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없는 MB, '상생' 없는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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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창] 수도권 규제완화, '지방' 만의 피해인가?

수도권 정책을 보도하는 지역신문의 화두가 한쪽으로 치우쳐있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지역의 피해.소외'라는 논리 속에 수도권에는 좋은 것, 지역은 나쁜 것이라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집행과정의 문제점은 있었지만, 가치만은 인정해야 할 참여정부시절 국가균형발전의 화두 즉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 논리는 사라져버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현상을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국토이용 효율화방안' 즉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 발표이후, 전국과 지역의 여론이 극단적으로 양분화 되었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전국일간지와 지역사회를 토대로 하고 있는 지역신문들은 이 정책에 대해 각각 '국가경쟁력 확보'와 '지방 죽이는 정책'라는 화두로 지면을 편집하고 있다.

<매일신문> 2008년 11월 5일자 1면
<매일신문> 2008년 11월 5일자 1면
매일신문은 11월 1일부터 지금까지 1면에 <지방 반발 '불끄기', 설익은 정책 난무>(11월 5일), <푼돈주고, 지방 입막음>(11월 6일)<지역 정치권, 엉거주춤>(11월 7일), <정부, 지방발전대책 '재탕'만>(11월 11일), <수도권大 연구비 작년 1조 8700억> (11월 17일)의 큰 제목을 붙였다.

또, 영남일보도 <지방, 이참에 재원 독립을>(11월 1일), <"지방 국회의원, 단체장 뭐하나">(11월 3일) <"또 지방 비켜갔다">(11월 4일) <약효 빠른 지방대책 내놔야>(11월 5일) <다시 입다문 지역 한나라의원>(11월 7일) 등으로 현 정책에 대한 지역사회 규탄의 목소리를 담았다.

국가발전정책에 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여론대립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6년 지방선거이후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대수도론'을 제기 했을 때, 참여정부에서 수도권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 마다 지면구성 및 기사 내용은 비슷했다.

 '상생'의 가치 없이 수도권만 살리겠다?

여기서 의문을 던져본다.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진정 '지방만의 피해'인가? 이 논리로 수도권 민심을 설득할 수 있을까?

지난 2006년, 기존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즉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된 수도권 규제 강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을 화두로 한 국토균형발전정책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수도권 과밀화'의 문제에 대해 가장 활발한 논의를 펼쳤던 세종대 변창흠 교수는 <수도권 문제와 수도권 정책에 대한 관점과 쟁점>논문에서 "기존의 수도권 정책은 정치와 정서의 문제로 인식되었으며, 과학적 논리가 부족했다"며 수도권 현황에 대한 객관적 사실과 수도권 정책의 파급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변 교수는 △ 수도권 인구 증가율 급증세 △ 국가의 주요 기능 수도권 집중 △ 수도권 교통 혼잡과 환경오염 추세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최병선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위 위원장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토균형발전 전략>에서 국토불균형 실태의 문제점과 함께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을 제시한 바 있다. 몇가지 예를 들면 △ 수도권 인구밀도, 주거 밀도, 차량 밀도, 오염 등으로 인해 교통혼잡비용이 93년에는 2.9조에서, 2002년에는 12.4조원으로 증가했고, 수도권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0조원에 이르며, 상하수도 폐기물 처리 등 환경개선 비용이 4조원(2002년 기준), 서울의 경우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9,600명이 된다고 제시했다.

결국 '상생'의 가치가 빠진 채 수도권만 살리겠다는 현 정부 정책의 폐해는 지방 뿐만 아니라 수도권도 고스란히 안아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역언론은 이 정책이 '수도권 = 수혜, 지방 = 폐해'라는 이분법 논리보다, '지방공동화와 수도권 과밀화'의 화두를 동시에 제시해야만 '국민적 여론'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역 균형발전, 이명박 압도적 1위' ...2006년 10월

그리고 하나 더, 지역 언론이 반드시 체크해야 할 부분이 더 있다. 수도권 정책에 따른 지방의 폐해를 외쳐도, 지역민심이 거기에 호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매일신문> 2006년 8월 31일자
<매일신문> 2006년 8월 31일자
'대수도론'으로 정국이 시끄러웠던 2006년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은 눈길을 끄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가 있다.

"대수도론...4명 중 1명만 들어본 적이 있다
...포항 찬성의견 더 많아"

- <매일신문> 2006년 8월 31일

"지역균형발전에 가장 적합한 대선주자는...
이명박 압도적 1위"
- <영남일보> 2006년 10월 11일

<매일신문>에서 보도한 내용은 '낙동강 경제포럼'에서 대구경북민 6천 257명을 대상으로 '대수도론' 관련 여론조사결과를 8월 27일에 발표한 것인데, 응답자의 25.8%만 '대수도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했고, 포항의 경우 대수도론 찬성(23.3%)이 반대(18.6%)보다 높았다는 점이다.

6월 <매일신문>은 <대수도론 안된다>라는 기획시리즈를 4회나 실었고, <영남일보>도 이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와 사설을 편집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수도론'에 대한 지역민의 인식은 낮았다는 점이다.

 

 <영남일보> 여론조사는 더욱 놀랍다.  2006년 10월 <영남일보>는 창간 61주년을 맞아 대구경북지역 5개 전문가 집단 350명(대구 180명, 경북 17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역균형발전에 가장 적합한 대선주자'로 이명박 당시 후보가 34.0%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했다. 대구경북 기업인, 공무원, 법조인, 교수, 시민단체 간부로 구성된 전문가 350명의 판단이라고 한다.

<영남일보> 2006년 10월 11일자
<영남일보> 2006년 10월 11일자

당시 이들이 무엇을 근거로 '균형발전에 가장 적합한 인물 = 이명박'으로 판단했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발딛고 있는 2008년 현실을 봤을 때, 대구경북지역 전문가들의 사고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상생'의 가치가 사라진 여론몰이, "수도권 정책 발표 → 지역유관 단체 규탄 → 지역언론 중계, 국회의원 규탄, '지역폐해' 집중 보도 → 잠잠, 지역사회 설득논리 부족”"등의 쳇바퀴가 벌써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조금은 차분해지자. 수도권 정책의 폐해를 '상생'의 가치로 다시 한번 점검하고, 언론이 제시한 화두가 지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체크하자.

그래야만, 청와대 관계자들, 국회의원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민심을 무서워하게 된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5]

허미옥(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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