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구 노인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10월 9일 오전 대구엑스코.
문을 연 지 불과 30분 남짓 지났는데, 얼핏 보기에도 천여명은 넘어 보인다.
"사진 어디서 찍는교?"
"저기 젊은 양반, 이거(이력서) 좀 써 주이소"
"어이 보소, 끼들지 마이소, 뒤에 줄 쫙 서 있는 거 안보이는교"
"아따 와이래 많노,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것 같네...어디가가 줄서노?"
"야야, 뭐라카노? 여기 사람들 너무 많아 무슨 소린지 안들린다. 쫌 있다 해래이.."
‘어르신들을 위한 박람회’답게, 이력서 대신 써 주는 곳부터 이력서 복사하는 곳, 즉석에서 사진 찍어주는 곳이 행사장 입구에 마련됐다. 사진 찍어 이력서를 쓴 뒤 여러 장 복사해 각 부스에서 접수하고 상담을 한다. 다녀야 할 곳이 많다보니 묻고 찾아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대화도 분주하기만 하다.
“올해까지 벌써 3번이나 왔지예. 맹 청소 같은 거 찾는데..”
한 할머니가 이력서 쓰는 곳에 줄 서 있으니 말했다. “그래도 3번 왔으이 좀 낫지예..”
혼자 이곳 저곳을 다니는 어르신도 많지만, 친구나 동네 사람들끼리 같이 온 어르신들도 꽤 눈에 띄었다.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에서 왔다는 77살의 노씨 할머니.
"이름은 말라꼬...성은 노씨라 노씨". 존함을 묻는 기자에게 손을 내저었다.
노씨 할머니를 비롯해 동네 할머니 10명이 아침 일찍 가창면에서 '봉고'를 타고 같이 왔다고 한다.
"학교 신호등 앞에서 애들 건너주고 쓰레기 치우는 기 다 지..할 수 있는 기 뭐 있나..그거라도 일하면 좋지"
이날 박람회에는 지난 해보다 3개 많은 63개의 '기업 부스'가 마련됐다.
다만, 시설관리공단, 지하철공사를 비롯한 공공부문 부스가 예년보다 조금 많았다.
'주차장 요금징수', '지하철 승강장 질서계도'도 있었지만 대부분 '경비원.청소'을 뽑는다고 적혀있다.
이같은 '부스' 외에도 80여개 업체에서 '일자리 게시판'을 열었다.
게시판 앞에도 수십명이 몰렸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벽보'는 멀게만 느껴졌다.
"잘 비도 않하네...맹 똑같제?".
군데 군데 주고 받는 대화들이 '기대 반 실망 반' 같았다.
행사장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발마사지'와 '돋보기 안경관'도 마련됐다.
올해로 네번째 열리는 노인일자리 박람회는 대구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대구지방노동청.대구상공회의가 함께 마련했다. 이날 박람회 채용 예정은 1,500명.
조순진 홍보팀장은 “예년보보다 조금 많은 사람들이 찾은 것 같다”며 “대략 1만여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오늘 서류접수와 면접 결과는 한달 뒤쯤 각 기업에서 주최측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