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다이옥산, "우리집 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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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수지역 늑장보도..시민이 원하는 '우선적' 정보와 달랐다"

낙동강 원수가 정수장까지 오는 시간은?
매곡, 두류 정수장에서 여러 가지 공정을 거쳐 우리 집까지 오는 시간은?
대구지역 8개 구군지역에 공급되는 물은 어느 정수장에서 오는가?
외식이 잦은 나는 사무실 근처 식당의 수돗물이 안정한지 궁금하지만 정보가 없다.

지난 14일부터 대구를 뜨겁게 달구었던 낙동강 오염사태. 이번 낙동강 오염사태를 일자별로 정리해보면 △ 12일 왜관철교 지점에서 1,4다이옥산 기준치 이상 검출, △ 16일 1.4다이옥산 오염으로 대구 두류정수장 취수 중단, △ 20일, 대구 매곡정수장에서 권고치 초과한 1.4다이옥산 검출 등이며, 대구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21일 정수장별 급수지역 안내 자료가 공지되었다.

1.4다이옥산...언론은 '원인.대책' / 시민은 "우리 집 물은?"

지역언론은 연일 낙동강에서 1.4다이옥산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토되었다는 사실과 오염발생 원인, 대구시 및 관계당국의 늦장대응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또한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뿐만 아니라 이들의 즉각 행동 즉 생수판매 급증과 붐비는 약수터 풍경을 기술했다. 

이 사안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과, 위험에 노출된 시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정보에는 일정정도 차이가 있었다. 취재 기자들은 문제의 원인분석 및 대안마련에 무게를 두었던 반면에 시민들은 우리집에서 식수 뿐만 아니라 생활용수인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도 무척 궁금했을 것이다.

1월 16일 뉴스데스크
1월 16일 뉴스데스크
대구 전체 공급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대구두류정수장이 지난 16일 취수를 중단했지만, 해당 정수장 물이 어느 구.군 동네까지 공급되는지 알려주는 곳은 없었다.

<KBS><MBC><SBS>등에서는 전국 뉴스로 <대구정수장 다이옥산 상승, 두류정수장 취수 중단>기사를 내보냈고, △ 가창, 운문댐 물 등으로 대체할 예정 △ 1.4 다이옥산은 끓이면 제거된다는 내용만 내보냈다.

 

그나마 <영남일보>가 17일 1면 머리기사로 <‘다이옥산 수돗물’ 알고도 마실판>을 통해 사안의 심각함을 전했지만, <매일신문>은 이 마져도 보도하지 않았다.

<영남일보> 1월 21일자 신문 1면
<영남일보> 1월 21일자 신문 1면

결국 대구 전체 수돗물 57%를 공급하는 매곡정수장에서 권고치를 초과한 1.4다이옥산이 검출된 20일 이후에서야 각 정수장에서 수돗물이 공급되는 지역이 공개되었다. 두류정수장 취수 중단이후 5일만이었다.

대구 KBS는 20일 뉴스9 「매곡정수장도 초과」를 통해 ‘매곡 정수장 급수지역은 달서구, 서구, 북구, 중구, 달성 5개 구군‘임을 밝혔다.

<대구KBS> 1월 20일 뉴스9
<대구KBS> 1월 20일 뉴스9


다음날인 21일 대구상수도사업본부와 대구시청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수계조정에 따른 정수장별 급수구역 안내>를 내보냈고, <영남일보>와 <대구MBC>는 각각 21일 <“중서남북달서구 수돗물 끓여드세요>, <낙동강물 마시는 지역은?>등을 보도했다. 

정수장별 급수지역, 언론은 왜 빨리 전하지 않았을까?

언론은 연일 ‘수돗물 공포가 되살아 난다’며 시민들의 불안감을 전했고, ‘수돗물을 끓여 마시면 괜찮다’는 대구시의 대책이 ‘한계가 많다’며 비판하고 나섰지만, 정작 이 상황이 대구시민 전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특정 지역에 한정되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는 소홀했었다.

‘우리집 수돗물은 못믿겠다’며 생수를 구입하고, 약수터를 찾는 시민들도 있지만, 외식이 잦은 직장인들은 식당에서 조리용으로 사용하는 수돗물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정수장별 급수지역은 비밀리에 숨겨진 정보가 아니라, 대구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가장 구석 <급수구역안내>에는 대구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5군데 정수장 (두류, 매곡, 공산, 고산, 가창정수장)과 수돗물 공급지역이 동별로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물론 낙동강오염사태 초기에 상수도사업본부에서 <급수구역>에 대해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띄우는 등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지만,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지 못한 언론 또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민이 원하는 '우선적' 정보 전달도 언론의 주요한 역할

현재 언론은 대구시 및 관계기관에 대해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들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참에 언론에서도 ‘위기사항 보도매뉴얼’을 함께 만들어보면 어떨까한다.

대형 이슈가 터질때마다 지역언론뉴스는 일정정도 공식을 가지고 있었다. ‘상황 전달, 시민들 공포확산, 관계당국 늑장대응, 원인 분석, 해결책 실효성 없어, 인재’등. 물론 이런 형식의 보도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을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우선적으로 원하는 정보, 위기상황에서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행동방침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도 언론의 주요한 역할일 것이다.

 
 

 

 

[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5]

허미옥(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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