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명절 맞은 KTX 구미, 구관이 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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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멀어 썰렁한 'KTX 김천구미역' / 귀성.주말 승객 북적인 '구미역'

 

KTX 2단계구간 개통 뒤 첫 귀성객을 맞은 'KTX김천구미역'과 '구미역'의 귀성 풍경은 서로 달랐다.

설 연휴 막바지에 접어든 5일 오후, 장거리 귀성객들이 주로 찾은 'KTX김천구미역'은 승객이 적어 썰렁했던 반면, '구미역'은 중.단거리 귀성객과 주말을 맞은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11월 1일 KTX 2단계구간 개통 뒤 첫 귀성객을 맞은 'KTX김천구미역'. 5일 오후 3시 30분쯤 찾은 역 앞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다.
지난해 11월 1일 KTX 2단계구간 개통 뒤 첫 귀성객을 맞은 'KTX김천구미역'. 5일 오후 3시 30분쯤 찾은 역 앞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다.

구미에서 KTX김천구미역까지 가는 514번 지방도는 오가는 차량이 많지 않아 대체로 한산했다. 그러나 바로 옆 경부고속도로 김천분기점 부근 상행선은 이미 귀성길에 오른 차량들로 가득 차 주차장을 방불케 해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514번 지방도에서 갈라져 KTX김천구미역으로 가는 길은 아직 공사가 덜 끝난 듯 했다. 누런 흙과 건설자재들이 도로 양 옆에 쌓여있었고, 굴삭기를 비롯한 중장비들이 군데군데 서있었다. 도로 가장자리에는 경계선을 구분하기 위한 빨간 플라스틱 원통들이 도로를 따라 줄지어 놓여있었다. 

KTX김천구미역으로 가는 길. 시내버스 1대가 승객을 싣고 KTX김천구미역으로 향하고 있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건설자재와 경계선을 표시를 위해 놓아둔 빨간 플라스틱 원통이 도로 주변에 놓여있다.
KTX김천구미역으로 가는 길. 시내버스 1대가 승객을 싣고 KTX김천구미역으로 향하고 있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건설자재와 경계선을 표시를 위해 놓아둔 빨간 플라스틱 원통이 도로 주변에 놓여있다.

김천시 남면에 들어선 KTX김천구미역까지 구미역에서 승용차로 30분가량 걸렸다. 오후 3시 30분쯤 도착한 역 앞에는 택시 10여대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손님이 없어서인지 택시기사들이 차에서 내려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역 안에 들어서자 15명가량의 귀성객들이 대합실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막바지 귀성행렬에 오른 귀성객들로 전국의 고속도로가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KTX김천구미역은 너무나 한산했다. 가끔 열차 도착을 알리는 방송만이 역 안의 적막을 깰 뿐 대체로 조용했다.

2월 1일부터 4일까지 KTX김천구미역을 찾은 승객은 총 8,206명으로 하루 평균 2천여명이 KTX를 이용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구미역을 찾은 승객은 24,248명으로 하루 평균 6천명가량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이용했다.

KTX김천구미역 안 대합실 풍경. 귀성객 15명가량이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2월1일부터 4일까지 KTX김천구미역을 찾은 귀성객은 총 8,206명으로, 하루 평균 2천여명의 귀성객이 KTX를 이용해 김천과 구미를 찾았다.
KTX김천구미역 안 대합실 풍경. 귀성객 15명가량이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2월1일부터 4일까지 KTX김천구미역을 찾은 귀성객은 총 8,206명으로, 하루 평균 2천여명의 귀성객이 KTX를 이용해 김천과 구미를 찾았다.

이날 KTX김천구미역을 찾은 귀성객들은 가족단위 장거리 승객들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홀로 고향을 찾은 30대 회사원과 해외여행을 다녀온 가족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대체로 "KTX가 시간이 절약돼 좋은 반면, 역이 너무 멀어 불편하다"는 반응이었다.

