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역청산, 한반도 허리가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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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대구 강연
"민족해방 지도자가 집권 못한 나라는 남베트남과 남한 뿐"

'친일파 역청산'.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교양학부)는 이 말로 '분단의 역사'를 짚어갔다. 한홍구 교수는 11월 4일 저녁 경북대 사회대 강의실에서 열린 [2008평화통일아카데미] 강연에서 '청산하지 못한 친일의 역사'를 강조했다.

한홍구 교수는  "2차대전 후 민족해방운동 지도자가 아니라 제국주의에 협력했던 세력이 집권한 건 오직 두 나라, 남베트남과 남한 뿐이었다"면서 "이는 남한이 친일 잔재 청산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친일 청산이 그냥 실패한 게 아니라, 친일 청산을 주장하던 민족주의자가 친일파에 숙청되는  '역청산'이었다"며 "친일청산 실패와 친일파 역청산이 우리 역사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홍구 교수
한홍구 교수
한 교수는 '남북정부 수립을 통해 본 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분단은 '친일파 역청산'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일파 역청산이 일어났고 그 위에 남한 정부가 수립됐다"면서 "친일파를 끌어안은 미군정은 한반도의 사회주의화를 막기 위해 남한에 적극적.폭력적으로 개입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소련 모두 '점령군'의 성격을 갖고 있었으나, 소련은 이미 사회주의로 방향을 잡은 북한에 대해 가만히 놔둬도 될 상황이었던 반면, 미국은 사회주의를 막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38선이 뭔지도 모르던 때였다. 한 나라를 일직선으로 쭉 그어 가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강연 내내  '친일 청산 실패'에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봐주려고 해도 봐줄 수 없는 친일파가 있다. 독립운동가를 잡아 고문하던 친일파. 적어도 그들 만큼은 반드시 청산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청산되지 않았다. 그 결과 민중이 죽어가고 한반도 허리가 잘려나갔다"

"좌.우 대립구도에서도 친일파가 살아났다. 이승만 정권 때 친일파가 ‘좌파 척결’에 나섰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좌.우를 넘어 남북 독립운동세력의 결집을 위해 노력했으나 시기가 늦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 교수는 또, 최근 뉴라이트 계열이 주장하고 있는 '국가 정체성' 문제에 대해, "그들이 말하는 국가 정체성은 '국가보안법 정체성'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 "국가보안법은 초헌법적 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 '통일','민족'을 얘기하는 전교조 교사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많이 받고 있다"며 "앞으로 해직교사들이 얼마나 나올 지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한 교수는, "인혁당과 조작간첩을 비롯한 많은 사건을 다루면서도, 고문하고 조작한 관련자들을 단 한명도 감옥에 보내지 못했다"면서 "정권의 잘못은 나중에 과거사위로 다룰 게 아니라 그때 그때 잘못을 지적해야 하고, 그래야 바르게 고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정권에서 ‘과거사위원회’가 다시 생기면 가장 먼저 다뤄야 할 과거사는 '광우병 쇠고기' 사태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과거사위 경험을 전하며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은 요원하지만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끝으로, "국정원을 개혁하고 검찰을 개혁하고 6.15정신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 통일이든 과거사든 비정규 문제든, 여러분 자신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그 과제를 받아낼 사람을 찾아내고 훈련시키고 만들어야 한다"며 "4년은 금방 간다"고 강연을 맺었다.

이날 강연에는 대구지역 평화.통일운동단체 회원과 경북대 학생을 비롯해 100여명이 참가했다.

[2008평화통일아카데미]는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와 <6.15남측위원회대구경북본부>,<경북대 총학생회>가 마련했으며, 한홍구 교수 강연을 시작으로 11월 20일까지 매주 화.목요일 저녁 7시에 경북대 사회대 132호 강의실에서 열린다. 다음 강좌는 11월 6일이며, 방송인 정재환(한글문화연대 부대표)씨가 ‘방송진행자가 바라 본 남북관계와 북한’에 대해 강연한다.   (문의.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053-254-5615)

[2008평화통일아카데미] 첫 강좌...100여명이 참석해 한홍구 교수 강연을 들었다.(사진.유지웅 기자)
[2008평화통일아카데미] 첫 강좌...100여명이 참석해 한홍구 교수 강연을 들었다.(사진.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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