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센 대열 발맞추어 우리는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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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34주기> 대구 추모제, '노래로 읽은 현대사'..."추모를 넘어 진실.희망의 연대"


보아라 우리들의 민민청 깃발 / 과학과 항쟁으로 수놓은 깃발 / 싸워 크는 푸른 넋을 여기에 싣고
민주조국 새벽들에 진폭도 크다 / 새로운 역사로다 새날은 밝는데 / 이 기를 높여라 이 깃발 밑에서
억센 대열 발맞추어 우리들은 전진한다. (민민청의 노래. 작사 이상은, 작곡 고태국)


'민민청의 노래'.
'민민청'은 <민족민주청년회>의 줄임말로, 1960년대 대구와 부산을 중심으로 민주화운동을 했던 비밀조직이다. 이 노래는 당시 민민청 회원들이 암호처럼 불렀던 '맹가'로 알려져있다. 당시 이 단체에서 활동했던 류근삼(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준비위원회 상임이사)씨가 기억을 더듬어 구술한 가사를 대구민예총(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대구지회)이 정리했다. "새로운 역사로다...이 기를 높여라..억센 대열 발맞추어 우리들은 전진한다"는 노랫말에서 당시 항쟁의 의지가 엿보인다.

"가파른 현대사, 민중가요에 묻어나는 항쟁의 역사"

2009년 <4.9인혁열사 34주기 추모문화제>는 이같은 민중가요를 통해 암울했던 우리 현대사를 재조명한다. 대구경북지역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준비위원회>는 오는 4월 4일(토) 오후 5시 대구어린이회관 꾀꼬리극장에서 <4.9인혁열사 34주기 추모문화제>를 연다.

올해 추모제는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에 촛점을 뒀던 예전과 달리, 1946년 대구에서 시작된 '10월 항쟁'과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을 비롯해 한국현대사 항쟁의 역사를 노래로 풀어낸다. 이런 뜻으로 '민민청의 노래'와 '해방의 노래'처럼 입으로 전해진 다양한 민중가요를 정리해 무대에 올린다.

동요와 락음악 넘나드는 민중가요 재해석

1부에서는 '민민청의 노래'와 '맹서하는 깃발(피학살자유족회가)'을 비롯해 그동안 금기시됐던 노래들을 공연한다. ▶프롤로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헌화 ▶1막 <지리산, 너 지리산이여>- '해방과 분단, 항쟁의 도시 대구' ▶2막 <맹서하는 깃발> - '4월 혁명과 통일.민주화운동, 그리고 인혁열사들' ▶3막 <증언> - '삶, 죽음, 그리고 끝나지 않은 혁명'으로 이어가며 일제강점기에서 현재까지의 가파른 한국 현대사 흐름을 다룬다.

2부에서는 <어딨느냐 꽃 같은 이>를 주제로, '신독립군가', '오월 산을 보며', '통일아리랑', '광야에서', '희망의 노래', '아리랑'을 비롯한 민중가요를 통해 열사들의 삶 속에서 현재적 의미를 찾는다. 특히, 동요와 락음악을 넘나들며 다양한 관점에서 민중가요들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염원을 우리민족의 신명으로 풀어낸다.

"추모를 넘어, 문화를 매개로 진실과 희망을"

이같은 문화제 성격에 맞게 출연진도 다양하다.
노래패 <소리타래>, 풍물굿패 <매구>, <연대를 위한 노래모임 좋은 친구들> 뿐 아니라, 대구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락밴드 <아프리카>와 경남 밀양의 <밀양아름나라 어린이예술단>, 드러머 석경관씨가 공연한다. 

문화제 실무를 맡은 대구민예총 한상훈 사무국장은 "단순한 추모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매개로 진실과 희망을 추구하는 역사의 속성을 확인할 수 있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면서 "민중가요의 다채로운 재해석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동요합창단과 락밴드, 타악, 영상, 시, 퍼포머를 포함한 종합적인 예술의 총체적 발산"이라고 설명했다.

이 추모문화제는 인혁당 희생자 유가족과 지역 50여개 단체 회원, 시민 500여명이 찾을 것으로 준비위원회는 보고 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8명...그리고 32년 만의 '무죄'

1975년 4월 9일.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재건위' 희생자들..
1975년 4월 9일.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재건위' 희생자들..

한편,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은, 지난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인민혁명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뒤, 이듬 해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인 4월 9일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사건이다. 국내외 법조계에서는 이를 '사법사상 암흑의 날', '사법살인'으로 부르고 있다. 특히, 이 사건으로 희생된 8명 가운데 도예종.서도원.송상진(영남대), 여정남(경북대)씨를 비롯한 4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이 사건은,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통해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 등에 의해 조작됐다"고 밝힌데 이어, 2005년 12월 7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수사지침에 따라 고문과 가혹행위가 자행됐다"며 '사건 조작'을 인정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2005년 12월 27일 '재심 개시'를 결정한 뒤 2007년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32년 만이다.


■ 주최: 4·9인혁열사 34주기 추모문화제 준비위원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대구지부, 경북대민주동문회, 경북대총학생회, 경일대민주동문회, 계명대민주동문회,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대구경북민주화교수협의회, 대구경북진보연대,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대구대민주동문회, 대구북구시민연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의전화, 대구여성회, 대구장애인연맹, 대구참여연대, 대구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대구KYC, 민족자주통일대구경북회의, 민주노동당대구시당, 민주노동자전국회의대경지부, 민주노총대구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대구지부, 민주팔공회, 박동학열사추모사업회, 반미여성회 대경본부, 범민련대구경북연합,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손석용열사추모사업회, 신자유주의반대/평등을향한민중행동, 양심수후원회, 영남대민주동문회, 영남대총학생회, 5.18구속부상자회 대경지부, 우리복지시민연합, 6.15시대대구청년회 길동무, 장애인지역공동체, 재경대경민주동문회, 전국교수노조대구경북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구지부, 전국농민회경북도연맹,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진보신당대구시당, 참교육학부모회대구지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KNCC대구지부인권선교위원회, 한국인권행동,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경산유족회, 함께하는대구청년회, 함께하는주부모임

■ 주관: 사)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준비위원회, 여정남공원건립위원회, 사)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대구지회

■ 후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지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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