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적 시각에 예술적 농담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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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독일 현대미술가 '시그마 폴케 - '미지의 세계에서 온 음악' 展

독일 현대미술화가 시그마 폴케(Sigmar Polke 1941~)
독일 현대미술화가 시그마 폴케(Sigmar Polke 1941~)

독일의 현대미술작가 시그마 폴케(Sigmar Polke 1941~)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경북대 미술관에서 '미지의 세계에서 온 음악'이라는 타이틀로 열리고 있다.

주한 독일문화원이 주선해서 열리게 된 시그마 폴케의 이 전시회는, 올해 서울대 미술관(5월~8월)을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8월~10월)을 거쳐 이 곳 대구에서 열리게 됨으로써 시민들에게 독일의 현대미술 흐름을 짐작해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되고 있다.

이 번 전시에서는 주로 96년도 과슈 Gouache 작품들 40점이 전시중인데 과슈란 수채화 물감에 고무를 섞어 불투명한 효과를 내는 재료기법을 의미한다.

동독 출신으로 전후의 어려운 환경 속에 태어나 성장한 그는 뒤셀도르프로 옮겨와 꾸준히 작업을 해왔고 이후 60년대 초 팝 아트적 이미지들을 빌려와 소비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던지는 작업들을 계속 해오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팝 아트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실크 스크린의 망점 이미지들과 과슈물감을 사용해  물감을 자유롭게 흘리는 드리핑 기법을 쓴 이미지들, 삽화를 연상시키는 드로잉 이미지들이 자유롭게 섞여 다층적인 화면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보다 실험적이고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들을 전달한다.

시그마 폴케, <숯을 한 덩이 집어넣으면 꽃병의 물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 과슈, 1996
시그마 폴케, <숯을 한 덩이 집어넣으면 꽃병의 물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 과슈, 1996

특히, 그의 작품제목들은 다소 엉뚱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보여지는 글귀들을 작품과 연관시켜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관습적 시각에 이른바 예술적 농담을 걸고 조롱을 가한다. 예를 들면 <숯을 한 덩이 집어넣으면 꽃병의 물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란 식의 제목들은 실은 그 작품의 형상이나 이미지들과는 거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든 제목이다.

폴케의 화폭에서 나타난 이미지들은 대부분 중첩적으로 겹쳐져서 화면으로 드러나고 다층겹으로 보여지면서 관람자들의 단일하고 온전한 시각적 화면 파악을 방해하고 저지한다.

시그마폴케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경북대 미술관 전시장
시그마폴케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경북대 미술관 전시장
즉, 그의 작업은 관람자들에게 친근한 대중매체의 이미지들을 사용하여 호소력을 더하면서도 불투명하고 모호한 망점 이미지들과 색채들의 얼룩 이미지들을 화면에 덧입힘으로써 더욱 깊고 애매모호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현재 생존해 있으면서 여전히 활동중인 세계적 작가의 전시회이자 현대독일미술의 흐름을 나름 가늠해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되리라 여겨진다.

올해가 다 가기 전 한 번쯤 관람하면서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폭을 키워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관람료는 무료. 관람문의는 경북대 미술관 950-7968. 





[평화뉴스 문화현장 9] 
글. 최창윤(예술마당 솔 사무국장) / 사진. 경북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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