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보도, '서울대 잣대'로만 따지나?(2.21)

평화뉴스
  • 입력 2006.04.11 13: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체비평]
매일.대구일보.대구신문 ‘서울대 합격자’ 부각
영남일보, 서울대 의예과 합격에 대한 ‘두 시선’ �



대학입시 보도에서 ‘서울대’는 단연 관심의 대상이다.
‘서울대’는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리고 고등학교 수준을 따지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그릇된 입시교육과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늘 논란이 되고 있다.

대입 합격자가 발표가 잇따르는 2월을 맞아 대구지역 신문들도 앞다퉈 이를 보도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서울대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지역 수험생이나 고교 수준을 따지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매일신문 2월 7일 1면
매일신문 2월 7일 1면


매일신문은 지난 2월 7일, “대구 상위권 성적 하락”이란 제목의 1면 머릿기사를 실었다.

대구 출신의 서울대 합격자가 지난 해 219명에서 213명으로 줄었다는 내용을 앞부분에 강조했다.

이 기사는 특히, “지난 해는 서울대 10명 이상 합격자를 낸 3개 고교가 41명을 차지한 데 비해 올해는 5개 고교가 75명이나 차지해 학교 간 편중이 한층 심해졌다”며 서울대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학교 편중현상’을 다뤘다. 또, “의예, 치의예, 한의예, 약학 등의 학과에 합격한 학생은 292명으로 지난 해 383명에 비해 91명이나 줄었다”며 의약계열 합격자 수 감소를 ‘상위권 성적 하락’의 근거로 내세웠다.

"고교 수준 잣대는 서울대 합격자 수?"

매일신문 2월 13일 6면(사회)
매일신문 2월 13일 6면(사회)

매일신문은 이어, 2월 13일에도 ‘서울대 합격자 수’를 근거로 눈에 띄는 학교를 소개했다. 매일신문은 이날 사회면 머릿기사로 “대구 非수성학군 올 대학입시 결과 전국최고 수준”을 다뤘다.

그런데, 이 기사에 소개된 3개 학교는 하나같이 ‘서울대 합격자 수’를 ‘최고’의 근거로 내세웠다.

덕원고는 “서울대 합격자 남녀공학校 전국최다”, 경일여고는 “서울대 13명 배출...전국 여고서 1위”였다. 대건고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체험활동이나 성적관리 프로그램의 효과를 설명하며, “서울대 3명, 의예.한의예 10명 등 최상위권 대학 합격자도 적잖이 배출했다”고 소개했다.

결국, 매일신문이 꼽은 3개교 가운데 2개교의 직접적인 이유가 ‘서울대’ 때문인 셈이다.

“수성학군 아니어도 얼마든지 뛰어난 교육 성과를 낼 수 있어요”라는 기사 앞부분 처럼, ‘非수성학군’ 고교의 자랑을 찾은 것은 눈에 띄는 기획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 기준이 ‘서울대’에 맞춰져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영남일보, "서울대 의예과 합격자를 보는 두 시선"

매일신문 2월 8일 6면(사회)
매일신문 2월 8일 6면(사회)


영남일보도 지난 2월 7일 사회면에 대구 수험생들의 합격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매일신문과 달리 ‘서울대 의예과 합격’을 보는 ‘두 시선’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영남일보는 이 기사에서, “대구 출신 수험생이 대거 서울대 의예과에 합격한데 대해 ‘학력우수 증명’과 ‘의대 과잉선호’ 등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매일신문(2.7)에 소개된 ‘서울대 합격자 수’는 “지난 해(219명)와 비슷한 21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간단히 소개하며, 의예과에 무려 13명이 합격한 것에 대한 지역 교육계의 ‘두 시선’을 설명했다.

대구일보.대구신문, "서울대 합격자 따지기"..."전체 합격률 속에 헤아려봐야 하지 않을까"

대구일보 2월 3일 6면(사회)
대구일보 2월 3일 6면(사회)
대구일보 2월 3일 21면(동정)
대구일보 2월 3일 21면(동정)


대구일보와 대구신문도 ‘서울대 합격’에 초점을 두고 보도했다.

대구일보는 2월 3일, 사회면(6면) 머릿기사로 “서울대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 지역高 20명 넘는 곳 없다”, 동정면(21면)에는 “대구 경일여고 잇단 경사, 지역여고 중 서울대 합격생 ‘최다’”를 잇따라 실었다.

대구신문 2월 9일 4면(사회)
대구신문 2월 9일 4면(사회)

대구신문도 2월 9일자 사회면(4면)에 “대구 경신고 서울대 합격자 수, 대구.경북 1위, 전국 5위”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서울대’는 학부모를 비롯한 독자의 큰 관심 대상이며 독자의 ‘알권리’를 위해서도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다.

그렇다고 ‘서울대 합격자 수’로 고교나 학생의 ‘학력’을 따지는 것은 곤란한다. 특히, 서울대가 상위권 학생들의 관심 대상이라면, 다른 대학들은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일 수 있다.

‘서울대’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고교의 전체 합격률 속에 서울대 합격자를 헤아려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 지역 언론의 ‘서울대 잣대’에 아쉬움이 남는다.



<평화뉴스 매체비평팀>
[평화뉴스 매체비평팀]은, 6개 언론사 7명의 취재.편집기자로 운영되며,
지역 일간지의 보도 내용을 토론한 뒤 한달에 2-3차례 글을 싣고 있습니다.
매체비평과 관련해, 해당 언론사나 기자의 반론, 지역 언론인과 독자의 의견도 싣고자 합니다.
의견이 있으신 분은 pnnews@pn.or.kr로 글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 평화뉴스(www.pn.or.kr)

(이 글은, 2006년 2월 21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