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얼마나 소중한 지 자식들에게 가르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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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 창간 5년>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시국강연' 전문.."역지사지 못하는 지도자"

평화뉴스 창간 5년,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시국강연
2009년 2월 26일(목) 저녁 6-8시. 대구MBC 7층 강당

-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시국강연,
이명박 정부 1년, 대북정책 평가와 제언 -


자랐던 고향에 오니 마음이 무겁다. 지난 날 과거를 생각하면 호남가서 강연하면 사람들 눈에 불이 났는데 고향에 오면 사람들이 많이 안왔다. 오늘은 많이 오셔서 감사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부 1년이고 MBC 파업하고...(남북관계 정상화) 무거운 주제다.

"94년보다 더 심각..무력충돌은 엄청난 재앙"

우리는 2중으로 고생하고 있다. 경제적 살림 고통도 있지만 그기에 더해서 남북관계가 최악이다. 군사적 긴장이 어느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위기의 먹구름이 우리 앞에 있다. 20세기는 세계적으로 탈냉전으로 끝났다. 그런데 유일한 나라, 한반도는 냉전에 관한 한 아직 20세기에 살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위기 경제 위기 극복 위해, 냉전시대에 개발한 미국의 무기 사용에 관한 비용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 비용을 경제회복에 쓰겠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는 절박하다. 한마디로 지난 한세기동안 온갖 악조건 속에 오늘의 성과를 이뤘다.

1994년 봄에 한반도가 심각했다. 그런데, 그 사태 심각성 경험하고 나서 요즘 사태 보니 더 심각하면 했지 덜하지 않다. 그 때, 미국 카터 전 대통령이 하는 말이 "한반도에 전쟁국면으로 갈뻔했는데" 했다고 한다. 1994년 군사비용은 지금 환율로 따지면 150조 정도다. 14~5년전 카터 사건을 기억하는 저로서, 2009년 남북간 무력충돌이 있다면 엄청난 재앙이 올 것이다고 생각한다. 20세기 초반에는 일본 억압, 갖은 고생많이 하다가 전범국인 일본은 온전한 통일국가로 있고, 우리는 분단이 돼 남북간 냉정을 보내고 있다. 그 인명과 재산 피해를 생각해 봐라. 엄청나다.

"정말 뒤로 돌아가버렸다"

전범국인 일본은 통일돼 있는데 우리는 왜 분단이 돼야 하는가. 그 사이 일본은 경제 대국으로 섰다. 우리는 동족끼리 피 튀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정치적 후진국으로 세계에 조롱거리가 많이 됐다. 그러다 불과 20년전 함석헌 선생 강연 때 "선생님 우리는 언제 이런 후진국 불명예를 벗어버릴 수 있나. 우린 언제 선진국이 될 수 있겠나" 물었을 때, "한국이 세계 후진국이지만 언젠가 하나님이 뒤로 돌아가 하면 우리가 일등된다" 하시더라. "언제 뒤로 돌아가야 합니까' 물으니 "나도 모르지" 하시더라. 근데 정말 뒤로 돌아가버렸다.

탈냉전하면서 정보화됐다. 그 인프라를 잘 활용하고 있다. 네티즌은 붉은 악마, 선거혁명, 촛불을 주도하고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많은 지식을 얻어 나름대로 역사.세상을 판단하는 세대가 생겼다. 정치적으로 참여민주적이며, 이는 우리가 최고다. 함 선생님은 농담처럼 "뒤로 돌아가라"고 하셨는데, 지금 우리는 여러 지표상 선진국으로 돼 있다. 근데 정치인들만 모른다.

백인 앞에 주눅드는 시대는 지났다. 성장 많이 했다. 한반도에서 '무력'이 생긴다면 하루 아침에 이 성취가 잿더미로 변할 것이다. 절대로 한반도에 전쟁이 나선 안된다. 절대로 지켜야 할 가치다. CNN 자막에 "인권이 경제위기를 대체할 수 없다"고 나왔다. 인권이 중요한 것 만큼 경제위기 극복도 중요하다. 근데 전쟁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인권의 최악의 상태가 전쟁이다.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된다.

"통미통남은 삼각관계...북은 '최고위' 선언이 가장 중요"

지난 10년간 남북관계를 요약하면, 김대중.노무현 정권 초기 때도 남북관계가 좋지 않았다. DJ 때는 북한이 햇볕정책을 이렇게 생각했다. "웃어가면서 우리를 흡수할려 하는구나". 서해교전도 있었고 어려웠다. 노무현 정권 때도 초기 6개월은 남북관계가 쌀쌀했다.

