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영화인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현장] <대구&영화2>...대구독립영화협회, 모션&픽쳐

지난 호에서는 대구에 과연 영화 인프라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중심으로 제작과 배급 등의 현실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대구영화의 명맥을 이어가는 흐름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호를 시작으로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감독을 중심으로 한 제작인력과 단체, 주요 제작작품(전국경쟁영화제 본선 이상, 국제영화제 초청작 등)과 이러한 제작이 지속될 수 있게 배급과 상영, 영화정책 등을 지원하는 인력과 단체 등에 대해 연재를 계속하고자 한다.


■ 대구독립영화협회

대구독립영화협회 창립대회(2000.3)
대구독립영화협회 창립대회(2000.3)

지역 영화 제작이 한 두 차례 간헐적으로 있어온 것은 2000년 이전에도 있어왔으나 지속적인 흐름이나 하나의 조직적인 지역 영화제작으로 명맥을 이어온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흐름은 2000년 3월 대구독립영화협회의 창립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는데, 이들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극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해온 지역 인력들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협회를 창립하고 독자적인 활동을 이뤄나갔다는 점에서 지역의 영화제작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들은 정관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들의 활동목적을 밝히고 있다


제3조(목적) 본회의 목적은 영화 제작 및 배급, 연구를 사업으로 하는 개인 또는 단체들이 연대함으로써 대구, 경북의 영화 제작과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4조(사업) 본회는 제3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음의 사업을 한다.
1. 대구, 경북 영화제작 기반여건 조성
2. 대구, 경북 영화제작 지원사업
3. 대구, 경북 영화배급, 유통에 관한 구조개선 사업
4. 대구, 경북 영화정책 개발 및 연구사업
5. 대구, 경북 영화인의 정보교환과 의사전달 역할
6. 대구, 경북 영화의 자료수집과 영상미디어센터 설립
7. 영화인과 일반관객을 위한 영상교육사업
8. 표현의 자유 신장을 위한 사업
9. 회원 상호간의 친목 도모 및 복리증진 사업
10. 대구, 경북 영화진흥을 위해 관련 사회문화단체와의 공동연대사업
11. 기타 본회의 목적달성에 필요한 사업

위의 목적을 통해 대구지역에서의 영화제작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아울러 창립선언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며 지역에서 어떤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자 함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구독립영화협회를 건설하며...

60년대 영화사 통폐합 조치이후 대구의 영화제작은 맥이 끊겨왔다. 물론 그 간에 대구영화제작을 위한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노력들은 영화제작환경과 시장에 대한 경험과 정보가 부족하여 의도한 성과를 남기지 못하였거나, 개인적인 작업으로 그치고 말았다. 대구의 영화제작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일은 한두 편의 장편영화제작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구영화 제작문화를 다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화려하고 일시적인 영화의 제작이 아니라 뿌리에서부터 시작하는 영화 인력의
생산과 생산된 영화 인력들에 의한 지속적인 영화제작일 것이다.

우리는 젊은 독립영화의 정신으로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다.
독 립영화는 경제적 독립이나, 검열로부터의 독립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자유이듯이, 독립영화는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혹은 영화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스스로가 세운 그 무엇을 위해 부단히 준비하고 노력하는 영화다. 스스로의 필요성, 목적성에 의해 영화를 만들어갈 때, 그것은 단순히 오락적이지 않고 상업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 안에서 영화는 제작자와 관객,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영화를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 과정은 치열한 자기정제의 과정이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며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하는 독립영화다.

대구에는 영화를 만들어왔거나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지금 여기라는 전제 속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위한 연대다. 자신을 단련하며 서로에게 자극이 되며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단단한 연대다. 대구독립영화협회는 충분히 여건이 갖추어진 속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다. 그 여건마저 함께 만들어 가야하며 오히려 이것을 만들어가기 위해 출발하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함께 가고자 한다.

                2000년 3월 17일

정관과 목적에서 지역에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소통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여기에 충무로 영화인들의 연합체인 영화인회의에서는 다음과 같이 화답하며 연대의 뜻을 표하고 있다.

대구의 현장영화인과 시민들이 중심으로 별도의 기구를 마련한 것은 넓게는 중앙과 지역 간의 연대,정보의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측면 외에도 영상제작문화의 뿌리를 지역에서 준비하는 발걸음이라는 의미도 크다고 봅니다. 문화적으로 척박한 대구의 상황에서 [대구독립영화협회]의 창립은 지역의 영상문화 활성화란 점 외에도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식의 영상물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제작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영상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지역에 결집시켜 인적 물적 재원의 지역 외 유출방지와 영상문화의 메카로 250만 대구의 입지를 확고히 마련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클 것입니다.
- 영화인회의 사무총장 명계남

이러한 흐름을 골간으로 2000년 이후의 대구 영화제작의 정신이 이어져왔다고 볼 수 있으며 이외에도 조직되지 않은 개인에 의한 영화제작이 이루어져 왔다. 다음 호부터는 이 부분을 포함하여 다루고자 한다.

