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의 참상을 역사의 기록으로 "

평화뉴스
  • 입력 2004.07.07 09: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KYC, "원폭피해자 생애 구술기록"
...합천 원폭피해자회관 찾아 증언 담아


'원폭피해자생애구술기록'을 맡고 있는 대구KYC 김동렬 사무처장.(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원폭피해자생애구술기록'을 맡고 있는 대구KYC 김동렬 사무처장.(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평화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피해를 제대로 알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대구KYC(한국청년연합회. Korea Youth Corps) 평화통일센터는 원폭투하 60주년이 되는 2005년을 앞두고 최근 '원폭피해자생애구술기록'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KYC 김동렬 사무처장은 "원폭이 투하된 기록은 있지만 그로 인해 우리가 받은 피해와 희생의 기록이 전혀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진작에 원폭피해의 기록을 남겼어야 하고, 특히 그 피해자들의 연령이 높기 때문에 하루 빨리 증언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구술증언기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폭피해자생애구술기록'은 1945년 8월 원자폭탄이 떨어질 당시 일본에 있으면서 원폭피해를 입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주면 카메라를 이용해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원폭 피해뿐 아니라 일제시대 식민지 국민으로 일본에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해방 후의 삶까지도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대구KYC 평화통일센터는 지난 2003년부터 경남 합천의 원폭피해자복지회관과 인연을 맺어왔는데, '원폭피해자생애구술기록'은 이곳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원폭피해자생애구술기록'에 참여할 자원활동가인 '평화길라잡이'를 모집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15명의 평화길라잡이가 15명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1:1 결연을 맺었다.

지난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지만 합천으로 한 달에 한번밖에 갈 수 없어 구술증언 작업이 그리 많이 이뤄지진 않았다. 게다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동안 숨기고 살았던 고통스런 기억을 이들에게 쉽게 털어놓을 리 없다. 그래서 이들은 우선 증언을 듣는데 앞서 결연 맺은 사람끼리 인간적인 교류에 초점을 두고 있다. 몇 번이고 만나서 친해지고 믿음이 쌓여야 할머니, 할아버지도 안심하고 자세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구술증언에 참여하고 있는 백두이(76) 할머니만 해도 5남매를 혼자서 키워 모두 출가시켰지만 지난 1997년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 며느리도 손자, 손녀도 할머니가 원폭피해자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지난 6일 일본 '히로시마 세계평화미션' 팀이 대구KYC를 방문해 원폭피해와 관련된 교육과 토론회를 열었다.(사진.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지난 6일 일본 '히로시마 세계평화미션' 팀이 대구KYC를 방문해 원폭피해와 관련된 교육과 토론회를 열었다.(사진.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현재 이들이 하고 있는 '원폭피해자생애구술기록'은 일본은 물론 세계에서 이례 없는 일이라 많은 나라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어제(7.6)는 일본 히로시마 지역신문인 추고쿠(中國) 신문사와 히로시마 국제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히로시마 세계평화미션'팀 6명이 대구를 찾았다.

‘히로시마 세계평화미션’ 팀은 원자폭탄을 가지고 있는 나라를 방문해 평화를 위한 교육과 토론회 등을 열고 있는데, 첫 번째 팀은 지난 4월 이란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했고, 두 번째로 팀은 지난 6월 중국을 거쳐 7월 1일부터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5일과 6일 이틀동안 대구KYC를 찾아 '원폭피해자생애구술기록'을 비롯한 원폭 피해 문제 등을 이야기했는데, “한국에서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많이 놀랐다”며 “원폭피해에 대해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구KYC 평화통일센터의 ‘원폭피해자생애구술기록’ 활동은 오는 10월에 1차로 마무리되는데 그때까지 원폭피해자 20명의 증언을 카메라에 담을 생각이다. 이렇게 모인 영상은 CD로 제작돼 역사 자료로 활용되는데, 관련 단체들과 협의해 구체적인 활용 방안과 편찬 사업 등이 결정된다.

그러나 김처장은 “우리나라의 원폭피해자는 현재 남북을 합쳐 2300여명 이상인데, 이 중에서 20명의 증언만 남기는 것은 너무 부족하다”고 말한다.
“정부의 후원 없이도 원폭피해자의 증언을 계속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쟁의 피해를 알려 역사와 그 역사의 결과를 똑바로 보는 속에서만 앞으로의 길이 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오는 17일 다시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찾는데, 지난해 결연을 맺은 KEY(재일한국인연합. Organization of United Korean Youth in Japan) 소속 제일동포 3세 20여명이 16일부터 4박 5일간 한국을 머물면기로 해 함께 방문한다.

글.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pnsun@pn.or.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