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 묻는다]"복지국가 국민에 노동자는 없나요?"

민중의소리 정혜규 기자
  • 입력 2012.07.13 11: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영남대의료원 김진경 지부장 / "복지 외치지만 아무 것도 안해...신뢰 가지 않는다"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맞춤형 복지제도를 확립하고 국민의 꿈 이뤄지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누구보다 씁쓸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이가 있다.

박근혜 대선 출정식이 씁쓸했던 한 병원 간호사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믿지 못하는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 김진경 지부장ⓒ보건의료노조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믿지 못하는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 김진경 지부장ⓒ보건의료노조
바로 지난 92년부터 대구에 위치한 영남대의료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해온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 김진경(42) 지부장이다.

김진경 지부장은 지난해 9월 5일부터 동료 간호사들과 '영남대 의료원 여성해고자 문제를 비롯한 노사문제 정상화, 노동자 복지 향상에 박 전 위원장이 나서달라"며 자택, 새누리당사, 국회 앞에서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그가 박 전 위원장 자택에서 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김 지부장이 근무하고 있는 영남대의료원은 영남대학교와 함께 박근혜 전 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학교법인 영남학원이 소유하고 있으며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009년 7명의 이사 중 4명 선임에 관여하는 등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지부장은 12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이사들이 선임된 전후로 병원에서 생리휴가, 육아휴직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육아보조비 2만원도 전액 삭감했고, 직원을 증원하지 않으면서 휴가조차 가지 못하고 일만 해왔다"며 "박 전 위원장을 만나면 최소한의 복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간 취급을 해달라'는 소박한 바람도 있었다. "한번은 '박근혜 오른팔'이라고 불리는 병원 관계자가 의사 교수들 150명 명단을 가지고 환자 많이 받는 순으로 서열을 매겨서 공개한 적이 있다. 당시 그 사람은 직원 간담회에서 '여기에 월급은 많이 받고 환자는 적게 받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들이 영남대 부지 100만평 중 20만평 정도를 팔아먹은 셈이다'라고 했다. 과에 따라서 환자를 많이 받는 곳과 적게 받는 곳이 있는데 차이를 다 무시했다. 의사들 순위를 매기고 간호사들도 각성하라고 하는데 치욕스러웠다."

영남대의료원 노동조합이 11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민주노조 사수,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한 투쟁 선포식을 진행했다.ⓒ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영남대의료원 노동조합이 11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민주노조 사수,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한 투쟁 선포식을 진행했다.ⓒ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 꿈을 외면한 박근혜

그러나 "인간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은 그의 바람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 자택, 새누리당사, 국회 사무실 등을 수차례 찾아가고 공문도 보냈지만 박 전 위원장은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 영남대의료원에 대해 직접 언급 한번 하지 않았다. 대신 새누리당측을 통해 "노사 문제는 노사가 알아서 하라"는 입장만 몇 차례 전달했다.

김 지부장은 "2006년 파업 이후에 10명을 해고하고 50억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등 사측은 노조를 엄청나게 탄압했다"며 "사측에서 조합원들을 승진시키지 않고 일일이 따라다니며 탈퇴를 강요하자 950명이던 조합원 숫자가 70명까지 줄었다. 그런데도 박 전 위원장은 실질적 책임자로서 도움 한번 주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지난 10일 박 전 위원장은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국민 여러분의 마음 속에 꿈을 심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 그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를 만들고 싶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에 대해 김 지부장은 "박근혜 위원장은 국민 복지를 외치면서 정작 영남대의료원에 있는 노동자들의 복지는 신경쓰지도 않고 있다"며 "겉으론 복지를 외치지만 그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어떠한 말을 해도 더이상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의료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병원노동자들의 절규와 아픔을 외면한 '복지'는 요란한 구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이 최고 수장이 되는 것은 국가의 손실"이라며 "앞으로 박근혜 전 위원장이 가는 곳마다 간호사 등이 따라다니는 그림자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민중의소리] 2012-07-12 (민중의소리 = 평화뉴스 제휴)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