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정책, "인권과 사회통합의 길 찾아야"

평화뉴스
  • 입력 2004.06.3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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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의 세상보기 12>
"독일 사례를 통해 본 외국인노동정책의 현재와 대안"



현재 세계적으로 외국인노동자들의 이주는 2002년 ILO통계로 8600만명에 이르고 그 가운데 대부분이 강제노동과, 저임금, 착취에 시달리고 있고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다고 한다. 90년대에는 평균 600만명의 이주노동자가 이동하였고 점차로 그 숫자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 이주노동자의 이동은 그렇게 원활하지는 않다. 그 예로 선진국에서는 주로 IT영역을 포함한 과학기술영역의 고급노동자에 대한 합법적인 개방을 선호하는 한편, 다수의 외국인노동자들의 처지는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ILO보고서는 말한다.

세계화라는 전세계의 자본주의로의 개편 이후 경제활동에서의 자유는 매우 확보된 듯 보인다. 그러나 사실 금융자본을 포함해 산업자본의 이동은 자유로우나 노동의 이동은 매우 패쇄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각 경제블록내에서의 이동은 비교적 자유로우나 그 권역외의 국가간 이동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과거 외국인 노동자들을 공식적으로 초청했던 독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금은 IT영역의 전문인력만을 위해 주로 개방하고 있으며 해당기업의 요구에 따라 노동허가증을 받고 최대한 5년 정도만 체류할 수 있게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속에서 우리의 외국인 고용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노사정 각 입장에 따라 갈등이 노정되고 있다. 이에 독일의 외국인 고용정책의 흐름을 검토함으로써 타산지석을 삼는 것도 그 의의가 있을 듯 싶다.

독일의 외국인 고용정책..."내국인과 동일한 수준의 대우, 귀환을 돕기 위한 제도적 조치도 마련"

1955년에 시작된 독일의 외국인고용정책은 당시에는 별다른 사회적 합의와 토론없이 시행된 정책이다. 1970년대에 경제 위기가 도래하면서 비로소 “폐쇄” “순환원칙”과 “통합”이라는 3가지의 정책기조를 갖고 상황에 맞추어 임의로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1980년이후에는 원칙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정착을 금하는 방향으로, 1990년대에는 외국인노동자정책의 엄격한 “패쇄”로 정책방향이 결정된다.

처음에 독일의 외국인노동자 정책은 “산업예비군”으로서의 유휴노동력의 활용이라는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외국인노동력을 유입할 당시 독일은 입국 당시 국가간의 협약을 통해 외국인노동자의 노동조건이나 임금조건을 내국인 노동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하였다. 적어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잠식하지 않도록 한 조치였다. 노동자가 노동허가를 받을 경우는 지정된 일자리에서 일을 한다는 증명이 있을 때였으며 노동허가증은 1년단위로 연장키로 하였다.

그러나 독일이 1972년 경제위기에 닥치면서 내국인 실업율이 치솟고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수면으로 부각되기 시작된다. 독일정부는 점차 “폐쇄”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독일의 내국인 실업율의 완화를 의도하였으나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내국인근로자는 서비스업에, 외국인근로자는 제조업에 근무하는 등 상호간의 대체성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외국인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독일에 정착하고자 하면서 그 숫자가 1972년에 전체 외국인노동자의 21%였으나 1980년에는 76.6%, 1985년에는 85.1%로 크게 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독일의 외국인노동자들의 귀국을 종용하고자 한 “순환원칙”도 그렇게 용이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순환원칙을 정하면서 독일정부는 내부적으로 의견을 충분히 조율했으나 OECD 국가 중 어디서도 강제추방을 한 나라가 없고, 교회나 시민단체들의 강제추방에 대한 반대의견을 고수했으며 또 이러한 강제추방이 외국과의 통상마찰을 빚을 수도 있어, 독일은 결국 최대한 귀국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이미 1972년부터 귀환프로그램을 만들고 재정적인 지원을 병행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유명한 자동차회사인 AUDI 같은 경우에는 연금이나 실업급여의 적금식 축적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기본자본금을 형성해줘서 귀국시 받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그러나 재정난으로 중단되면서 1983년에는 귀향지원법을 국회차원에서 제정한다.

마지막으로 외국인노동정책의 중요한 원칙인 “통합원칙”도 사회적인 통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독일의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적응가능한 사람들을 선별해 생산과정에 적절하게 통합한다는 극히 시장원리에 입각한 “통합”원칙으로, 그렇게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지 못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단순 제조업에 근무했으며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더 노동력이 요구되는 서비스업에의 직능적 전환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인노동자들의 산업구조의 통합 역시 수월치 않았으며 또한 사회통합 역시 원활치 못해서 이들은 지역별로 게토화된 곳에 살면서 독일사회의 하류층으로 정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청운의 꿈”을 안고 독일에 초청받아 들어온 외국인노동자들은 이중문화의 갈등속에서 독일사회의 적응도, 미래사회의 준비도 잘 하지 못한채 살아온 것이다.

현재 독일내에서는 독일의 외국인 노동자정책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일정부는 산업예비군으로 외국인노동자들을 들여왔지만, 적어도 독일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독일의 내국인노동자와 동일한 수준의 대우를 해주었으며 귀환을 원하는 외국인들에게는 귀환을 도와주는 제도적 조치를 적극 취한다는 것이 당시 독일정부의 입장이었다.