■ 모션& 픽쳐

독립애니메이션 제작단체 모션&픽쳐는 한국독립애니메이션의 초창기 큰 활동을 한 단체일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중심으로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창립한 단체로 대구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으며 한국애니메이션 역사의 한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97년 창립한 모션&픽쳐는 단편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실험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장을 열려고 노력하였고 2D 애니메이션, 3D 애니메이션, 스톱모션, 페이퍼 애니메이션, 페인팅 온 글래스 기법 등의 다양한 기법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였다. 2000년 대구독립영화협회의 창립과 함께 애니메이션 제작그룹으로 합류하였고 개별 작가들의 화려한 수상경력을 필두로 2001년부터는 KBS2 TV 'TV동화 행복한세상'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작품제작을 위한 원활한 환경과 배급구조의 미비 등으로 인해 2006년 십년의 역사를 끝으로 활동을 마감하고야 말았다.

이들의 주요활동과 작품경력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활동하고자 했던가를 살펴볼 수 있다.

< 모션&픽쳐 활동 연혁 >

1997년 인디포럼 상영
1997년 동아LG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한국독립애니메이션 작가 특별전 상영"
1997년 춘천만화축제 상영
1998년 인디포럼 상영
1998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상영
1998년 한국단편애니메이션 모음 비디오 출시
        (수록작 : 못 , 생존 , 뱅크 , THE SEE , YELLOW)
1998년 한국 단편 애니메이션 전국상영 페스티벌
1998년 서울국제만화페스티발 독립애니메이션 부스참가
1999년 모션&픽쳐 전시 (1FRAME) 문예진흥기금
1999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주최 창작애니메이션지원 공모 선정
        (AUTO 전하목 2001년 앙시 본선진출)
2000년 한국방송대학교 삽입 애니메이션 제작
2000년 애니마포럼 영화제 상영
2001년~ KBS2 TV  'TV동화 행복한세상' 애니메이션 제작

- 작품 프로필

'욕망' 제작감독 : 손영득 / 서울국제만화페스티발 본선. 97 동아LG 초청상영.

'못' 제작감독 : 손영득 / 서울국제만화페스티발 본선. 97 동아LG 초청상영

'생존' 제작감독 : 손영득 / 인디포럼97 상영. 97 서울국제만화페스티발본선상영. 98 부천판타스틱 영화제 오프시어터. 2000 광주비엔날레 영상전 상영

   
▲ (왼쪽부터) YELLOW - 전하목 감독 / AUTO - 전하목 감독 / THE SEE - 조중현 감독

'YELLOW' 제작감독 : 전하목 / 97 서울국제만화페스티발금상수상. 98 부천판타스틱 영화제 오프시어터. 2000 광주비엔날레 영상전 상영

'AUTO' 제작감독 : 전하목 / 2001년 앙시애니메이션 페스티발 본선. 2001년 인디포럼. 2001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THE SEE 제작감독 : 조중현 / 1999년 테헤란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발 초청

(왼쪽부터) BANK - 조중현 감독 / 병아리 - 전영신 감독
(왼쪽부터) BANK - 조중현 감독 / 병아리 - 전영신 감독

BANK 제작감독 : 조중현 / 97 춘천 만화축제초청 상영. 97 서울국제만화페스티발본선 상영. 98 인디포럼 상영 98 부천판타스틱 영화제 오프시어터

병아리 제작감독 : 전영신 / 2000년 대구단편영화제 본선. 부천대학생애니메이션 페스티발 초청

이상으로 제작단체를 중심으로 대구영화제작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대략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제작에 방점을 두고 활동해온 이들의 활동은 그 자체로 성과와 한계를 평가해볼 수 있으나 이 부분은 자신들의 몫이라 할 때 보다 중요한 점은 서울을 제외한 여타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자적인 세력과 지향으로 지역영화를 만들어가려했던 노력과 열정에 있다. 상업영화가 아니라 작가의 창작정신이라는 중심을 잡고 활동한 이들의 노력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활동은 시대적 사명을 다한 경우나 새로운 방식으로 그 지향을 이어가는 경우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나 앞으로도 지속시켜나가야 할 분명한 이유가 존재하고 이러한 목표에 동의하고 활동하는 흐름이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필자 역시 이 대의에 동의하며 십여 년 활동을 지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변함없는 활동을 할 여건과 의지를 확보하고 있기에 성과가 느리게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 전망은 언제나 밝고 희망적이라 하겠다. 새해부터는 개개인의 활동을 중심으로 대구지역 영화제작의 역사와 현황을 살펴보고 새로운 희망의 대구영화를 개척해 보기로 하자.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