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여성운동과 너무 닮아 가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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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가 이두옥, 청구재활원 원장으로..."장애인 복지, 지역사회와 함께"


4년 전 인권유린과 국가보조금 횡령으로 지역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청암복지재단>. 장애인 200여명이 함께 지내는 이 재단 소속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에 여성운동가 이두옥씨가 새 원장으로 취임했다. 이두옥 원장은 1991년 대구여성의전화에서 상담자원봉사자 교육을 받으며 여성운동을 시작해, 대구여성의전화 대표와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지금도 이들 두 단체의 이사를 맡고 있다. 

이두옥 원장(사진.평화뉴스 유지웅)
이두옥 원장(사진.평화뉴스 유지웅)
이두옥 원장은 "장애인과 여성운동이 너무 닮아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장애인과 여성을 '대상화' 시키는 것이 닮았고, 장애인과 여성 '당사자'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 운동의 지향이 닮았다는 말이다.

"화합과 혁신, 지역사회와 함께"

이 원장은 또, "예전의 갈등을 넘어 재단과 시설 가족 모두 화합하고 혁신하는데 힘을 쏟겠다"면서 "특히, 장애인 복지가 지역민들에게 고립되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8월 원장 공채에 합격해 9월 1일 취임했다.  '공채 원장'으로는 두번째로, 앞으로 2년동안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 운영을 맡게 된다. 현재 청구재할원은 성인 지적장애인 174명이, 천혜복지원은 중증장애인 40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원장 1명이 경북 경산시 와촌면에 있는 두 시설을 관할하고 있다.

청암복지재단 소속 청구재활원은, 지난 2004년 12월 인권유린과 국고보조금 횡령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가 인터넷에 폭로된 뒤, 대구 동구청이 청구재활원을 고발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 당시 청구재활원 원장이 구속되며 파문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2005년 1월 지역 복지시설 가운데 처음으로 '청암 노동조합'이 결성되기도 했다. 청암노조는 대구 20역개 시민사회단체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이해 2월부터 7월까지 천막농성을 벌이며 '재단이사 퇴진'과 '재단정상화'를 촉구했다. 결국 재단과 노조측이 각각 5명씩 추천해 모두 10명으로 이사진을 꾸리기로 합의하며 '청암사태'가 마무리됐다.

여성운동가에서 장애인복지가로 새 출발하는 이두옥 원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두옥 원장 취임식(사진.청구재활원)
이두옥 원장 취임식(사진.청구재활원)

- 여성운동과 장애인복지, 좀 다르지 않나?
=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너무 닮아 가슴 아팠다. 장애인이나 여성이나, 당사자를 '대상화' 시키고 '피해자'로 만드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 장애인운동이나 여성운동이나, 무엇보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게 중요하다. 소중한 '인권'이란 점에서 장애인복지운동을 시작하려고 한다.

- 어떻게 원장을 맡게 됐나?
= 지난 8월 원장 공채에 지원해 합격했다. 사람을 뽑아보기만 했지 뽑히려고 지원한 건 처음이어서 너무 힘들었다. 면접을 1시간 넘게 보는데 혼이 났다. 여성인권과 장애인인권이 비슷한 부분이 많고, 장애인인권에 특히 관심이 있어 지원했는데 2명 중에 내가 됐다.

- 그래도 '장애인복지' 쪽은 처음 아닌가?
= 그래서 걱정도 된다. 아마 이사회에서도 장애인복지 경험이 없는 나를 뽑는데 나름대로 진통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원장은 2년마다 평가를 받는다. 정말 장애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원장으로서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둘 생각인가?
= 무엇보다 화합이 중요하다. 이 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200여명과 생활재활교사 70여명이 한 가족처럼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복지시설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혁신해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 재정은 어떤가?
= 사실 가장 시급한 과제다. 복지시설은 시끄러우면 후원도 줄어들게 돼 있다. 그동안 이사진과 직원.교사들이 일일호프도 하며 후원금을 마련하느라 고생을 참 많이 했다고 들었다. 재정을 안정시키고 우리 시설이 지역사회에서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 우선 지역민들을 우리 시설로 초청할 생각이다. 잘못하면 장애인시설이 지역민들에게 고립되기 쉽다. 지역민들을 초청해 우리 시설을 보여주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도록 하겠다. 장애인복지를 지역사회와 함께 하도록 힘쓰겠다.

- 원장 월급은 어느 정도?
= 아직 모르겠다. 아마 내 경력 서류를 보고 호봉을 책정하고 있는 것 같다. 시민단체 보다는 많지 않겠나. 여성단체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얼마나 박봉에 고생하는지...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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