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명의 아이, 가슴으로 낳았어요"

평화뉴스
  • 입력 2007.04.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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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돌 맞은 [대안가정운동]
김명희 사무국장 "그룹홈 해맑은 아이들의 집 꾸렸으면"


-내가 나쁜 아이여서 엄마 아빠랑 같이 살지 못하나요?
=세상에 나쁜 아이란 없단다. 아이들은 다 어느 정도는 말썽을 피운단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잘못해서 헤어졌나요?
=엄마 아빠가 헤어진 건 네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란다. 어른들의 세계는 좀 복잡해서 지금 네가 다 이해하기는 어렵단다.(‘대안가정 길잡이’ 중에서)

위의 글은 대안가정에 맡겨진 아이와 부모와의 대화다.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게 다가오는 '대안가정', 어떤 가정을 말하는 걸까?

친부모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돌보지 못할 경우, 예를 들어 형편이 어렵다거나 병에 걸렸을 때 아이는 보육시설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친 가정을 대신해 아이를 맡아 돌봐주는 가정이 있다. 이를 '대안가정'이라 부른다.

대구에는 '대안가정'을 찾아주고, 맡겨진 아이가 건강하게 커갈 수 있게 도와주는 단체가 있다.
[대안가정운동본부]. 2002년 만들어져 올해로 5주년을 맞는 이 단체를 찾아가봤다.

대구 남구 대명3동에 있는 [대안가정운동본부].
이 단체는 [우리복지시민연합]과 한 집을 쓰고 있다. 1층이 [우리복지시민연합], 2층이 [대안가정운동본부]다.
주택을 개조한 사무실은 '대안가정 일을 하는 곳'이란 말이 꼭 들어맞았다.

고아원에서 보육사로 일할 때부터 아이를 돌봐 왔다는 김명희(47) 사무국장.
김 국장은 이날도 산격동에 있는 어머니께 3살 된 아들을 맡기고 오는 길이다.
김 국장도 4명의 자녀가 있는 대안가정 엄마다. 지난 95년,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첫아이를 맡아 '대안가정'을 꾸렸다.

지난해 제주도 여행에서..
지난해 제주도 여행에서..
고등학교 1학년인 큰딸 유현이는 6년 전 친할머니를 잃고 김 국장의 집으로 오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 딸 혜진이는 한 살 때 김씨 부부가 입양했다. 또 초등학교 2학년인 셋째 딸 혜윤이는 8개월 동안 다른 대안가정에 있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김씨가 맡게 됐다.

2005년 입양 당시 9개월이었던 막내아들 혜성이는 지금 3살이다. 자기를 '주몽'장군이라 부르는 혜성이를 김씨는 친정에 매일 맡기고 온다. 대안고등학교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는 첫째는 이집에 온지 6년째고 셋째는 9개월이 다 돼간다.

김씨는, 지난 88년 고아원 보육사로 일 할 때 70~80여명의 아이들이 일제히 알람소리에 잠을 깨고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게 싫었다. 또 보육사 1명이 10여명의 아이 하나하나에게 신경을 못써준다는 데 한계를 느꼈다.

"어느 여름 날, 고아원에서 수박이 나왔어요. 아이들은 한 명씩 수박 한 조각을 나눠 받았죠. 모두 똑같이 나눠 줬어요. 그게 싫었죠. 그래서 제가 수박을 잘게 썰어서 같이 먹자고 하자 처음엔 이상해하던 아이들이 한 조각씩 먹을 때보다 더 배불리 먹을 수 있었죠."

김씨는 그 때 '아이들은 하나하나가 주인공이기에 각자 사랑해줘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한다. 뒤에 김씨는 고아원에서 나와 방 3개짜리 집을 얻었다.

처음 '해뜨는 집'으로 시작한 '대안가정'이 2002년 '대안가정운동본부'라는 이름으로 [우리복지시민연합]에서 독립했다. 위탁할 아이들은 하나둘 늘어나고 맡아 키워보겠다는 사람도 하나둘 늘어나 지금의 단체가 된 것이다.

