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여성의 살가운 친정으로"(1.17)

평화뉴스
  • 입력 2004.01.17 00: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 ‘작은꽃 쉼터’문연지 한달


대구로 시집와 살고 있는 동남아 출신 외국인 아내들에게도 ‘친정’이 생겼다.

대구시 중구 대봉동에 자리한 ‘작은꽃 쉼터’.

방 3칸에 작은 마루와 부엌이 딸린 아담한 한옥을 수리해 쉼터 간판을 내걸었다. 아직 문을 연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알음알음으로 소식이 전해져 쉼터에 드나드는 외국인 아내들이 60여명이나 된다.

대부분 필리핀 출신인 이들은 일주일에 몇번씩 쉼터에 들러 필리핀 음식을 만들어 먹고 모국어로 수다를 떤다. 마치 친정 식구들에게 얘기하듯 서로 남편과 아이들 얘기며 시집 식구들 얘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주말에는 한국인 남편들도 데리고 나와 친구들을 소개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5년 전 한국으로 시집 온 아오리아(39)는 “낯선 생활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향수병 때문에 우울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친구들이 생겨 정말 든든하다”고 말했다.

쉼터는 이렇게 만남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가정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그야말로 푸근한 피난처가 된다. 무엇보다 말이 통하는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 대봉천주교회에서 이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상담을 하고 법률 자문을 해 줄 변호사들과 이어주는 등 구체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대봉천주교회 미카엘라(세례명)씨는 “동남아시아에서 시집 온 많은 여성들이 한국 사정이나 남편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급하게 국제결혼을 한 경우가 많다”며 “한국에서 힘들게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친정같은 편안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