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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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분향소> "부엉이바위에 서 있었던 시간, 얼마나 힘들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분향소...헌화를 마친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2009.5.24 대구 2.28기념중앙공원 / 사진.남승렬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분향소...헌화를 마친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2009.5.24 대구 2.28기념중앙공원 / 사진.남승렬 기자)

24일 오후 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스피커에서 고(故) 김광석의 '부치지 못한 편지'가 흘러나온다. 공원 앞 인도 한 켠에 걸린 "우리는 당신을 언제까지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은 바람에 흔들린다. 이내 수많은 사람들이 흰국화를 들고 공원 앞에 마련된 '분향소'를 드나든다.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 허공을 바라보는 사람들... 모두 23일 오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이들이다.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이날, 600명이 넘는 대구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사람들은 2.28기념중앙공원 앞 인도에 길게 줄 지어 자신의 헌화 차례를 기다렸다. 분향소가 설치될 때 쯤 시작된 가랑비는 1시간 정도 내리다 그쳤다. 헌화를 마친 시민 한원미(36.여)씨는 한동안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씨는 "날씨가 우리의 심경을 말해주는 것 같다"며 "이 비가 꼭 그를 잃어 우는 우리들 눈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보였다. 일부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면서 손등으로 연방 눈가를 닦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였다는 김부자(40.여)씨는 말을 다하지 못하고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김씨는 "부엉이바위에 서 있었던 그 시간이 얼마나 길었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생각을 하니 너무 불쌍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말은 직설적이게 하셨어도 마음은 여리신 분이었는데...(울음)"라고 했다.

오전에 부모님,친구들과 경남 봉하마을에 다녀온 뒤 바로 대구 분향소에 들렀다는 최나래(18)양은 "너무나 슬프다. 한편으론 분향소 설치한 것 가지고 이명박 대통령이 또 전경을 투입할까봐 겁이 난다"며 "미래가 너무 암담해서 눈물 밖에 안나온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조은길(17)양도 "처음 라디오에서 들을 때 설마했다. 지지자도, 반대자도 아니였는데...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보다는 좋은 것 같아 작년 촛불 때 참 좋아 했었다"며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 너무 슬프다"고 했다.

직장인 김정원(29.여)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근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죽기를 결심하기까지 심하게 고뇌했을 그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서가 적힌 펼침막을 바라보던 한 할아버지는 "어떻게 이렇게 갈 수가 있느냐"며 "(노 전 대통령을) 별로라 생각했던 나조차 마음이 이런데, 지지자들 마음은 오죽이나 할까"라고 말했다.

시계는 오후 6시를 가르켰다.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의미로 '촛불'을 든다. 비가 흩날렸던 이 날, 참여정부의 막대한 지지기반도 아니였던, 일부에서 보수적이라 말하는 대구에서도 사람들은 '충격'과 '눈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대구추모식...펼침막에 적힌 노 전 대통령 유서(2009.5.24 대구 2.28공원 / 사진.남승렬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대구추모식...펼침막에 적힌 노 전 대통령 유서(2009.5.24 대구 2.28공원 / 사진.남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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