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맞은 "기자들의 진솔한 고백..."

평화뉴스
  • 입력 2004.08.2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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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대구경북 인터넷신문 '평화뉴스'에 기자들의 고해성사 이어져"



대구경북 인터넷신문인 평화뉴스(편집장 유지웅·www.pn.or.kr)가 연재하는 '기자들의 고백' 시리즈가 촌지수수, 민원청탁 등 기자들의 진솔한 고백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6일 게재된 <지방지 기자의 사회적 행복>이란 고백으로 연재 20회째를 맞은 '기자들의 고백' 시리즈는 경북일보 매일신문 영남일보 등 14개 언론사 기자 20명이 취재과정 중에 겪은 일들을 자성과 함께 털어놓는 기획이다.

"나는 의도된 제목을 달아왔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평화뉴스의 기자들의 고백 시리즈가 16일로 20회째를 맞았다.(미디어 오늘)
지난 4월부터 시작한 평화뉴스의 기자들의 고백 시리즈가 16일로 20회째를 맞았다.(미디어 오늘)


영남일보 사회부 정혜진 기자는 이날 <지방지 기자의 사회적 행복>이란 글에서 "별 '빽'이 없는 집안에서 자란 나는 기자 초창기 시절에 글 쓰는 재미 외에도 고위 공직자, 경제계 CEO, 잘 나가는 문화계 인사들을 만나면 내 신분이 상승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다.
아가씨가 나오는 술집에 처음 가서 내 또래의 여자들이 술 접대를 하는 것에 충격을 받고 엉엉 울기도 했지만, 나는 곧 그런 생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특히 분위기 있는 고급 찻집, 공연장의 R석, 철마다 그림이 바뀌는 집들을 방문하는 '교양 있는 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기자가 된 건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고 '권력의 주변을 서성이던 과거'를 털어놓았다.

영남일보 편집부 백승운 기자는 <나는 의도된 제목을 달아왔다>는 글에서 "광고와 관련된 기사라는 주문(?)을 받게되면 의도적으로 우호적인 제목을 달아 내 배를 살찌웠다. 이곳에 치열함이 있을리 만무하다. 이곳에 끓어오르는 기자로서의 열정은 곱씹어 봐도 없다. 자본과 놀아난 비굴함뿐이다"라고 고백했다.

경북일보 사진부 이기동 기자는 <사진기자의 조용한 반성문>에서 "지하철 방화참사 때 좀더 리얼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슬픔에 젖어 흐느끼는 유족들 코앞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돌아서면서 좋은 장면을 잡았다고 좋아했던 일, 마감시간을 핑계로 행사 준비로 바쁜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이렇게 서라, 저렇게 웃어라하며 억지연출을 시켰던 일"을 부끄러웠던 과거로 꼽았다.

'유능한' 기자로 평가받는다는 것은...

신문사 내부, 또는 세간에서 '유능한' 기자로 평가받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백도 이어졌다. '유능한'이란 접두어는 사내 안팎의 민원이나 청탁 처리에 능력을 발휘할 때 붙여진다는 것이다.

내일신문 최세호 기자는 <나도 한때 유능한 기자였다>에서 "조직내부의 부탁은 특히 사활을 걸고 덤볐다. 완장찬 기자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회상된다. 동료직원들의 사소한 부탁에서 몸담은 회사차원의 업무지시까지 다양했다. 회사의 부탁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좌천성 인사조치를 당하는 꼴을 자주 봤기 때문에 더 매달렸는지도 모르겠다. 사주의 계열사 민원까지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광고국의 민원이 출입기자에게 바로 떨어지는 적도 많았다"고 '유능한' 기자 시절을 회상했다.