이와 같은 독일의 사례는 우리의 외국인노동자정책에 몇가지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된다.

외국인노동자정책..."노동 수요에 따른 분명한 정책방향이 필요하다"
..."8월 고용허가제 시행에 앞서 외국인고용법도 치밀하게 검토해야"

1) 인력수입에 대한 명확한 정책방향의 정립과 이에 대한 일관성있는 집행이 있어야 한다.
미래 노동시장의 크기에 대한 양적 질적 수요에 맞추어 노동시장의 크기와 규모를 정하고 외국인노동자들의 유입을 국가가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앞으로 북한 노동자들의 활용문제도 생각해야 하며 내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지금은 어쩔 수 없더라도 현재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의 고부가가치중심으로의 산업구조 개편이 필수불가결하다.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는 국가단위의 장단기적 인력정책으로 수립해 가장 보수적인 방식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즉 우리의 부족한 노동력수요 때문에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는 최대한의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고, 이들의 귀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2) 현재는 불법취업의 관행을 합법취업의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하는 시기의 과도기이다. 외국인노동자의 현재의 불법취업을 최대한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현실감 있게, 또한 과도기라는 시기적 특성을 최대한 고려해서 제고되어야 한다. 현재의 많은 불법취업자의 수는 외국인력에 대한 영세중소기업의 잠재수요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불법취업자가 일하는 많은 곳은 영세사업장으로 내국인으로 대체가능한 사업장이 아니므로 ·외국인노동자를 강제추방하는 경우 외교적인 마찰도 마찰이지만 국내경제에 미칠 파장역시 무시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들은 숙련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귀국시킬 경우 새로운 노동력의 충원으로 그 이상의 생산성을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아마도 그동안 정부가 자진신고한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제출국조치를 번복하는 것은 이같은 고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합법적인 고용허가제로 전환하는 마당에 현재의 과도기적인 특성을 잘 고려해서 외국인노동자정책의 유연한 행정의 묘를 잘 살리길 바란다.

3) 현재 고용허가제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외국인노동자 상담기관등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고용변동신고서의 문제나 사업주의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에 대한 남용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여성노동자의 성희롱 문제 등에 대해서는 고용안정센터의 직권조사기준에도 항목이 없다.
또한 입국당시 체류기간과 체류사업장을 정해 들어오지만 입국시의 막대한 소요비용으로 인해 연수생신분에서 불법노동자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혹여 합법화과정을 밟은 외국인노동자가 형식적 고용계약서 문제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8월 고용허가제의 실시에 앞서 외국인고용법의 독소조항 및 문제점들에 대한 다각도의 치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외국인노동자도 내국인과 동일한 법적 권리 인정해야"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과 함께 외국인 귀환 장려와 지원방안도 필요"


4)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신분으로 도입해야 하며 연수생은 도입취지에 맞게 외국의 자본이나 기술협력관계가 있는 기업에 한해서 도입해야 한다. 산업연수생을 받아들여 “연수”를 목적이 아닌 저임금외국인노동력의 활용에 목적이 있다면 목적에 적합하게 입국시부터 “노동자”로서의 신분보장을 해줄 필요가 있으며 법적으로 내국인노동자와 동일하게 인정받아야 한다.
따라서 내국인노동자와 동일한 노동을 하는 경우,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하에 임금을 주어야 하며, 기본권에 대한 보호는 물론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이나 열악한 노동환경과 주거환경, 임금체 불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하고 강제할 필요가 있다.(근로감독의 강화) 산업재해 역시 차별적 대우가 없도록 해야 하며 초기의 계약조건을 어길 경우 노동청의 개입이 적극 있어야 한다.(노동부에의 신고시 산재처리와 체불임금 완료) 또한,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이들의 이익을 대변할 그 어떤 공식조직도 없으므로 노동청에서 관할 전문 외국인노동자 권리구제 창구를 설치 운영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민간기관에서 상담을 맡아 이를 대행하고 있으므로 민관의 공동업무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한다면 사업장 이주의 자유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인력정책이라는 차원에서 외국인노동자에게 사업장 이주의 자유를 무제한 줄 수는 없으나 외국인노동자가 직장을 옮겨야 하는 합당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업종과 지역 등의 최소한의 경계내에서 가능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5) 외국인노동자들의 귀환을 도울 방법을 모색해 귀환을 장려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외국인노동자들의 귀국의 예를 보아 귀국을 장려하는 대책을 (월급의 일정액을 모아 연금식으로 저축하게 하는 방법, 귀국교육 프로그램의 운영, 귀국지원금의 지불 등)모색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다.

6) 외국인노동자의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화적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외국인노동자들은 대부분 교회등의 종교기관과의 교류를 제외하고는 게토화되어 있다. 가능하다면 체류하는 동안이라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국내체류생활에 대한 다양한 동적 프로그램, 사회통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 또 귀국준비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서 지역사회와 자주 접할 기회를 만들어줌으로써 사회통합 및 적응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는 우리가 필요해서 부른 사람들이다. 우리사회의 노동력의 수요 때문에 불렀고 그로 인해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줘야 함은 분명하다. 중국인 여성노동자 고 정유홍씨의 죽음에 우리의 잘못을 차근차근 되짚는 사회전반의 반성이 절실하다.

김재경(평화뉴스 칼럼니스트. 방송인.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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