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석인데...한숨 깊은 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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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서문시장 / 물가는 두 배, 발길은 뜸...상인들 "사람값만 10년째 그대로"


대구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서문시장.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가 많아질 때도 됐지만 아직은 비교적 한산했다. 장바구니 물가는 크게 오르고 발길은 뜸했다. 상인들의 깊은 한숨도 눈에 띄었다. 추석이 보름도 채 남지 않은 9월 8일, 서문시장 곳곳을 돌아봤다. 

"물가는 두 배...손님 발길도 줄었다"

최근 이어진 폭염.가뭄과 태풍으로 인해 주부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올랐다. "배추 사세요. 호박 있습니다"라며 한 상인이 쉴 새 없이 외쳐도 대부분의 손님들이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갔다. 높은 물가 때문에 소비심리가 많이 위축돼 꽉 찬 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손님들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채소를 파는 한 아주머니. 값이 너무 오른 탓에 잘 팔리지 않아 걱정스런 모습이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채소를 파는 한 아주머니. 값이 너무 오른 탓에 잘 팔리지 않아 걱정스런 모습이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시장의 입구에서 채소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두 달 전만해도 한 포기에 3.000원이던 배추가격이 지금은 5.000원으로 올랐다"며 "손님들 대부분이 ‘비싸다’며 잘 사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에게 싫은 소리를 안 들으려고 한 포기에 500원 남기고 파는데도 좋은 소리를 듣기가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채소만큼이나 과일가격도 두배 가량 올랐다. 작년에 1개당 1.000원이던 제사용 사과가 2.000원으로, 3.000원이던 배가 6.000원으로 올랐다. 과일을 파는 한 상인은 "올봄 배꽃이 필 즈음에 눈이 내려 배가 냉해를 입었고, 최근 이상기온현상까지 생기는 바람에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아무래도 과일가격이 오르다보니 예년보다 손님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다 올랐는데 사람값만 10년째 그대로"

두달 새 오른 살인적인 물가로 인해 대부분의 상인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한 상인은 "노동 강도에 비해 주어지는 소득이 너무 작다"고 말했다. 한 채소가게 주인은 "다른 것은 다 올랐는데 사람값만, 인건비만 10년째 그대로“라며 "해가 갈수록 물가는 오르는데 반해 장사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추석을 2주 앞둔 서문시장. 그러나 아직까지 한산한 모습이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추석을 2주 앞둔 서문시장. 그러나 아직까지 한산한 모습이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기자가 취재도중 시장 안을 오가며 봤던 한 할머니 상인은 1시간이 넘도록 손님과 흥정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양말가게 앞에서 오이와 당근을 파는 이 할머니는 "하루에 3.000원이 남을 때도 있고 5.000원이 남을 때도 있다"며 "하루에 버는 돈이 얼마 되지 않아도 나이가 들어 돈을 벌수 있는 것이 그나마 이 일뿐이라 매일 시장에 나온다"고 말했다.

생닭을 파는 또 다른 할머니는 "이제껏 이일을 계속해왔고 이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면 돈을 많이 못 벌어도 매일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늦더위에 가을 의료상가도 뜸...

지난주까지 더웠던 날씨로 인해 의류도매상가에도 손님이 뜸했다. 의류도매상가가 몰려있는 5지구 건물 2층 의류코너. 추석과 가을을 맞아 각 점포마다 가을 옷이 가득 걸려있었지만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난 주말 태풍의 영향으로 날씨가 제법 시원해졌음에도 상가 안은 매우 조용했다.

가을옷을 들여온 의류도매가게. 늦더위로 가을옷이 팔리 않고 있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가을옷을 들여온 의류도매가게. 늦더위로 가을옷이 팔리 않고 있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한 의류 도매상인은 "보통 추석 2주 전부터 소매상인들의 주문이 많아지는데, 아직은 조용하다"며 "추석과 가을 맞아 엊그제 가을 옷을 많이 들여놨는데, 날씨가 더워 가을 옷 주문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날씨가 더우니 가을 옷을 살 수도 없고, 여름 옷을 사자니 곧 가을이 될 것 같아 사람들이 잘 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 대한 상인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양말을 판매하는 한 도매상인은 "예전에는 추석을 맞아 양말선물세트가 불티나게 팔렸으나, 작년과 올해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며 "요즘은 손님들 대부분이 대형마트를 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는 포장만 우리와 비슷할 뿐, 오히려 낮은 단가를 맞추기 위해 품질이 낮은 제품을 쓴다"며 "대형마트에 비해 재래시장의 상품이 더 좋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추석인데..."다음 주 되면 나아질 것"

그러나 높은 물가와 경기침체 등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상인들은 곧 다가올 추석 대목을 많이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한 과일가게 주인은 "아직까지 손님들이 집에서 먹을 것만 사가기 때문에 추석 때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본격적으로 차례상을 준비하는 다음 주가 되면 상황이 좀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도 "항상 '매년 손님이 줄어든다'해도 명절 전날이면 시장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서문시장 일대가 차로 꽉 막힌다"며 "아직 2주 전이라 한산하지만 다음 주가 되면 찾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문시장 입구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서문시장 입구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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