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뉴스, 창간 3주년에 바란다"

평화뉴스
  • 입력 2007.03.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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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률시사칼럼]
"언론개혁, 대구의 변화..지역의 자산으로 커가기를"

오늘로 <평화뉴스>가 창간 3주년을 맞았다. 넉 달여의 준비를 거쳐 2004년 2월 28일에 창간을 선언한 지 벌써 3년이 흐른 것이다.

얼마 가겠느냐는 냉소와 우려가 적지 않았음을 떠올리면, 3년을 묵묵히 지탱했다는 것, 아니 지난 3년 동안 숱한 고비와 말할 수 없는 고통들을 당당히 헤쳐 왔다는 것 자체가, 특히 대구에서는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아니, 그냥 지탱했고 헤쳐 온 것을 넘어서, 그동안 기성 언론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기사와 기획들을 통해, 기성 언론에게는 통렬한 반성의 계기를 던져 주고 지역사회에는 평화와 나눔과 상생의 가치를 고민할 수 있게 만든, <평화뉴스>의 지난 3년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러움이 없는 우리 지역의 자랑이 되었다.

<대구사회비평>, <대구경북 시민의 신문> 등, 지역의 닫힌 공론장을 활짝 열어보겠노라고 팔 걷어붙였던 시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을 떠올리면, 참으로 대견하고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평화뉴스> 창간 3주년을 바라보는 소회가 남달리 애틋한 것은, 우리의 언론 환경이 말할 수 없이 열악하고 답답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사실 다양한 사고들에 개방되어 있고, 나와 다른 관점이나 세계관을 기꺼이 인정하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치열한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언론들을 만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최소한의 일관성과 성실성을 가진 언론마저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지향을 가진 이들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악의적인 왜곡보도, 이성과 균형감각을 잃은 한풀이로 도배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특정인 대통령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거나, 사실상 특정 정당의 기관지 내지는 정파지로 역할하는 신문들도 적지 않다. 지역감정 부추기기, 사주의 사적 이익 대변하기, 기사로 위장한 광고 등은 이제 뉴스거리도 안될 정도다. 그런 면면들을 보면서, 필자는 아주 종종 이것이 어디 신문인가 하는, 착잡한 분노에 젖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사와 편집만 그런 것이 아니다. 불법적인 독자 확보와 공정거래 위반 사실도 부지기수다.
필자는 며칠 전에도 수위를 다투는 중앙의 한 거대 언론사 지국 여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에 찍힌 발신자 번호는, 070으로 시작하는, 평범한 전화번호가 아니었다. 내용인 즉 6개월 동안 무료 배부에 OO어치의 상품권을 줄 테니 구독해 달라는 것이었다. 불법 아니냐고 따져 물으니, 불법인지 알지만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몇 달 전엔가는 한 남자가 직접 아파트를 방문해 상품권 몇 장을 내보이며 구독을 권유한 적도 있었다. 그 때도 호통을 쳐 보냈는데, 이럴 때마다 필자는 자괴감과 절망감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입으로는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정의의 구현체인 듯 떠벌이는 기성 언론들이 실은 몰상식과 불법과 구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언론 환경에서 창간을 선언했고, 기성 언론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평화’와 ‘나눔’과 ‘상생’의 가치를 내걸었기에, <평화뉴스> 창간은 그 자체로서 신선한 뉴스였다. 그 이후 중요한 것은, <평화뉴스>가 과연 척박한 환경에서 좌절하지 않고, 창간 때의 문제의식과 창간정신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꿋꿋하면서도 당당하게 대안언론으로서의 모범과 전형을 선보일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렇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봤던 많은 독자들에게 <평화뉴스> 창간 3주년이 갖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평화뉴스>를 이렇게 키워준 유지웅편집장과 기자들 그리고 이사진들께 시민의 한 사람으로 경의와 감사를 표하고 싶다. 아울러, 주제넘는다 책망받을 것을 각오하면서라도, 지난 3년 동안 묵묵히, <평화뉴스>에 성원을 보내준 후원인과 독자분들께도, 언론 환경의 정상화와 깊이있는 대안언론의 출현을 학수고대해 온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어차피 주제넘은 김에, 평소 가슴 속에 담아왔던 한마디, 지역의 뜻있는 독자분들께 하고 싶었던 한마디를, 감히 첨언하는 것을 허락받고 싶다. “<평화뉴스>를 우리 지역사회에서 굳건히 뿌리내리게 하고, 언론개혁 태풍의 눈으로 키워내며, 대안언론의 전국적 모범이 되게 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유지웅 편집장 개인의 몫은 아니라고. 이제 <평화뉴스>는 지역의 자산이어야 하고, 지역민 모두의 책임이어야 한다고. 어느새 세 돌을 맞이한 <평화뉴스>를 21세기 대구의 변화를 추동해 갈 믿음직한 주춧돌로 키워내는 일에 우리 모두 함께 하자고...”

창간 때의 기고문에서 두 손 모아 빌었던 것처럼, 다시 한번 간절한 소망을 <평화뉴스> 창간 3주년에 즈음하여 띄워본다. “부디 <평화뉴스> 앞날에 보람과 감동의 열매가 가득하기를, <평화뉴스>로 인해 우리 사는 대구가 부디 살맛나는 세상이 되기를...” “그리고 그 일에 우리 모두가 함께 할 수 있게 되기를...”


[홍덕률시사칼럼 69]
홍덕률(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대구대 사회학과. drh1214@hanmail.net)
* 홍덕률 교수는, <대구경북 분권혁신아카데미> 원장과 <대구사회연구소> 부소장, 대구대학교 <시민사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평화뉴스> 창간 때부터 <홍덕률의 시사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7년 2월 28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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