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 이젠 법으로 금지"

평화뉴스
  • 입력 2008.03.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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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4월 시행...
윤삼호, "정당한 편의 제공..기업 부담 크지 않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4월 11일부터 시행됩니다"

지난해 4월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고용, 교육, 재화와 용역 제공, 참정권 등 장애인에 대한 직간접적 차별금지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다음 달 11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장애인에 대한 악의적 차별이나 시정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하도록 돼 있다. 장애인단체들은 이 법률이 제대로 시행되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일정부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홍보의 한 고리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지역사무소는 19~21일 대구.경북지역에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설명회를 잇따라 연다. 시행에 앞서 담당 공무원과 관련업무 종사자들에게 법의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열리는 이번 설명회는 19일 대구 달구벌종합복지관에서 대구시와 경북 서.남부지역을 대상으로 먼저 개최된다. 이어 20일에는 안동시보건소, 21일에는 포항시청에서 각각 경북 북부지역과 동부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설명회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정연순 차별시정본부장과 정은 영남대학교 교육학과 조교수, 윤삼호 대구DPI 정책부장이 발제자로 나서 법의 내용과 영향 등을 발제한다.

"장애인 차별은 생활 속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상적인 차별이고, 전 생애에 걸친 차별입니다. 이를 금지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올바른 정착이 절실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법 제정운동에 참여한 윤삼호 대구DPI(대구장애인연맹) 정책부장을 3월 18일 이 단체 사무실에서 만나 법 제정과 관련한 여러 얘기를 들어봤다.

대구DPI  윤삼호 정책부장
대구DPI 윤삼호 정책부장
-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배경과 의의는?

= 장애인은 규모가 가장 큰 소수자 집단이며 장애인 차별은 일상생활은 물론 전 생애 걸쳐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장애인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 조차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열린네트워크'란 단체가 2001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제안에 따라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를 구성했으며 지난 7년간의 투쟁 끝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이끌어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단순히 동정적이고 배려적인 복지서비스의 확대가 아니다. 이 법은 장애인을 복지 수혜자가 아닌 복지의 참여자로서 일어서게 하고, 장애인의 권리가 정당하게 요청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인식의 확대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 법 운용과 절차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 통상적으로 법이 만들어지면 주무부처가 있는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애초에 장애인 당사자들이 요구했던 사항과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는 과정 속에서 주무부처가 조정되고 타협됐다. 그 중 하나가 운용 주체에 관한 것이다. 당초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법의 전반적 사항을 모두 관장하는 걸로 돼 있다가 입법과정에서 주무부처가 국가인권위(진정 접수와 권고), 법무부(시정명령), 보건복지가족부(인권정책 개발)로 삼원화됐다. 진정을 접수받은 국가인권위는 가해자에 대해 '그러지 마라'고 권고를 한다. 법무부는 권고사항을 토대로 차별 여부를 검토,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인권정책 개발 등과 관련해 제반 업무를 맡는다. 즉 '인권위 권고→법무부 시정명령→과태료 부과'의 절차로 운용된다.


- 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별도의 전담 기구가 필요하지 않나?

= 장애인단체들의 애초 요구는 국가인권위와 동일한 위상을 가지는 별도의 독립된 기구를 구성하자는 것이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장애인권 정책을 입안하고, 장애인권을 감시하는 기구로서 '국가장애인위원회'가 그것이었는데, 이는 법령 초안에는 있었지만 국회통과 과정에서 삭제됐다. 대신 국가인권위 안에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를 두어 장애인 권리 구제 관련업무를 맡게 한다.


- 법 시행까지 논란은 없었나?

=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고용, 교육,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을 비롯해 모두 6개 영역에서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사항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게 '정당한 편의 제공'의 대상과 범위, 내용에 대한 것이다. 정당한 편의 제공을 해야하는 기관.단체.시설의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언제부터 제공해야 하며, 어떤 편의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차가 있었다. 정부는 예산 부담을 덜고 시설주 등의 반발을 막기 위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등 기존의 법률에서 정한 내용을 그대로 준용해 범위와 대상을 정했다. 반면 장애계는 최대한 많은 정당한 편의를 제공 받길 원하고, 시설의 범위도 최대한 확대할 것을 요구한다. 작은 차별이라도 제대로 구제 받기 위해서는 시설의 범위 확대와 빠른 단계적 적용, 최대한 많은 정당한 편의 제공이 돼야하기 때문이다.


- 기업의 부담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경제계 반발도 많았는데?

= 미국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 때 같은 이유로 반대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법 제정 이후에 추가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었다는 보고는 없었다. 기업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단순한 개조를 통해 편의시설을 해결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왜소증 장애인을 위해 책상과 의자의 높이를 조절하는 정도만으로도 편의의 내용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법에 따라 적절한 수준에서 편의 제공의 대상과 범위, 내용이 정해지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시행 이후 안정적 정착을 위한 과제는?

= 2006년 12월 13일 유엔총회에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이 통과됐는데 이는 국제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볼 수 있다.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은 국제조약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비준이 돼야만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한 축으로 국제장애인권리협약가 조속히 비준돼야 한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 발맞춰 정부도 다양하고 포괄적인 장애인권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장애인권 개선을 위해 중앙.지방정부가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복지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이 법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시민사회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동등한 시민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 또 그런 인식을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벗고 장애인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더불어 장애인도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차별은 감수해야지'하는 소극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자신의 삶에 적극적으로 할용하고, 자신도 시민의 한 사람이란 것을 자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글.사진 평화뉴스 남승렬 기자 pnnews@pn.or.kr / pdnams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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