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노동자는 해고 0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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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승인, 여전히 문턱 높아...'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독립시켜야"

# 대구 달성의 자동차 부품업체 H사에서 물류 입.출고 업무를 4년간 해왔던 정모(36.남)씨는 2007년 10월 작업 도중 어깨통증이 찾아왔다. 한방치료에도 통증이 계속되자, 2008년 4월 대구 B병원 찾은 정씨는 '우 견관절(어깨뼈와 위팔뼈 사이에 있는 관절) 전방 관절와순 파열'과 '우 견관절 관절 내 양성 종양' 진단을 받았다.

근무시간 동안 20Kg이 넘는 부품박스를 어깨에 메고 옮기는 작업을 해 온 정씨는 자신의 어깨손상을 산업재해로 보고, 지난 해 5월 산재 신청을 했다. 그러나 정씨에게 돌아온 것은 불승인 처분. 산재 여부를 결정하는 근로복지공단 산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정씨가 예전부터 어깨통증이 있었다"면서 "업무상 사유와 의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요지의 불승인 이유를 밝히며 정씨의 병을 '개인 탓'으로 돌렸다.

정씨는 "회사 업무로 다친 것도 억울한데 산재 처리조차 되지 않아 많은 치료비를 떠안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해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직업병' 인정과 관련된 노동자들의 불만은 높다. 노동계는 법 개정이 되면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판정을 공단 산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위임했지만 여전히 산재 불승인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김은미 노동안전보건국장은 1일 "경제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산재 노동자는 '해고 0순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다쳐도 산재 신청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산재보험법이 개악되고 난 뒤 노동자가 업무상 질병을 증명해야 하는 기준이 훨씬 까다로워졌다"면서 "아예 산재 신청을 포기하거나, 신청을 해도 엄격한 기준으로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근로복지공단 산하에 있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김은미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1건당 조사 시간은 고작 15분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오랜 시간 현장에서 일하다 발생한 내용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검토하면 불승인 사례는 당연히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근로복지공단 산하에 두지 말고 별도의 독립된 기구로 구성해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위원회가 산재 당사자인 노동자를 회의에 참석시켜 의견을 들어보는 등 적극적으로 심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근로복지공단 대구본부 한 직원은 "회의 소집 5일 전에 심의안건을 소집위원에 발송시켜 충분한 검토 시간을 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개정된 산재보험법에 따라 도입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노사 추천위원과 전문가(의사협회.변호사협회.노무사회) 추천위원을 비롯해 모두 50명 이내로 구성, 한 회의마다 위원장 포함해 7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산재보험법 개정을 '개악'으로 보고 위원추천에 참여하지 않았고, 한국노총은 위원추천에 참여했다.

한편,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1일 오전 대구지방노동청 앞에서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보험법 전면 재개정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해 산재보험법이 개악된 이후 근로복지공단 대구본부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결과는 전국 평균승인율인 44.7%에도 못 미치는 38.4%에 그치고 있다"면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독립과 산재보험법 재개정을 주장했다.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투쟁선포 기자회견(2009.4.1 대구노동청 / 사진.남승렬 기자)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투쟁선포 기자회견(2009.4.1 대구노동청 / 사진.남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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