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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직도 꿈꾸고 있나요?"
[주말 에세이] 차정옥(동화작가)
"내 꿈에 대한 예의를 다짐했다. 잊어서는 안 된다고.."
2007년 08월 31일 (금) 12:42:47 평화뉴스 pnnews@pn.or.kr

우리가 어린아이였을 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 있었다.
“넌 꿈이 뭐니?”

언제부터였을까? 더 이상 그 질문을 듣지 않게 된 게.
사람마다 그 시기가 조금씩 다를 지라도 아마 그 순간부터 우리는 어른이 되었던 게 아닐까?

취직 했냐?
월급은 얼마야?
사귀는 사람은 있니?
언제 결혼 할 거야?
사는 집은 몇 평인데?
차는 뭐 굴리고 다니지?
애들은 공부 잘 하고?
주식해서 돈 좀 벌었니?

이런 질문을 듣는 사람들이 바로 어른이다. 아무도 애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듯이, 아무도 어른들에게 ‘넌 꿈이 뭐니?’라고 묻지 않는다.

이상하지 않은가? 꿈꾸기가 아이들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어른들에겐 아무도 꿈을 묻지 않을까?

이십대 후반, 한동안 친구들이나 만나는 사람들에게 꿈이 뭐냐고 줄기차게 물어보고 다닌 적이 있다. 그 때마다 사람들은 아직도 그딴 걸 묻는 나를 뜨악하게 쳐다보거나, 머쓱하게 웃으며 ‘사는 게 버거워서...’라고 말했다.

그때는 그 답변이 솔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버거운 삶을 조금 살아 보니, 그 말이 사실일진 모르나 진실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어른인 우리가 꿈꾸기를 포기하는 건 ‘사는 게 버거워서’가 아니라 ‘꿈꾸는 게 버거워서’였다.

사는 게 아무리 버거워도 우리는 쉽게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삶이란 원래 만만치 않다는 걸 알기에. 그러나 우리는 꿈꾸는 일이 조금만 버거워져도 꿈을 쉽게 포기한다. 꿈은 한없이 행복하기만 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정말 꿈꾸는 일은 행복하기만 할까? 아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꿈을 꾸는 삶은 행복할 때보다 괴로울 때가 더 많다. 특히 현실의 무게가 버거워질 때 꿈꾸기는 산소가 부족한 고산지대에서 숨쉬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거기다 내 꿈을 위해서 가지 못한 길, 내 꿈을 위해서 잃어야 했던 사람들, 내 꿈을 위해서 미련을 접어야 했던 일들...

그 때마다 꿈꾸는 일은 괴롭고 고달픈 일이 되어 나를 짓누르기도 했다. 그 순간을 만나면 누군들 꿈에서 깨고 싶지 않을까? 나도 내 꿈이 너무 버거워서 꿈꾸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너무도 많았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내 꿈에 대한 예의를 지키자고 다짐했다. 꿈이 내게 어떤 존재였던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십대 때부터 써왔던 일기장을 다시 펼쳐보면 내 꿈이 내게 보여줬던 신뢰와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숨 막히는 삶도 꿈이 있어 숨 쉴 수 있었던 날들이었다. 아무리 아픈 사랑의 상처도 꿈이 있어 견딜 수 있었다. 아무리 구차한 일상도 꿈이 있어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었다.

그 기억들을 떠올리면 꿈꾸는 게 아무리 힘겨워도 포기할 순 없다. 그걸 포기하고 나면 사는 게 더 버거워질 테니, 꿈꾸는 게 버거우니 꿈을 포기하고, 꿈을 포기하니 삶이 고달파지고, 삶이 고달파지면 다시 꿈꾸는 게 더 힘에 부치고... 그 뻔한 계단을 밟을 순 없지 않나.

인간은 꿈꾸지 않아도 숨 쉴 수 있다. 그러나 살 수는 없다. ‘내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란 말은 실연 당했을 때만 쓰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꿈이 없다면 숨 쉬고 있어도 그게 어디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는 게 왜 이 모양이냐고 늘 툴툴대는 그대, 단란한 가정 안에서도 문득 외로운 그대, 잘 나가는 직장과 수입에도 삶이 불안한 그대, 삶이 준 책임과 의무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잘 살아왔다고 자부하면서도 한없이 공허해지는 그대...

다시 꿈을 꾸자.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내 인터넷 서재 들머리에 적힌 말이다.
“꿈은 구차한 삶도 남루한 일상도 황금으로 바꾸는 현자의 돌이다.”


   

[주말 에세이 52]
차정옥(동화작가)



(이 글은, 2007년 8월 24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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