아내와 함께 선산에서 택시를 타고 온 백범기(40.서울)씨는 "KTX김천구미역을 처음 이용했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 불편하다"며 "예전에 KTX가 구미역에 정차할 때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새마을호 승차권을 구했다면 아마 KTX 대신 구미역에서 새마을호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을 맞아 고향 김천을 찾은 임현호(33.인천)씨는 "KTX가 빨라서 좋지만 역까지 너무 멀어 불편하다"며 "아버님이 승용차로 태워주고 가셨다"고 말했다.

KTX역이 생겨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연휴 첫날부터 가족과 함께 일본여행을 다녀온 한 30대 주부는 "왕복 택시비가 3만원정도 들었지만, 부산까지 가는 시간이 절약돼 좋았다"고 말했다.

KTX김천구미역 김종택 역무과장은 "설 연휴기간 동안 KTX를 이용한 승객 수는 평소 주말수준 정도"라고 밝혔다. 김종택 역무과장은 "거리가 멀어 불편하다는 승객들이 있다"며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기로 결정해 빠르면 3월 안에 운행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미역 전경. 구미역을 찾은 승객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대합실로 향하고 있다.
구미역 전경. 구미역을 찾은 승객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대합실로 향하고 있다.

비슷한 시각 찾은 구미역은 막바지 귀성객들과 인근 대도시를 오가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역 안에 젊은이들이 많아 대체로 활기찬 모습이었다.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TV를 보거나 함께 온 가족,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미역을 찾은 승객들은 대구와 대전을 비롯한 중.단거리 귀성객들과 주말을 맞아 대구를 다녀오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KTX김천구미역이 멀어 새마을호를 이용하러 온 귀성객들도 있었다.

가족들과 대전에 있는 친정에 다녀온 최은경(42.구미 형곡동)씨는 "KTX김천구미역까지 거리도 멀고 대전까지는 1시간 만에 갈 수 있기 때문에 굳이 KTX를 탈 필요가 없어 새마을호를 이용해 다녀왔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박문기(51.구미 원평동)씨도 "KTX를 타려면 동대구역에서 환승하거나 KTX김천구미역까지 가야한다"며 "구미역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가는 시간과 KTX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비슷한 것 같아 새마을호를 타고 다녀왔다"고 말했다.

구미역에서 열차를 이용한 젊은이들은 전날까지 친척들과 명절을 보낸 뒤 친구들과 함께 대구를 찾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학생 조영은 (22.계명대)씨는 "어제까지 친척들과 집에서 설 명절을 보내고, 오늘 학교 친구들을 만나러 대구에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대구에 다녀 온 김송이(23.충북대)씨도 "주말이라 고등학교 친구들과 오랜만에 대구에 갔다 왔다"며 "좌석표가 없어 입석으로 다녀왔는데 열차 안에 발 디딜 틈이 없어 아직 설 연휴가 끝나지 않았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중.단거리 귀성객들과 인근 대도시를 오가는 젊은이들로 붐빈 구미역 안의 모습. 2월1일부터 4일까지 구미역을 찾은 승객은 총 24,248명으로, 하루 평균 6천여명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이용했다.
중.단거리 귀성객들과 인근 대도시를 오가는 젊은이들로 붐빈 구미역 안의 모습. 2월1일부터 4일까지 구미역을 찾은 승객은 총 24,248명으로, 하루 평균 6천여명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이용했다.

구미역 이영우 역무과장은 "구미역을 찾은 승객들 가운데 80%정도가 대구와 대전을 비롯한 중.단거리 승객"이라며 "오늘은 특히 주말을 맞아 대구에 다녀오는 젊은 승객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KTX김천구미역이 생겼지만 아직까지 환승연계교통편이 불편해 시민들에게 정착 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 된다"고 밝혔다.

한편, KTX김천구미역과 구미역을 지나는 KTX와 새마을호, 무궁화호를 비롯한 경부선 상행열차는 6일 저녁까지 전 좌석이 매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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