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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 아저씨들, 미안합니다”...
[사회복지사의 고백 8] 장민철(쪽방상담소)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사회복지사를 꿈꾸며...”
2006년 05월 26일 (금) 12:29:54 평화뉴스 pnnews@pn.or.kr
   
사회복지사의 고백이란 코너의 글을 요청받고 글쓰기를 미룬 지 2주일째다. 미뤄놓은 시간동안 거창한 고백이나 글들이 떠 오를리는 만무하지만, 맘 한켠에 계속 무거운 추를 달고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든다.

‘사회복지사의 고백이라...과연 무엇을 고백해야하는가?’란 화두는 내 머릿속에서 온갖 이야기들을 고백화 시켜서 적절한 제목 만들기를 해 보고 있다.

사회복지 현장에 대한 불만, 사회복지 마인드에 대해 반성하는 나, client에 대해 너무 익숙해져서 문제의식을 잃은 나, 조직의 이상과 내 이상의 마찰 속에서 빚어진 내 행동들, 사회를 너무 모르는 사회복지사로서의 한계...뭐 이런 주제들이 머릿속에서 몇 줄 타이핑을 해 나가다가 다시 ‘back space key'로 확 지우기를 수십 번 반복한다. 포기다..그냥 내 하고 싶은 얘기나 하련다....

홈리스 분야에 일한지 4년 하고도 11개월째다.
이 분야에 처음 시작할 때, 주위 선배들, 동기들은 왜 거기 가냐고 물었고, 2년차까지는 다른 현장을 소개시켜주는 선배들도 더러 있었다. 별로 이슈화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주는 혹은 법인이 안정적인 그런 곳도 아닌 홈리스 현장에 굳이 왜 가느냐는 의문 반, 걱정 반의 물음들이었다.

스물여섯의 나는 그런 걱정들에 대해 오히려 여유로운 답변들을 늘어놓았다.
“재밌잖아요, 생소하고... 뭐 이 분야에 제가 선두 주자가 함 되어보죠 머...”’
뭐 이런 식의 답변들을 늘어놓으며, 적당히 더 이상의 질문도 피하고 내 나름대로의 핑계로 삼았다.

사실 핑계만은 아니다. 사회복지 어느 분야, 어느 현장에서의 활동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이 곳에서의 현장 활동 역시 생소했고, 생소했던 만큼 부딪히는 문제들과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늘 역동적이었고 그래서 더욱 재미있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내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했고, 내 스스로가 많이 부족한 존재임을 많이 느끼게 한 현장이었다.

처음 일을 시작하고 몇 년간, 나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만, 선배들에게서 들은 대로만,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만 잘 하면, 또 양심을 걸고 열심히 하면 문제는 조금씩 해결 될 것이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이 곳 저 곳의 자원을 연계하고 발굴해서 필요한 분들께 지원해드리고, 또 그 분들의 편에서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나름대로의 실천기법으로 그들과의 의사소통을 해나가면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것이 다는 아니었다. 나는 커다란 사회 속의 아주 낮은 구석 한 부분에서 일어나는 홈리스의 문제에 대해서 복지라는 도구로 일을 하고 있는 한 명의 사회복지사였다. 그래도 내 현장, 내가 바라보는 문제만 해결하면 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문제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문제는 홈리스 현장에 있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그들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그 속에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과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발생되어지는 문제들이었다. 홈리스들의 문제를 짚어 따라 가보면 뉴스에서나 볼 법한 큰 문제의 뿌리와 연결되어져 있음을 본다. 또한 그러한 문제는 단순한 현재의 문제만은 아니며, 과거와 맞물려 이어져 내려온 역사의 문제와 고리 지어져 있음을 본다.

쪽방의 형성과정이 한국전쟁 이 후 피난촌에서 시작되어서 60~70년대 개발독재시대의 도시빈곤노동자들의 고단한 안식처로서 기능해왔으며, 현재는 신자유주의적 경제논리에 적응하지 못한 우리 가난한 이웃들의 마지막 주거로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와 홈리스들의 삶의 궤적을 되짚어보면, 배우지 못하고, 가난하고, 인맥이 없는 등의 이유로 인해 시대의 다수에 속하지 못하는 소수로서의 삶을 살아온 이들이지만, 사회는 늘 그들을 역사와 함께해 온 존재로 보지 않고, 어디선가 뚝 떨어져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단편적인 존재로서만 봐 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있다가, 점차 드러나는 매트릭스처럼 눈에 보이는 현실이 현실의 전부가 아님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나름대로 나는 사회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고, 토론도 해보고, 어줍짢은 활동으로 발버둥도 쳐보고 그렇게 또 시간들을 보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변하지 않는 높다란 장벽 아래에서 벽을 허물기를 포기하고 타협을 위해 벽에 기대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마치 뭔가 대단한 사람인양 스스로를 격상시키며, 이제 현장은 나도 알만큼은 알았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변해버린 나를 만나게 된다.

나를 찾아오는 client들은 ‘선생님, 선생님’하며 여전히 밤낮으로 나를 찾지만, 그들과 예전에 함께 나누었던 그런 교류의 느낌이 아님을 내 스스로는 느끼지만 애써 들키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는 그 분들의 떠받듦(?)에 길들여져 있고, 그 분들은 길들여진 나에 길들여져 있다. 가끔 욕하는 분들, 멱살을 잡는 분들에게서 분노와 감사가 교차하는 아이러니한 느낌을 갖기도 한다.

더 화가 나는 건, 이들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아닌 척 하는 나를 보는 것이다. 어려운 일, 고생스런 일,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는 나로 이미 포장되어버린 나, 그리고 그것을 계속 지켜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나를 보는 것이다. 포장지 속은 이미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데, 겉만 자꾸 새 것으로 갈려고 하는, 너무 초라하고 나약해진 내가 되어있다.

미안한 맘이 든다.
쪽방에 계시는 분들과 노숙인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나누어 가지려한 많은 자원활동가들에게 미안한 맘이 든다. 제일 미안한 건 늘 만나왔던 쪽방아저씨들과 노숙인 아저씨들이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나를 돌이켜보기 싫어서, 돌이켜본 나와 마주치기 싫어서 미뤄놨던 일들을 글로 정리해 보는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한다. 사회복지도 다시 고민해봐야겠고, 사회도 다시 공부해야겠고, 인생도 더 배워야겠다..

* 이 글은 사회복지현장에서 겪게 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갈등을 두서없는 고백으로 쓴 글입니다.
열심히 일하시는 다른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이나 현장활동가들에 대하여 누를 끼치지 않기를 바라며, 오히려 현장 동료들의 많은 격려와 위로, 꾸짖음으로 또 한번 열심히 도전하는 사회복지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제게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장민철(대구쪽방상담소 상담실장)




※ [사회복지사의 고백]은 <평화뉴스>와 우리복지시민연합(www.wooriwelfare.org)이 공동연재 합니다.

(이 글은, 2006년 5월 16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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