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평화뉴스
  • 입력 2004.07.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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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률의 시사칼럼 23>
"신행정수도.친일규명법...당략 과잉, 정쟁 과잉의 한국 정치"




정치권을 바라볼 때마다 늘 안타까운 일이 하나 있다. 정치란 것이 본질적으로는 국민의 이해를 조정하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며 국가를 부흥케 하는 것일 텐데, 우리 정치는 그런 본질과 사명에서 너무 멀어져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16대 국회까지야 말할 것도 없지만, 정치인들 스스로 잘못했다고 사죄하고 반성하면서 새로 시작한 17대 국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면서 답답함과 상실감은 더 커져 온다.

우리 정치에서는 국민과 국익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정치인들 자신과 당의 이익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정략과 정쟁이 넘쳐 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치인과 정당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략이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위한 국가전략을 넘어서고, 그런 정략과 정파간의 이전투구가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망가뜨린다. 그런 일이 간혹 있는 것이 아니라 비일비재한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또한 그런 것이 국민 눈에 보이지 않을 때는 별 문제지만, 막상 국민 눈에 들어오면 정치인과 정당과 정치는 절망과 분노의 대상이 된다. 이제는 정치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이려니 하는, 잘못된 정치관이 국민들 사이에 퍼져 있다.

하지만 더욱 문제인 것은 정치인과 정당과 정치에 대한 불신이 결과적으로 국민 피해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이다. 결국 국가적 불행으로 귀결되고 마는 것이다. 정치와 정당과 정치인은 없을 수가 없는, 모든 조직과 국가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인데, 훌륭한 인격자는 도전하지 않고 정략과 정쟁에 능한 사람들로만 충원된다면 국가적 대사는 늘 그르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17대 국회도 그런 못된 관행에서 제대로 벗어나 있는 것 같지 않아 실망스럽고 걱정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그를 통해 정권을 잡도록 하는 것이 정치인과 정당들이 할 일이지만, 어떻게 매사에 국민들로부터 지탄받을 일만 하려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된 야당의 어정쩡하고 당략적인 자세가 꼴불견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자신들이 압도적인 다수당이었을 때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켜 놓고 법률안을 폐기하거나 수정 법안을 제출하는 절차도 없이 계속 반대 여론만 부추기는 전략으로 나서겠다니, 국가를 위해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은 떳떳하게 법률안을 폐기시키거나 수정 법률안을 제출하든지, 아니면 이미 통과된 법률에 기초해 추진되는 신행정수도 건설 행정에 협조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 가는 생산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할 것이다. 국가 백년지대계를 단지 정치적 이해관계로 재단해 발목잡고 시비거는 것이야말로 한국 정치가 시급히 벗어나야 할 저급한 관행인 것이다.

신행정수도 건설. 친일규명법..."누구를, 무엇을 위한 논쟁인가"
"정략과 정쟁 과잉의 한국 정치...국민과 국익이 떠받들어지는 17대 국회이기를"


다음은 <친일반민족 진상규명 시민연대>(참여연대, 민족문제연구소, 광복회 등 60여 시민사회단체가 참가)가 입안하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한나라당 일부 의원 등 171명의 의원들이 서명해 제출한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의 수정 법률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정략적 태도가 우리를 실망스럽게 한다.

물론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수정법률안 제출이 정략적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국민들 눈에는 위 법안을 친일 반민족행위에 면죄부를 줄 뿐인 누더기 법률로 만들어 통과시킨 16대 국회 때의 한나라당, 그리고 그 때의 누더기 법안을 원 취지대로 뜯어 고쳐 제출된 수정 법률안에 대해 극구 반대하는 지금의 한나라당이 오히려 정략적으로 비친다.

박정희 전대통령과 조선일보, 동아일보 창업주가 친일 행위자로 조사 대상에 오르게 되는 것을 단지 그 이유만으로 반대하는 것 자체가 정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박정희 전대통령과 조선 동아 등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있는 몇몇 사람들의 친일 행위를 묻어 버리기 위해 누더기 법률안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국민과 국익을 무시한 정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도 17대 국회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절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아파트 분양가 원가 공개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뒤집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16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 한나라당의 횡포와 방탄 관행을 누구보다 규탄했던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17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행한 첫 번째 일이 박창달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데 크게 한몫했다는 것도 부끄러워 낯을 들 수가 없는 일이다.

상식과 국민과 국익이 떠받들여지는 17대 국회이기를 다시 한번 바란다. 정략과 정쟁 과잉의 한국 정치가, 국민과 국익을 위해 더 효과적인 정책이 무엇인지를 놓고 토론하는 17대 국회로 다시 태어나기를 제발 부탁한다. 이제 막 시작한 17대 국회이기에, 아직도 17대 국회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서민들의 숙원 과제들이 너무 많기에, 기대를 버리지 않고 다시 한번 간절히 바란다. 부디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국민의 아픔에 다가가기를. 56주년 제헌절을 보내며, 다시 전해 보는 17대 국회에 대한 간절한 바램이다.


홍덕률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대구대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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