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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가야 한다"
[김윤상 칼럼]
"반값아파트 실패는 '정책 집행'의 문제..'시범실시'로는 안된다"
2007년 11월 12일 (월) 11:47:16 평화뉴스 pnnews@pn.or.kr

   

최근 몇 년간 여러 가지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고, 최근에는 소위 ‘반값아파트’ 방식이 경기도 군포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었다. 시범 아파트에 대한 청약률이 낮게 나타나자 청와대와 정치권의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언론에서도 크게 다루었다.

그런데 최근의 주택 문제는 수도권에 국한되었고 시범 실시도 수도권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인지 우리 지역에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강 건너 불처럼 보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부동산 문제의 미래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언급되는 ‘반값아파트’는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방식으로 공급되는 아파트를 말한다.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아파트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건물만 매각하고 토지는 임대하는 아파트다.
우리나라에서는 <토지정의시민연대>가 처음 제시한 아이디어인데 스웨덴 등 여러 나라에 사례가 많다. 입주 전에 납부하는 금액은 건물 대금뿐이므로 분양가는 반값처럼 보이지만 실은 반값이 아니다. 입주 후에 토지임대료를 월세로 납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반값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이 방식을 추진하자 파퓰리즘이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환매조건부 아파트는 토지와 건물을 함께 분양하지만 20년 동안 전매할 수 없는 아파트다.
그 기간 안에 매각하고 싶으면 공급자가 도로 산다고 해서 환매조건부라는 이름이 붙었다. 싱가포르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아파트는 ‘반값’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오히려 홍준표 의원의 제안을 비판한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이 제안했는데, 어떤 이유인지 최근 논쟁에서는 이것까지 도매금으로 ‘반값아파트’라고 부르고 있다.

시범 아파트 청약률은 토지임대부가 약 10%, 환매조건부가 약 20%에 그쳤다.
이를 두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무책임한 (정치권의) 한건주의 정책의 결과로, 앞으로 정책수립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새로운 주택공급 방식이 실패인가, 실패라면 누구의 탓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반값아파트 실패는 목표나 내용이 아닌 '정책 집행'의 실패

이걸 실패라고 한다면, 정책 내용의 실패가 아니라 정책 집행의 실패다.
두 방식 모두 부동산 불로소득의 차단에 목표를 두고 있는데, 이 목표를 잘못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책 수단이 잘못된 것일까?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이 목표라면, 신규 주택의 경우 두 방식보다 더 나은 수단을 찾기 어렵다. 토지임대부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하는 근원인 토지를 아예 분양하지 않는 방식이므로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환매조건부는 20년 안에는 공급자가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동안에는 전매차익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즉 정책의 내용인 목표도 수단도 별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책의 집행 과정을 살펴야 한다.
국민이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을 얻는데 익숙해 있는데, 특정 아파트에서만 불로소득을 얻을 수 없다면 그런 아파트가 인기를 얻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새로운 공급방식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모든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는 장치를 해두거나, 적어도 앞으로 공공택지에서 신규 공급하는 모든 주택에는 새로운 공급방식을 적용하겠다고 확약해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공급되는 주택을 선택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라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주택 공급에서는 어느 조건도 충족시키지 않았다. 심지어 인센티브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청약자를 불리하게 만든 측면마저 있다. 계산이 쉬운 환매조건부 주택을 예로 들어보자. 환매조건부 주택은 처분권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임대주택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분양가는 당연히 전세금 수준이어야 한다. 인센티브까지 준다면 전세금보다도 다소 싼 분양가를 책정했어야 한다. 그런데 주변 매매시세의 90%로 분양가를 책정했으니 실패를 자초한 것이 아닌가?


"금융실명제도 '시범' 실시했다면 실패"

금융실명제와 비교해 보면 이번 사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값아파트’처럼 금융실명제 자체는 목표도 수단도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도입 전에 일부 지역에서만, 예를 들어 서울의 강남에서만 시범 실시해 보았다고 가정하자. 강남 주민이 다른 지역에서 금융거래를 제약 없이 할 수 있었다면 강남의 금융거래는 격감했을 것이다. 기존 금융계좌 이용도 줄었겠지만 신규 개설은 더욱 드물었을 것이다. 무슨 숨겨야 할 비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대체로 돈은 햇빛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결과를 보고 금융실명제는 실패이며 무책임한 한건주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런 결과가 나온 원인은 실시 지역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시범지역에서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별다른 혜택이 없다는 점에 있을 뿐이다. ‘반값아파트’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두 방식 중에서 환매조건부 방식은 약점이 있다. 환매권이 20년 후에 완전히 사라지면 다시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지난 낡은 집이 무슨 투기 대상이 되나?’하고 생각하는 분은 대한민국 부동산 투기 1번지인 강남 소재 아파트의 수명을 보기 바란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20년 지난 대구의 아파트도 값이 오르면 올랐지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면 된다.


"개혁이란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소박한 원론으로 돌아가는 것""

그렇다면 토지임대부 주택이 정답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공공택지와 일정 규모 이상의 택지에서 공급하는 주택은 모두 이 방식으로 한다는 방침을 확고히 하면서, 초기에는 입주자에게 다소간의 인센티브를 부여하여야 한다. 그래야 주택을 재테크 대상에서 거주 대상으로 원위치 시킬 수 있다. 개혁이란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소박한 원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윤상 칼럼 6>
김윤상(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행정학과 )



(이 글은, 2007년 11월 4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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