그런데, 핵 문제와 남북간 경협과 교류협력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입장 밝히자 변화가 생겼다. 남북 간에는 '핵'과 관련없이 남북간 교류협력은 강화해야 하는데, 통일부가 중심으로 해야 하는데, DJ와 노무현 정권 때는 병행하면서 풀려고 했고 그렇게 풀렸다. 그로 인해 6.15선언이 나왔다.

그 전까지는 북이 남에 대해 '봉남'하고 미에 대해선 '통미'했던 게 사실이다. '통미통남' 되면 남.북과 미국 삼자간에 삼각관계가 된다. 지난 10년간 DJ와 노무현 삼자 관계가 '상생관계'로 바뀌었고, 그를 담보하는 게 6.15와 10.4선언이다. 북한 체제에서는 4가지 선언 가운데 최고위가 한 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10여년 남북관계, 지금이 최악"

왜 북한이 이 두선언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보는 지를 인식해야 한다. 지금 군사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지난 10여년 남북관계 가운데 지금이 최악이다.

한달 정도 후면 '위성'인지 '미사일'인지 발사 가능성이 있을 거다. 만일 지금 정권이 아니고 지난 정권이 지속됐다고 가정해보자. 이런일이 생겼겠나. 10.4선언 이행할려고 할 것이다. 뭐가 잘못된 것인지 대답이 나온다. 지난 1년 MB의 대북정책 자체가 심각한 위기를 갖고 있어 오늘 위기가 왔다.

제일 문제점은 '애니띵 벗 클린턴'(Anyting But Clinton.부시 행정부가 집권하자마자, 빌 클린턴 행정부 모든 정책을 뒤엎고 부정한 것을 비유)이 이명박 정부에게도 있는 것 같다. "노무현 정책은 절대 하지 마라". 이명박 정부는 이것이 굉장히 강했던 것 같다. 인수위 때 통일부를 없애려 했다. 그 이유는 '퍼주기' 주무 부서가 통일부라고 생각했고, 그 통일부를 외무부 산하에 두면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역지사지' 못하는 지도자

2007년 후반기에 적십자총재로서 북측을 만났을 때, 북측 사람들이 "누가 남측 대통령이 되냐"고 물었고 "이명박이 될거 같다"고 했다. 북측 사람들이 "그 사람이 되면 어쩌나" 했다. 1년 지나보니, "남.북문제를 국제적 관계로 풀겠다"는 것을 북에서는 '대남강경책'을 쓰는 것으로 본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두 선언(6.15,10.4선언) 언급 없이 남북기본합의서만 언급했기 때문이다.

평양은 신 정부(이명박 정부)에 대해 '속내가 저거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남측을 비난했다. 그 때 MB 주변 전문가들이 "퍼주기 하는 놈들 나쁘다. 버릇 고쳐라"고 했다.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 사태를 냉정하게 통찰하지 못했다. 남북간이 냉전을 반복하는 이런 상황에서 역지사지 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북, 남측의 '적의'를 간파했다.

MB는 인수위 때부터 '역지사지'와는 정반대였다. '비핵개방3000'?, 북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불신상태면 말이 아름다울수록 추악하게 보인다. 게다가, MB정부가 지난 1년간 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너무 상황 인식이 안일한 것 같다. 퍼주기가 낭비라고 생각했고, 버릇도 좀 고쳐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깐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이 진솔된 자기 고백 절대로 안한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다'?, 뒤집어 말하면, "아무리 위협해도 우린 꼼짝도 안한다. 지쳐서 떨어질 것이다"는 말이다. 이 말 뒤에 숨어있는 남쪽 정부의 저의와 적의를 북이 간파했다.

자기 밑에 있는 각료들을 적절히 써야지, "기다리는 게 전략이다" 이런 말은 나오면 안된다. 또,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는 원칙을 고수한다"고 하는데, 무슨 원칙이고 하니 '강경원칙'인 것 같다. 냉전강경원칙, 이런 걸 보면서 나는 오히려 이렇게 생각한다. 부시는 처음에 근본적인 확신을 가지고 북을 '악'으로 봤다. 선택은 없다. 박멸하는 것 밖에. 그런데 2기에 와서 바꿨다. 악의 축으로 봤다가 대화쪽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부시가 대북정책을 바꿨을 땐 너무 늦었다.

'통미봉남'에서 ''통미타남'으로

이명박 정부가 부시에게 배우길 바란다. 두 사람 다 근본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이다. 부시가 너무 늦게 정책을 바꾸니 까 실효가 없다. MB는 늦지 않았다. 이제 일년이니 바꿔야 한다.

