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며(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평화뉴스
  • 입력 2004.06.2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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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지금 당장 파병 계획을 철회하라

'국익'을 고려한 대통령의 결단. '국제사회의 신의'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결연한 의지! 국익과 국제사회의 신의만을 고집하는 정부에 의해 한 무고한 생명은 끝내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였음에도 정부의 태도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국익'과 '국제사회의 신의'만을 고집하는 정부에 의해 김선일씨는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라크 파병은 '평화'와 '재건'을 위한 것이므로 파병 방침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고, 파병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 공언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에 우리는 온몸이 얼어붙는 전율을 느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참사가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우리가 국익을 챙기려 발버둥을 치고 국제사회의 신의를 잃지 않으려 아등바등 할수록 테러의 위협과 공포는 갈수록 강도가 더해갈 것이며 피해가 더 커질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 사실을 정부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과 정부는 국익만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국익이 무엇인지, 내 나라 내 백성의 목숨까지 잃어가면서 지켜야 할 국제사회의 신의라는 게 무엇인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지금 파병과 관련된 국익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는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 토론과 논쟁을 통해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겠다며 스스로 참여정부라 이름 부친 노무현 정권은 파병과 관련된 국익에 관해서 만큼은 토론 자체를 아예 부정했다. 이의를 제기하는 것조차 불경한 짓인 것처럼 매도하기도 했다. 국회 입성 전에 추가파병을 반드시 저지하겠노라며 호기를 부리던 386 국회의원들은 찹쌀떡 한 입에 삼킨 어린애처럼 말도 못하고 입만 우물거리고 있다.

국익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는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남북 사이의 협상내용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야당의 특검 주장을 받아들여 대북협상 과정을 낱낱이 까발린 정부다.

그 결과로 한 기업가는 스스로 죽음을 택했고, 당시 협상 실무자들은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기나긴 수형 생활을 감내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어떠한 희생이 있더라도 정부의 파병방침이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정부를 감싸안는 언론들은 그 당시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특검을 수용하라고 정부와 여당을 무지막지하게 몰아 부쳤던 사실 또한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왜 유독 파병과 관련된 국익만큼은 국민이 알아서도 안되고 알려고 해서도 안되는가?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 파병안을 가결시킨 국회조차도 국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언론들은 그런 정부와 국회를 두둔하며 감싸안고 있다.

김선일씨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나아가 수많은 국민들을 집단 테러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 파병방침에 대해서는 일말의 반성도 없이 테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는 한없이 공허해 보인다. 우리 눈에 그들의 행위는 테러일 수 있겠지만, 이라크 인들의 눈에는 침략자들에 대한 응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평화와 재건을 위한 파병이라 아무리 강변해도 이라크 사람들이 원하지 않으면 그것은 침략이요 폭력일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상황을 '평화'와 '재건'이란 달콤한 말 한두 마디로 덮어둘 수 있을 걸로 판단했다면 정부는 큰 오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국익이란 게 있을 수 있는 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국제사회의 신의를 저버렸을 때 국제사회로부터 우리가 받을 보복은 어떤 것들인지에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그 이후에 판단은 국민이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당장이라도 파병 철회를 선언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얻은 전리품을 나눠 먹으며 희희낙낙할 만큼 그렇게 부도덕하지 않다.

한국군은 제발 이라크를 떠나 달라는 김선일씨의 마지막 호소를, 결국 유언이 되고만 김선일씨의 그 애타는 호소를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절대 가벼이 흘리지 말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들은 이국땅에서 억울하게 삶을 마감한 채 젊은 꿈을 꺾어야 했던 김선일씨의 명복을 빌며, 그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그리고 전쟁과 살육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작은 힘을 보탤 것을 다짐합니다.

2004년 6월 23일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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