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복리'로 늘어가고 있다"

평화뉴스
  • 입력 2007.01.0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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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세이] 이춘희(감나무골)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모두가 행복하기를..."



희망 하나.

“아니, 얘들과 몸을 좀더 부드럽게 움직여봐. 이렇게 웨이브를 넣어란 말이야 아휴”
“아니 아니 잠깐만, 지금 너희 몸이랑 얼굴표정이랑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구.”
춤 선생님(?)의 목소리가 여느때와 전혀 다르게 자신감에 가득차 있다.

지극한 사랑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기 위해 아기 예수께서 이 땅에 태어나셨다는 성탄을 앞두고
감나무골 작은학교의 아이들은 기쁜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중학교 친구들은 지금 한창 댄스를 준비하고 있다.
중3인 작은학교에서 가장 춤을 잘추는 아이가 친구들의 선생님이 되어 함께 연습하고 있는데,
지금 댄스선생님이 된 그 아이의 모습은 참 행복해 보인다.

초등학교2학년때부터 만나온 이 아이는
알콜중독이 심한 아빠로 인해 공부방에서 공부하다가도 아빠의 술을 사다주고 와야 했고
혼자 일하는 엄마의 늦은 퇴근으로 아이는 늘 아빠의 술주정과 폭력을 감당해야 했다.

오랫동안 의사소통이 어려운 아이였다.
언젠가 또래들과 함께자기를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때 아이는 그만 울어버렸다.
그렇게 힘들게 자신의 환경을 견디어 오던 아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춤을 친구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춤을 열심히 춘다. 그리고 아이는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희망 둘.

얼마 전 또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다.
결혼후 첫 아이를 낳고 나서 처음 겪은 힘든일이었다.
하지만 자식 셋을 낳고 키우면서 경제적인 고통과 가족들의 불화는 엄마의 병을 자꾸 재발하게 하였다.

이번에는 다행히도 한달여 병원치료 후 엄마는 많이 좋아지셨다.
조금 기분이 가라앉은 정도의 휴유증을 제외하면 어떤 때 보다 좋아 보인다.

병이 깊어 질때 가까이서 함께 있어 드렸다.
가슴속에 있는 답답함을 끝없이 쏟아내면 그저 마음으로 다 들어주었다.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미친 사람이라고 거부당하는 엄마의 모습은 참 많이 가슴아팠다.

자식 위해, 남편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엄마의 아픔과 답답함을 가족중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으니,
삶이 한계에 다다르면 엄마는 또 아플 것이다.
하지만 이제 엄마는 아픈 자신의 모습을 볼 것이다.
그래서 아픈 자신을 누구보다 자신이 위로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엄마는 건강해 지고 있다. 몸도 마음도.

희망 셋.

군대 간 작은학교 교사의 편지가 늘 게시판에 붙어있다. 자주 편지를 보내어 온다.
또 한명의 교사가 군대를 갔다. 긴 편지글을 남기고. 그 편지글도 게시판에 붙어있다.

남은 교사들에게 자신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아이들을 더 많이 사랑해 달라는 말과,
그리고 자신을 따뜻하게 보내주어 고맙다는, 휴가나오면 꼭 올테니 기다려 달라는 말,
세상의 또 다른 모습을 경험하게 해준 작은학교가 있어 고맙다는,
군대에서 또 다른 세상을 배우고 와서 열심히 함께 하겠다는 말...

이렇게 교사들은 자라고 있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자신의 것을 나누기 위해 온 이 자리가 그 아이들을 통해 자신들이 자라고 있다고 고백한다.


아기예수가 나신 그 때 사람들은 희망을 잃어 가고 있었다.
특히나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고아, 과부, 병자들은 누구도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속에서 희망은 존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고통의 삶을 회복시켜주신분이 나신 것이다.
사랑으로 모두가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게 한분, 그분이 아기 예수이시다.

성탄.
이 밤은 희망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살으신 분,
그 분이 오신 밤이다. 세상 한 가운데로...
그래서 모두가 함께 행복해 질 것이다.

감나무골의 희망은 ‘복리’로 늘어가고 있다.




[주말 에세이 24]
이춘희(감나무골 나섬의집 대표)

'감나무골'은, 대구시 북구 대현2동에 있는 작은 동네로 옛부터 감나무가 많아 '감나무골'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춘희 대표는, 서민들이 많이 사는 이 동네에서 '감나무골 새터공동체'란 이름으로 지난 1991년부터 15년째 도시빈민운동과 지역공동체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감나무골 새터공동체'는 '어린이집'에서 시작해, 지역 청소년을 위한 '작은 학교'와 재활용품을 사고 파는 '생명가게'를 비롯한 [감나무골 나눔과 섬김의 집]을 꾸려 주민들과 함께 지역공동체를 일궈가고 있습니다. 이춘희 대표는 이런 활동으로 지난 2005년 [아름다운재단]에서 '아름다운 사람'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성당 청년회 선배인 류인성(44)씨와 고은(13).소은(11) 두 딸과 함께 감나무골에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6년 12월 22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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