북 당국이 미사일.위성 발사준비를 한다는 걸 공식적으로 확인해주는 상황에서, 북은 '통미봉남'을 바꾸는 게 아니라 '통미타남'으로 바꿔지고 있다. '타남'은 무력충돌이 이뤄질 수 있다. 게다가 남북관계가 이토록 위험에 빠진 이유는 대북비난 선전물을 뿌려 북에 준 자극이 컸던 것 같다. 이 정부가 관리를 못하고 실효성 있게 잘 다루지도 못했다.

'힐러리 순방'의 의미

오바마 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구체화 되지 않는 상황에서 힐러리가 순방했다. 순방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오바마는 아시가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첫 국무장관이 유럽에 안가고 아시아에 왔다.

동북아 세 나라 중.일.한국. 두 나라는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우리는 왜 그런가. 우리는 엄청난 정치 선진국으로 발전했다. 미국은, 동북아 세 나라와 지구상에서 이슬람 인구가 많은 자원 잠재국 인도네시아를 전략적으로 순방한 것이다. 순방하면서 클린턴 장관은 네 나라와 기존 우호 관계를 더 다지는 쪽으로 한 것이다.

힐러리가 왔을 때 많은 이들이 일희일비 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 북핵 문제에 대한 전략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후계자 문제가 불확실할수록 강자가 건재할 때 핵문제를 확실히 풀어야 한다.

남북 악화의 원인은 '적대적 공생'

93년 '정상회담'했으면 남북관계가 굉장히 좋아졌을 것이다. NPT(Nonproliferation Treaty.핵확산금지조약 ) 탈퇴, 결국 핵문제 터져 강경파 때문에 YS가 정상회담을 못했다.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 우리와 관계 좋게 해 얻어낼 게 많다. 기후협약과 금융위기 극복 등. 가설이지만, 북한 정부가 앞으로 최고인민회의 선거 앞두고 미사일 발사할 때 미국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확실한건 위성이든 미사일이든 미국 본토를 위협하지 않는 한 선제 공격은 하지 않을 것이다. 실패할 경우 위험부담이 많기 때문에 조심할 것이다. 북이 "우주공간 평화적 이용을 위해 쏜다"는데 미국이 요격하기가 참 어려울 것이다. 쉽게 요격 될 것 같지는 않다. 강조하고 싶은 건, 오바마는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걸 안다.

MB, '몰랐다' 인정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94년 국회의원 때 국회대정부 질문에서 좋은 이야기 했었다. 당시 "국가적 위상이 경제력의 크기로 결정되기에 경제력으로 통일 성취해야 한다.

결론은, "지난 1년간 통일의 중요성을 몰랐다. 우리는 말하는데 북에 어떻게 인식되는지 몰랐다. 미안하다".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나와야지 북도, 미국도, 주변국도 MB정권도 '도덕적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분단 60년, 다음 세대가 비용 감당..해결되면 혜택"

(질문.답변)
- 이명박 정부 1년 맞아, 이 정부가 '남북합의를 잘 지키겠다'고 했는데 북한에서 부정적으로 답했다. 왜 그런가?
= 북은 작년 3월까지는 입장 표명을 안했다. 그 전 대통령과 합의한 사항을 지킬지 여부를 지켜봤다. 그러다, "남쪽하고는 합의서 이행 안되겠다" 판단한 것 같다. 1년 지나고 보니, 남측이 "우리가 잘못했다" 싶은 것인데, 북한과 그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 좀 진솔하게 했으면 좋겠다. 고해성사에서 잘못했다고 하는 건 절대 수치 아니다. 새 출발이다.

- 젊은 세대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 남북 갈라져 60년 냉전이다. 이 분단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다음 세대가 분단.냉전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또, 분단.냉전을 해결하면 혜택이 돌아간다. 냉전 극복, 분단 극복이 얼마나 소중한 지 자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 북한에 많은 물자를 도와줬기 때문에 북이 핵을 만들었다고 한다?
= (미국 대선 때) 오바마는 '매케인'의 질문에 "당신들이 강경책을 쓰니까 북이 핵무기 만든거다. 위협을 느낄 수록 무기 만든 것이다"고 했다. 남측이 북에 지원한 게 얼만데, 그것으로 어떻게 핵 만들었는지, 그 돈이 어떻게 군부에 들어갔다는 것인지 증거를 갖고 와라. 나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 오바마 말이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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