매일신문 사회2부 조두진 기자 역시 <나는 유능한 기자?>에서 "친인척이나 지인의 부탁을 받은 회사의 간부나 선후배들은 인적사항이 적힌 쪽지를 교육담당 기자에게 내민다. 좋은 학교로 발령 내 달라는 '거창한 청탁'이 아니고, 조금 먼저 알아봐달라는 이른바 '작은 편의'임을 강조하면서. … 이번에는 아쉬운 말 대신 '빡빡하게 굴지 말라'는 협박성 멘트를 붙여 보낸다. 교육청 내의 인맥도 동원한다. 인사담당자를 궁지로 몰아붙이는 것이다"라고 털어놓았다.

"무소유 설파하시던 스님이 촌지를…"

한겨레 박주희 기자는 <왜 기자가 됐어요?>에서 어느 사찰의 '홍보담당스님'으로부터 본의 아니게 받은 촌지를 되돌려준 일화를 들려준다.

"차에 타기 전에 스님이 쓴 에세이집 한 권을 선물로 받았다. 한겨레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5만원 이하의 선물'인데다 책이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받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마침 신호에 걸려 차를 세운 동안 책을 펼쳐 봤다. 책 중간에 흰 색 봉투가 하나 들어있었다. … 봉투 안에는 만원짜리 지폐가 들어있었다. 눈짐작으로 10만원쯤 돼 보였다. 11만원이나 9만원을 넣지는 않았을 테니까 틀림없이 10만원이었을 거다. 머릿속에 무소유와 촌지봉투가 뒤엉켰다. … '어째서 내가 촌지 따위를 받는 기자라는 인상을 줬을까' 자책도 했다. '감사하다'며 책을 받아 들고 나가는 뒷통수에 대고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생각하니 당장이라도 차를 돌려서 책을 돌려주고 싶었다.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퀵서비스를 불러 그 봉투를 돌려보냈다. '책만 감사히 읽겠다'는 쪽지와 함께.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 스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자님, 기분을 상하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늘 그렇게 해오던 터라 별 생각없이 그랬습니다.'"

이렇게 이어진 기자들의 고백은 평화뉴스의 지향점과도 같다. 평화뉴스는 지난 2월28일 창간 당시 <언론계 관행 "젊은 기자들이 바꿔야">에서 기자들의 촌지수수와 접대문화, 제 식구 감싸기를 지적하며 "언론개혁, 그것은 언론계의 오랜 관행을 하나씩 바꾸어 내는 데서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평화뉴스'는 이제 광주전남의 '시민의 소리'(www.siminsori.com), 전북의 '열린전북 참소리'(www.cham-sori.net ) 등과 제휴하며 대구경북의 대안언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권력의 주변을 서성이던 과거를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대신 '신분 강등'으로 얻은 '지방지 기자'의 시각을 잃지는 말아야겠다고,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한다."(영남일보 정혜진 기자), "유능한 기자가 되지 않기 위해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 셈이다. 무능해도 좋다. 무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기자 완장없이도 기사를 잘 쓸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을 뿐"(내일신문 최세호 기자)이라는 기자들의 진실한 고백은 '평화뉴스'의 언론개혁 의지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미디어 오늘(http://www.mediatoday.co.kr)] 김종화 기자 (sdpress@mediatoday.co.kr
(미디어 오늘. 2004.08.20 20:38:47 / 수정 : 2004.08.23 10: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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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고백>은,
대구경북지역 기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싣는 곳입니다.
평화뉴스는, 현직 기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고백들이
지역 언론계의 올바른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평화뉴스는,
지금까지 14개 언론사의 기자 21명의 글을 연재한데 이어,
앞으로도 이 고백 글을 이어가기 위해 기자님들의 글을 찾습니다.
취재.편집.사진.영상기자 등 우리 지역의 모든 기자가 참여할 수 있으며
글을 써주신 기자님께는 작은 선물을 드립니다.
(053)421-6151. pnnews@pn.or.kr

남을 탓하기는 쉽지만
자기 스스로 반성하고 고백하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의 글을 써 주신 기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화뉴스 http://www.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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