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과속과 월권, 위험하다"

평화뉴스
  • 입력 2008.01.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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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교육정책은 불만의 표출 수준..대운하.정부조직 재고해야"


이른바 ‘보수’ 진영이 정권을 잡았다. "좌파 정권에게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뭔가를 빨리 바꾸려고 하고 있다. ‘보수’란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질서로 되돌아가는 데는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 얼마나 급한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각종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정도다.


"인수위는 파악과 준비 업무...정책 내놓는 기구 아니다"
인수위원회는 현황을 파악하고 대통령 취임을 위한 각종 준비를 할 뿐,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기구가 아니다. 법률을 찾아보시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참고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7조에서 정하는 업무를 인용해 둔다.


1.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2.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3.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업무의 준비
4. 그밖에 대통령직의 인수에 필요한 사항

중요한 사항은 대선 공약으로 마련해두어야 하고 일부 그렇게 못한 정책이 있다면 인수위를 예비 내각처럼 구성하여 다루어야 한다.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정책 바꿔서야.."

어떤 경우든 정책은 당파를 위해서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므로 정권이 바뀌었더라도 기존의 정책을 개혁하려면 반드시 다음 몇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기존 정책의 문제가 개혁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지 그리고 개혁안은 그런 문제를 제대로 해소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새로 정권을 잡은 측이 단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종래의 정책을 개혁해서는 안 된다. 새로 내 놓는 정책 중 예를 들어 사교육비를 절감한다는 교육정책은, 불만의 표출일 뿐 문제 해결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책 손본다는 건 큰 실수...정책 변화는 꼭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둘째로, 개혁안이 갖는 문제점을 살펴야 한다.
즉 기존 정책의 장점을 훼손하지는 않는지,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키지는 않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종전의 (정책이 아니라) 정권에 대한 반감이 클수록 이 기준을 무시하고 개혁을 급하게 서둘기 쉽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정책을 손본다고 한 것은 큰 실수였다. 그래도 대운하는 밀고 나간다고 하는데, 물류비용의 절감이라는 정책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는지 여부 외에도 환경 파괴 등 새롭게 야기되는 문제까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셋째로, 정책 전환에 부수하는 비용을 점검해야 한다.
모든 개혁에는 그 자체의 문제점과는 별개로, 단순히 바뀐다는 사실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있다. 새로운 정책을 위한 기술적, 실무적 비용도 있고 새로운 정책에 적응하기 위한 고통, 정치적 저항, 국민의 심리적 부담 등도 있다.

고치는 쪽에서는 '대폭' 개편하면 뭔가 했다는 느낌을 가질지 모르지만, 정책 변화는 꼭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논란이 많은 정부조직 개편도 이 기준에 따라 재고해야 한다. 노예해방을 부르짖던 링컨이 막상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신중을 기했던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집권자의 자기만족이 아닌 ‘국민의 이익’ 위한 개혁을"
인수위의 과속과 월권, 그리고 성급한 개혁은 이번만이 아니라 과거 정권 교체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준비되지 않은 후보가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새로 정권을 잡은 측이 자신의 구상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충분한 사전 준비에 기반을 둔 개혁, 여러 점검사항을 잘 살핀 후 결정한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래야만 집권자의 자기만족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위한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김윤상 칼럼 8>
김윤상(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행정학과 )



(이 글은, 2008년 1월 21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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