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도 “전쟁반대! 파병반대!”

평화뉴스
  • 입력 2004.06.1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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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성서공단 이주노동자, 파병반대 집회
..."이라크는 우리 이웃, 평화의 연대를"



◇ 대구시 달서구 성서공단 이주노동자들이 집회를 열어 [전쟁반대, 파병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라크 파병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오늘(6.13) 대구에서는 성서공단의 이주노동자들이 파병반대 집회를 열어 큰 관심을 모았다. 이주노동자들이 전쟁반대와 파병반대 집회를 열기는 전국에서도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 오후 5시 달서구 성서에 있는 와룡공원에서 ‘전쟁반대, 파병반대 이주노동자 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오늘 결의대회는 성서공단 이주노동자들을 비롯한 한국인노동자와 성서공단노조원 등 6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성서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 대부분이다. 이들은 “미국군이 이라크 포로들에게 고문과 학대를 가했다 소식에 충격이 컸다”며 “이웃나라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괴로워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파병반대 집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어느 이주노동자는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도 힘있는 사람에게 무시당하고 힘들게 사는 우리들과, 강대국인 미국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라크 국민들이 다르지 않다"며, 특히 "우리가 일하고 있는 한국에서 이라크로 군대를 보내는 것은 더욱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노동자들은 오늘 집회에 각자 자기 나라 언어로 쓴 피켓을 들고 나와 ‘파병반대, 전쟁반대’를 외쳤다. 이들은 노래공연과 자유발언대 등에 이어 거리행진에도 나섰는데, 행진 중간에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총소리와 함께 행진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쓰러지고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 천이 그 위를 뒤덮자, 시민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또, 집회 마지막에는 평화를 꽃피우자는 의미로 사람들에게 꽃을 나눠주기도 했다.

와룡공원 근처에 살고 있는 60대 이모씨는 "평소에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자주 보는데 이들이 파병반대 시위에 나선 것을 보니, 한국의 이주노동자 문제와 이라크의 포로학대 문제가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며 "앞으로 이런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성서공단노동조합 김용철 위원장은 “오늘 집회는 한국에서 홀대받는 이주노동자들이 힘없는 이라크 민중과 연대하겠다는 역사적 선언이라 할 수 있다"며, "가장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연대, 평화의 연대"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pnsun@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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