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교를 세우자”

평화뉴스
  • 입력 2006.04.19 18: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민남(경북대 교수)...
“구태의 정치꾼들을 대체할 신선한 생활정치인이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허무주의는 지역 토호 권세가들의 발호를 도울 뿐이다.
중앙에서 행세한다고 거들먹거리는 쪼무래기 정치꾼들은 여기 대구의 정치허무주의를 자신들의 표밭으로 관리하며 즐기고 있다.

한편 지역 삶에 애착하는, 말하자면 생활정치를 소망하는 분들이 여기 대구에 참 많다. 그 분들이 생활정치의 염원을 시민운동에서 찾으면서 ‘정치에 거리를 두는 시민운동’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능히 동의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분들의 정치적 순수성에 대해 백번 이해하면서, 이제야말로 생활정치인이 나서서 생활정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싶다. 정치를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 그렇다면 그 정치를 삶이 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구태의 정치꾼들을 대체하는 신선한 생활정치인이 나서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싶다.

일하고 싶은 사람들로 하여금 일꾼이 되어 일할 수 있게 하고 그리고 마음을 터놓고 놀이(휴식)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그 꿈을 현실화하려고 소매를 걷어 붙이는 실천을 두고, 생활정치라고 한다. 땅과 이웃에 연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주 자연스럽게 「일과 놀이」의 삶의 방식을 꿈꾸게 되어 있다.

「일과 놀이」를 일상의 생활이 되게 하는 정치, 그 정치는 꿈의 이상이어야 하고 그리고 그 정치는 그 꿈을 잃지 않은 채 ‘타협하는’ 현실이어야 한다. 그 정치는 세상을 멀리 깊이 보자고 대중을 설득하는 교육이어야 하고 그리고 대중의 이해관계에 대해 냉정하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결단이어야 한다. 차차선의 선택으로 현안을 해결하는 용기이어야 한다.

세상은 하나의 큰 틀이며 틀인 채 굴러가는 것이 세상살이이다.
어느 부분을 고치는 것으로 반드시 큰 틀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 현실감각을 가진 사람만이 생활정치를 할 수 있다. 생활정치는 ‘만들기’이다. 어느 부분을 고치라고 주장하기는 쉽지만, 부분 부분들이 틀이 되어 돌아가도록 만들기는 지극히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완전한 생활정치인은 없다. 그러나 이 이치를 알고 그 이치에 따르는 생활정치인을 교육할 수는 있다.

시민운동이 그 교육의 자연스런 장이다. 온몸과 가슴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 사회운동이기 때문이다.
운동에의 참여야말로, 개인적 역량을 조직적 역량으로 전환시키는 값진 경험을 가능케 하기에, 그리고 개인적 약점들을 엄청난 힘으로 변환시키는 계기를 만들어내기에 그렇다. 그러나 운동에의 참여만으로는 부족하다.

온몸과 가슴을 움직여 본 사람들에게, 성찰의 기회와 지적훈련의 기회를 주는 형식화된 교육의 장이 필요하다.
병든 자가 중심에 있는 의료체계를, 학습지체아동이 중심에 있는 교육체계를, 억울한 자를 중심에 놓는 사법체계를, 지적훈련의 커리큘럼으로 만들자. 인사와 재정의 낭비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발명 운용하는 능력을 지적훈련의 커리큘럼을 통해 기른다. 한국인의 얼을 되새기는 집단놀이의 커리큘럼을 우리의 전통에서 찾아내 재구성한다. 이런 희망을 가지고 정치학교를 만든다. 당장 그렇게 될 리 없지만 지금 시작하는 것이다.

현 단계 정치학교는 사회운동활동가들을 ‘지역과 민주주의’의 장에 일꾼으로 내보내는 통로이면 족하다.
사회운동현장이건 노동현장이건 교육현장이건 복지현장이건, 현장의 참여자들로 하여금 지자체의 일꾼으로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정치학교이면 족하다.

어지러운 한 해를 보낸다고 탄식하면서도, ‘만든다’는 희망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치학교가 입소문으로 퍼져가는 새해였으면 좋겠다.

김민남(경북대 교육학과 교수) mnkim@mail.knu.ac.kr



(이 글은, 2006년 1월 2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