글자놀이를 하고 있는 학생과 선생님
글자놀이를 하고 있는 학생과 선생님
유치부 아이들의 놀이공간인 ‘무지개반’을 보면 장애란 그저 작은 차이일 뿐이다. 네 명의 학생들 가운데 비장애인은 한명이지만 그들 모두는 한결같이 동심 가득한 아이들일 뿐이었다.

무지개반 선생님 이영희(22.대구대 초등특수교육과)씨는 “능력중심의 학교에서부터 발달장애와 정신지체가 구분된다”며 환경이 장애를 부각시킨다고 말했다. 김동희씨 역시 “빨라야 하고, 일등 해야 하는 사회구조가 장애학생을 차별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장애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재활교육이 아닌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친구들과 그러한 공간이라고 고구마학교의 선생님들은 말한다. 학교에 입학한 다섯 명의 비장애학생들 가운데 한 명인 이준혁(14)군은,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누나 이예지(15)양을 따라온 경우다.


"이번 겨울배움터를 시작으로 오는 봄 가을에는 주말학교를 열 계획"

이준혁 이예지 남매
이준혁 이예지 남매
“처음 장애학생들과 어울릴 때는 머뭇거렸지만, 지금은 너무 재미있어요”라는 이준혁 군은, 장애에 대해 편견을 지닌 이들을 어른스럽게 꾸짖는다. “그저 멍청할 뿐이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장애인들을 멍청한 것 이상으로 나쁘게 보고 피해요!”

어제 고구마학교에서는 오전에는 입학식과 분반활동, 오후에는 새싹채소심기를 진행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흘동안 벽화그리기, 연만들기, 우방랜드 눈썰매타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가질 예정이다.

선생님 이희진(26.전국노동자회 교사분회)씨는 “고구마학교에 대한 장애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관심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면서 앞으로 장애학생들을 위한 지역의 활동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고구마학교는 이번 겨울배움터를 시작으로 오는 봄, 가을에는 주말학교를 열 계획이다.

“초등학교를 보내려 했는데 안 받아줘서 결국 대안학교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정귀애 조진호 모자
정귀애 조진호 모자
“새싹심기가 좋았어요. 포크댄스가 좋았어요. 선생님들이 다들 잘해줬어요. 친구가 웃겨서 좋았어요” 발달장애로 휠체어를 탄 조진호(19)군이 갖가지 표정으로 어렵게 말했다. 오후 3시 학교가 끝나자 그를 마중 나온 어머니 정귀애(50)씨는 “초등학교를 보내려 했는데 안 받아줘서 결국 대안학교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 일들을 아쉬워했다.

조상필씨는 “많은 장애인단체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이제 학교 입학의 차별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사회의 차별은 장애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하교길에 만난 그들 모자의 아름다운 미소처럼 일반인과 장애인들이 서로 아름답게 웃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한편, 이번 고구마학교는,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를 비롯해, ‘사회당 대구시위원회’, ‘전국노동자회 대구경북지부’, ‘대구대학교 장애학생권리쟁취를위한연대회의’, ‘경북대 복현교지편집위원회’, ‘청소년문화아케이트 우주인’, ‘사람공동체 인연’등 7개 단체가 함께 마련했다. (고구마학교 연락처 : 김동희 010-8212-4103)


글.사진 평화뉴스 김용희 시민기자 pnnews@pn.or.kr / heeyongh@naver.com



(이 기사는, 2006년 1월 17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