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비리, “대학 개혁이 필요하다”

평화뉴스
  • 입력 2004.06.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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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률의 시사칼럼 18>.
"독선과 전횡...지역 대학도 학내 민주화.개혁 이뤄야”



지난 11일,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놀라운 통계자료를 하나 발표했다. 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교육부의 종합감사를 받은 38개 사립대학에서, 횡령 또는 부당 운영으로 발생한 손실액이 무려 2,017억 5,44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연도별로 보면, 1999년에는 7개 대학에서 587억원, 2000년에는 7개 대학에서 134억원, 2001년에는 11개 대학에서 388억원, 2002년에는 6개 대학에서 258억원, 그리고 2003년에는 8개 대학에서 649억원의 손실액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 대학에서 100억원 이상의 손실액을 기록한 곳도 무려 6개 대학이나 됐다고 한다. 서일대는 모두 395억원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발생시켰고, 계명문화대는 279억원, 숭실대 231억원, 극동전문대 211억원, 우석대 136억원, 대구예술대 105억원 등이었다. 부끄럽게도 6개 대학 가운데 2개 대학이 대구권에 소재하고 있다.

금년에 들어와 불거진 동해대학교 사태도 보통 일이 아니다. 1995년 6월부터 작년 말까지 무려 308억원을 학교 회계에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 교비 횡령에 연루된 전 총장에 대해서는 파면을, 사무처장을 포함한 간부 4명에 대해서는 해임을 결정했다. 교수들은 지금도 임시이사 파견을 요구하며 총장실에서 농성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위의 통계와 동해대 사례가 사학 비리를 둘러싼 진실의 일부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확신컨대 교육부의 감사로부터 비켜 서 있는 다른 많은 대학들에서도 그 못지않은 비리와 부정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숱한 대학들에서 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재단의 비리와 부정을 고발하며 교육부 감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감사인력 부족을 이유로 들며 감사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부정과 비리와 독선과 교권유린으로 황폐해져 있으면서도 문제제기가 아예 불가능한 대학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 감사팀에나 사회 여론에 문제제기하는 것조차도 교수직을 내놓거나 퇴학처분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최소한도의 민주주의까지 압살되어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대학 위기...“대학 정신의 위기, 도덕성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대학 개혁...“부정.비리 척결과 엄격한 직업윤리로 민주주의 세우는 것이 핵심”


지금 대학가는 위기론으로 들끓고 있다. 신입생 모집의 위기, 재정위기, 경쟁력 위기, 학생취업 위기, 교수위기 등의 담론이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대학 위기의 핵심은 ‘대학 정신의 위기’, ‘도덕성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에 있다.
양질의 연구와 교육, 그를 통해서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사학 재단, 대학 경영을 돈 빼가는 수단쯤으로 여기는 학교 모리배, 부정과 비리에 둔감한 대학 행정, 절대 권력에 대한 눈치보기와 굴종만이 팽배해 있고 문제제기와 토론은 아예 불가능한, 사실상의 죽은 대학상이 혹가다 만나는 예외가 아니요, 비일비재한 일상사가 되어 있는 것이다.
어느 조직보다도 부도덕하고 봉건적이며 반민주적인 대학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 우리의 고등교육 현실인 것이다. 심지어 누구보다 정의감과 사회윤리에 민감해야 할 교수와 학생까지도 비리 재단과 유착해 있거나 적당하게 공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 개혁을 요구받는 곳이 너무도 많고, 거기다 시급하게 개혁되어야 하는 곳이 어디 하나 둘이겠는가마는, 대학은 언론과 더불어 서둘러 개혁되어야 할 매우 절박한 개혁 과제라고 필자는 본다. 둘 모두 중요한 공적(公的) 역할을 맡고 있고 우리 사회의 도덕과 정신을 직접 다루는 기관이자 우리 사회의 건강을 종국적으로 책임져야 할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개혁과 언론개혁의 핵심은 내부의 부정과 비리를 척결하고 엄격한 직업윤리를 세워내며 내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데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대구경북에는 비리로 몸살을 앓았거나 지금 이 시간에도 각종의 비리와 전횡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대학들이 너무도 많다. 이미 비리와 독선과 전횡을 뚫고 현재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의 대학들, 예컨대 영남대학교, 대구대학교, 대구미래대학, 대구예술대학교 등에서도 구재단 관계자의 끊임없는 복귀 기도와 그를 지원하는 제도권 안팎의 토호세력들로 인해 대학의 민주적 발전이 일상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기조차 하다.
뿐만 아니라 오랜 대학민주화운동이 좌초했거나 대학민주화운동을 아예 꿈도 꿀 수 없는, 무늬만 대학인 곳에서 노예처럼 무릎꿇고 사는 교수, 비리 재단에 빌붙어 곡학아세하며 호위호식하는 교수, 생계의 위협과 교권유린에 신음하는 교수, 교육정의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다 쫓겨나는 교수와 학생들이 우리 지역에는 너무도 많은 것이다.

‘학문의 도시’, ‘교육 도시’, ‘선비의 고장’이라는 자랑이 부끄럽게 다가온다. 대학의 개혁과 도덕성 회복, 그리고 민주주의 복원에 대학구성원의 노력과 사회적 관심이 모아져야 할 때다.

홍덕률(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대구대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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