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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언덕 없는 이국의 슬픈 며느리..”
[김민남 칼럼 7]
“친정 만들기, 전교조가 먼저 나서 주십시오”
2006년 11월 06일 (월) 00:17:09 평화뉴스 pnnews@pn.or.kr
   
옛 일을 떠올릴 때마다 어머니는 당신의 힘겨웠던 젊은시절 이야기를 빠트리는 적이 없었습니다. 왼종일 들일하고 들어와 저녁짓고 설거지하고, 서둘러 베틀에 앉지 않는 게으른 며느리를 향한 원성에 시도 때도 없이 부대끼고, 자정이 넘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시어머니의 온정에 허리를 펴보는 시집살이의 세월이었다고, 때로는 추억으로 때로는 회한으로 당신의 삶을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하루의 시작은 늘 희뿌연 새벽이었다고도 했습니다.

시집살이에서 터득한 당신의 삶의 자세임이 분명한데, 어쨌든 어머니는 언제 누구를 만나서도 먼저 지고 그러고는 스스로 안도감을 얻는 당신의 처세를 고집하며 자족하는 일생을 살다가 하마 오래 전에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어떤 억울함을 당해도 미처 그억울함을 알아채지도 못하는 덜떨어진 사람인양 그냥 늘 하던 대로 말하고 처신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깊이 가슴에 묻어두었던 분함을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약간의 원망을 담아 남 이야기 하듯 풀고는 했습니다.

그 어머니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아내가 저세상의 시어머니를 회상하면서 자신도 시어머니와 맞짱뜨기에 충분한 착한 며느리였음을 슬쩍슬쩍 내비칠 때, 나는 그때마다 어김없이 벌레 씹은 기분이 되고는 합니다. 어머니의 이승의 내력에 한점 군더더기를 붙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어머니는 손자손녀를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내가 매라도 들면, ‘아이들이니 그렇지, 아이가 없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사람 사는 집안이 되겠느냐’며 저를 나무랐습니다. 어머니는 당신의 삶에서 빗어낸 ‘이론’- 친정울타리에 기대야 사람노릇할 수 있다-을 실천에 옮기는데 아주 단호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살아날 때마다, 이 낯선 땅에 기댈 친정이 없는 동남아인 며느리들을 생각하고 아파합니다.
신문에서 시집식구들한테 당하는 폭력과 냉대의 사례를 읽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매 맞고 쫓겨난 며느리들을 돌보는 봉사자한테서 그들의 삶의 속내를 자세하게 들었습니다.

친정아버지 어깨에 기대어 관대함을 지닐 수 있었던 어머니를 떠올리고, ‘기댈 언덕을 가진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다’는 당신의 ‘사회심리학’을 새기면서, 동남아인 며느리들에게 친정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마음이 급해집니다.

친정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은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는 며느리들을 사회적 공간으로 옮겨다 놓을 것입니다.
‘홀로 갇혀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폭력을 부르는 구조일터이고 그리고 폭력 앞에 속수무책 그냥 쓰러져버리는 절망인 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야 조금 마음을 내면 의미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대일 가족간 연결프로그램도 있을 수 있고, 마을을 정기적으로 돌아보며 집단상담하는 프로그램도 있겠지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 자녀의 건강한 자람입니다.
학교에서 외톨이가 되기 십상인 그들 자녀들을 향한 손길만큼 시급한게 또 있겠습니까.
무엇보다 그 아이들로 하여금 이중언어를 일상화하도록 해야겠지요. 그것은 우리들한테도 득이 되겠지요.
우리가 애써 베트남어를 스리랑카어를 배우는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통해 베트남, 스리랑카와 물질적 문화적 교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친정 만들기, 전교조가 먼저 나서 주십시오.
그 슬픈 며느리들은 도시가 아닌 농촌지역에 있습니다.
농촌지역에 사회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역량은 ‘교사’집단 뿐입니다.
전교조가 이 일에 하루빨리 나서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있는 배려의 값진 공간을 열어주십시요.
방방곡곡 어디에나 걸려 있는 현수막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노인, 장애인..."을 볼 때마다 한국인의 야만성에 기가 질릴 지경입니다. 이 야만성을 다스리는 기회를 맞이 하고 싶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김민남 칼럼 7>
김민남(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교육학과. mnkim@k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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