김명희 은재식 부부..
김명희 은재식 부부..
"그때는 '대안가정'이란 말도 몰랐어요. [우리복지시민연합]의 전신인 <사회복지시설연구회> 동아리 선, 후배들이 제 고민을 들어주고 집도 얻어 줬어요. '해뜨는 집'이란 이름을 짓고요. 그때가 94년이었죠. 처녀가 아이를 기르기 시작한 거에요. 지금의 남편은 방 한 켠에 살았고요."

그때 보증금을 보태 준 사람이 지금의 남편 은재식(43)씨다. 부부는 97년, 10년 우정을 깨고 양복, 한복 한벌씩과 구두, 반지 1개로 결혼식을 올렸다. 은씨는 지금 아래층 [우리복지시민연합]에서 사무처장 일을 하고 있다.

김씨는 또, 어떻게든 '아이들이 시설에 가지 않고 친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단체가 정한 1년이라는 위탁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게 아이를 위해서 좋다고 한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아이를 맡기는게 아니라 '대안부모의 자격'을 따져봐야 한다.

대안가정의 부모는 30세 이상 55세 이하로 자녀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가정이어야 한다.
또 될 수 있으면 친자식과 맡아 돌볼 아이의 나이차가 큰 경우 대안가정을 꾸려 나가기가 쉽다고 한다.

"대안부모에 대한 생각은 갖고 있지만 정작 어떻게 할지 모르는 부모가 많아요. 우리가 힘을 실어 드리고 지지하는 해야죠."

[대안가정운동본부]는 대안가정의 부모를 위해 예비교육을 하고 있다. 대안가정을 잘 이끌어 갈 수 있게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 단체는 또한, 지난해 대안가정 부모를 위한 지침서로 '대안가정 길잡이'를 출간했다.


"아동 그룹 홈 '해맑은 아이들의 집' 꾸리는 게 숙제.."


김씨는 지난 10년간 8명의 아이와 헤어질 때마다 마음의 휴식기를 갖는다. 다만, 아이들 가운데 초기에 위탁했던 여자아이가 마음에 걸린다. 지금은 첫째 딸아이 뻘 나이가 됐을 아이가 친부모에게 돌아간 뒤 가출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내내 김씨의 가슴에 남아있다.

그때마다 4년 동안 같이 일한 활동가가 있어 든든하단다. 아이들을 맡아 기르다 보면 어려운 점도 많지만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활동가들이 힘이 된다고 한다.

이렇게 친부모에게로 돌아가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거나 부모를 찾을 수 없을 경우를 위해 [대안가정운동본부]는 '아동그룹 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그룹 홈'은 방이 여럿인 집에서 보육사와 함께 생활하는 곳을 말한다.

"친부모 아래에서 아이들이 자라는 게 제일 좋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돌아가지 못하고 영구 위탁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누가 빈집을 1년만 빌려줬으면 좋겠어요."

이름도 지었다. '해맑은 아이들의 집'. 지난해 '러브 콘서트(LOVE CONCERT)'로 2천여만원의 기금을 마련했지만 '아동그룹 홈'을 위해선 적어도 방3칸에 해당하는 보증금과 살림살이, 인건비, 생활비 등 최소 6천만원 정도는 모아야 한다.

2001년부터 지금(2007.4)까지 이 단체를 거쳐 간 아동은 40여명. 이들 가운데 16명은 친부모에게 돌아갔다. 또 20여명은 '대안가정'에서 보호받고 있다.

한편, 정부보조금이나 대구시지원을 받지 않고 순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대안운동가정본부]는 오는 4월 23일 저녁 6시 30분 '후원의 밤'을 가진다. 진석타워에서 창립 5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행사는 '행.복.나.눔'이란 이름으로 '한가정에서 한명의 아이를 보살핀다면-대안가정운동'을 알리기 위해 열린다.

또 다른 후원방법으로는 네이버 해피로그 '해피빈'과(http://happylog.naver.com/foster.do), 신한 '아름다운 카드' 포인트(www.arumin.co.kr), 이마트 영수증 적립 등이 있다.

"텃밭에 싹이 자라나기까지 긴 기다림이 필요하네요. 싹이 돋으면 무럭무럭 자라나가겠죠."
김씨의 말처럼 [대안운동가정본부] 앞 텃밭에 작은 싹이 돋았다. '대안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도 사랑으로 무럭무럭 커갈 것이다.

대안가정 '해뜨는 집' 홈페이지..
대안가정 '해뜨는 집'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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