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국정 운영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둘째, 당선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이 전시장은 첫째 능력을 갖췄지만 둘째 능력은 미지수다. 그 핵심 키는 돈이다...그가 ‘청계천에 물이 흐르게 하듯 국민들 마음에도 감동의 물결이 흐르게 하는 능력’을 언제 보여줄지, 과연 보여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영남일보 <영남시론> 조은희(한양대 겸임교수). 2006.8.16)
‘이 전시장’은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말한다.
이 글에서는 또, 청계천 복원공사와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비롯한 몇가지 사례를 들며 “이 전 시장은 능력과 추진력을 갖춘 리더다...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상황에 맞게 정책을 선택하는 그의 탁월한 능력의 산물이다”고 칭찬한다. 이 시론의 제목은 “이명박씨가 대통령 되기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이었다.
글 일부만 보고 ‘시론’을 판단할 수 없지만, <영남시론>을 반년째 써 온 이 조은희씨의 글을 보면 ‘한나라당 당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대구경북지역에서 한나라당과 대선 후보들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다지만, 지역 일간신문이 굳이 이렇게까지 ‘한나라당 챙기기’ 인상을 줘야 하는 지 묻고 싶다.
영남일보는 조은희씨 글 끝에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을 붙였다.
다른 필자가 쓴 ‘영남시론’에는 이 문구가 빠진 적이 있지만, 조은희씨 글에는 한번도 예외가 없었다.
조은희씨가 최근 석달간 쓴 ‘영남시론’ 제목을 보자.
이명박시가 대통령 되기 위한 필요 충분 조건 - 2006.8.16
이재용씨, 정신 차리세요! - 2006.8.2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 3가지 조건 - 2006.7.5
강재섭 의원의 미션 - 2006.6.14
박근혜의 병상정치 - 2006.5.24
‘제목’만큼이나 글 내용 역시 의구심이 든다.
5.31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나온 ‘박근혜의 병상정치’의 뒷부분이다.
“박 대표(박근혜)의 이번 불행은 앞으로 하기에 따라 커다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그 흉터가 박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담보하는 당당한 ‘훈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치의 묘미가 있다...국민들의 정서를 울릴만한, 그 뭔가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절실한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지난 7월 5일자에 실린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 3가지 조건”.
“최근 한나라당 중도 소장파를 중심으로 이러한 견제론을 우려한 ‘한나라당 대선 필승 3조건’이 흘러나오고 있다...아무쪼록 3명의 후보가 뚜렷한 비전과 국정철학, 그리고 국정현안들에 대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지지자들을 확보하는 ‘아름다운 경쟁’을 펼쳐주기를 바란다”
이런 ‘시론’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공감갈까?
적어도, 지역의 유력 일간신문의 ‘시론’으로 적절한 지 영남일보에 묻게 된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독자들은 신문과 필자의 성향을 잘 구분하지 않는다.
'외부 필자’라 하더라도 그 신문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영남일보가 이런 논조를 좋아하거나 공감하는 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면서 특정정당에 치우친 이 시론을 용인하는 것은 아닐까. 영남일보 내부 평가가 궁금하다. 조은희씨는 지난 3월부터 ‘영남시론’을 쓰고 있으며,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와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이 글은, 2006년 8월 23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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