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다시 보게 될 영화"

평화뉴스
  • 입력 2007.07.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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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에세이] 정희경
"남편의 눈물을 또 한번 볼 수 있으려나.."



나는 울보입니다.
책을 보다가도 울고,
드라마, 영화를 보다가도 울고
눈빛 슬픈 아이의 사진 한 장에도 눈물을 주르륵 흘립니다.

며칠 전에는 친구에게, 돌아가신 지 한참인
시외할머니 얘기를 하며 회사에서 눈물을 쏟기까지 했습니다.

누구는 눈물 많은 이런 나를 보고
남의 슬픔을 빌어 스스로가 우는 거라고 하던데
글쎄..

남의 슬픔에 기대어 내 슬픔을 해소하는 건지 어쩐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하여튼 나는 울보입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눈물 조임새가 더 말을 듣지 않는, 대책 없는 울보입니다.

남편은 울보와는 거리가 멉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조금 변한 게 있다면
결혼 초에는 드라마 보다 울고 있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고
지금은 영화 보다 우는 아내의 어깨를 토닥여줄 정도랄까.

하여튼 땀은 흘려도 눈물은 절대 안 흘릴 것 같은 사람인데
그런 남편이,
결혼 후 딱 한번 운 적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 <파이란>을 보면서.

‘강재씨 고맙습니다. 여기 사람들 모두 친절합니다.
그치만 가장 친절한 건 당신입니다.
왜냐하면 나와 결혼해 주셨으니까요‘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파이란의 편지가 너무 슬펐는지,
아니면 방파제에 앉아 그 편지를 보며 오열하던
최민식의 연기에 감동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극장 안에서 눈물을 훔치던 남편 모습에 놀라
울보인 나는 제대로 울지도 못했습니다.

이제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에 감동을 하더니,
이제 감동도 잦아진 건가?
아니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혼자 별별 추리를 해 보다
영화 참 좋다 라는 남편 말 한마디에 생각을 멈췄고
지금껏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뜬금 없이 남편이 그럽니다.
<파이란> DVD 한 장 사고 싶다고요.

그저 툭 던진 말인지 모르겠지만,
남편의 눈물을 또 한번 볼 수 있으려나...
7년만에 다시 보게 될, 영화 <파이란>이 은근히 기대됩니다.


[주말 에세이 46]
정희경(방송작가)




(이 글은, 2007년 6월 29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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