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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연대가 필요하다” - 문창식

“관행적 연대사업.조직 이기주의...새로운 연대로 지역 시민운동의 역량 키울 때”
2004년 10월 09일 (토) 09:46:25 평화뉴스 pnnews@pn.or.kr
17대 총선을 마치고 대구 시민운동 진영은 많은 반성을 하였다.
물론 그것은 17대 총선 평가의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17대 총선은 20여년 만에 의회권력이 교체되고,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입하는 등 한국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이를 바탕으로 보수 정치가 이루지 못했던 사회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그동안 준정당적 기능을 담당해야만 했던 시민운동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다소 엄살 섞인 평가와 함께 이에 걸맞은 활동을 찾기 위해 시민운동이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반적이고, 중앙 중심적이며, 도식적인 평가가 대구 시민운동 진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구 시민운동이 17대 총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향후 대구 시민운동의 방향을 가늠하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이루어진 대부분의 평가는 전국적인 평가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대구 또한 한국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서 전국적인 17대 총선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진행될 한국 사회 변화에 일정한 보조를 함께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적극적으로 대구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시민운동 진영에서는 지역 시민 운동적 관점에서 대구의 17대 총선 결과에 대한 보다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루어진 평가는 대체로 대구지역의 보수적인 정치성향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는 것과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보수화는 일부 지배 권력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보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대구사회가 이 나라 보수정당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오래도록 담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밖에 없다. 즉 특정 정당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권력을 창출할 수 있을 지는 미래형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대구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지배세력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훨씬 더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결집할 것이고 훨씬 용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사회 개혁을 외치는 대구 시민운동 진영은 구체적인 대구사회 작동기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지역사회를 개혁한다는 것을 선언적 외침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사회를 작동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시스템이 올바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인적 구조의 개편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사실 대구 시민운동 진영은 전국적인 시민운동 진영의 의제를 지역 의제화 하는 데 급급하여 간헐적인 개별단체의 활동을 제외하고는 지역 사회 지배 권력을 바꾸기 위한 활동을 한 경험이 없었다. 이러한 점에서 시민운동이 다시 한번 뜻을 합쳐 공동의제를 함께 설정하고, 설정된 의제를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그동안 분산되었던 힘을 결집하는 일은 시민운동진영에 주어진 가장 절실한 과제이며, 이는 결국 새로운 연대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연대를 위해 우리를 옥죄는 한계가 시민운동 내에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다. 거의 모든 지역 또는 전국 사안에 대해 기계적으로 대응하거나 또는 관행적인 연대사업이 반복되고 있고, 이로 인한 단체 간 불신의 벽은 점점 높아져 시민운동 진영에 균열의 양상까지 감지되고 있다.

또한 대구사회 변화를 위한 조직적 공동 대응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으며. 대구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운동의 사상과 이념은 더욱 부재하고, 자기 단체만 챙기면 된다는 분열적 조직 이기주의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날이 갈수록 전문가들이 거친 광야로 나오기보다는 편안한 교내에 안주하려고 하고 있고 그 결과 시민운동진영의 정책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재한 실정이다.

재정문제를 들여다보면 시민단체의 영세성을 파악하기란 어렵지 않고, 시민운동가와 일부 열성 회원에 의해 움직여지는 지역 시민운동의 현주소는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구 시민운동 진영은 단체는 존재하되 운동은 사라진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단체의 기본적인 존립기반인 인적, 재정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단체는 시장주의 원칙에 따라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어느 때 보다 대구시민운동의 역량이 더욱 개별화되고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현상을 시민운동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당연시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시민운동의 다양성은 시민단체의 생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운동의 내용적 측면일 것이다. 시민운동 단체는 보다 다양화된 영역에서 다양한 내용으로 활동함으로써 사회 개혁을 주도해야 함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지역사회마다 시민운동 진영이 함께 해결해야 할 시급하고 구조적인 공동의제는 반드시 존재하며 그러한 공동의제는 개별단체 활동을 넘어서 다양한 시민운동 단체가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


사안에 대한 기계적 대응, 관행적 연대사업, 조직 이기주의, 안주하려는 전문가들...
정책역량 부족으로 개별화.분산되는 시민운동...새로운 연대로 권력감시와 내면 역량 키워야


이제 대구 시민운동 진영은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현재의 상황을 공동의 위기로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연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냐, 아니면 그러한 요구를 외면하고 각자 단체 활동 영역에 매몰될 것이냐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왔다. 운동은 사회적으로 힘이 약한 사람들이 모여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연대는 운동의 가장 강력한 힘인 것이다. 또한 한결같이 대구사회는 연대운동의 흐름 속에 협력과 집중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대구 시민운동 진영이 직면한 상황에 대한 원인 분석과 이에 대한 대책은 그동안 여러 차례 지역 시민운동 평가를 통해 다양하게 제시되어 왔다.

문제는 누가, 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실천 주체를 올바로 세워 제안된 대책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지 않는 한 이러한 논의는 계속 지루하게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에 정치개혁시민연대, 총선대구시민연대 및 탄핵무효운동에 함께 했던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연대 실현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구 시민운동 진영에 대한 문제를 활동가들이 이처럼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점점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구성될 연대 주체의 공동의제 중 하나는 철저한 지방권력 감시활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대의 이름으로 대구광역시 정책결정과 예산집행 과정에 대한 일상적인 행정 모니터링부터 시작해 보자. 권위적이고, 서민에 배타적인 지배권력 중심의 대구행정을 서민 중심의 행정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발언권을 점차적으로 높여간다면 시민운동에 대한 시민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험이 쌓인다면 지방의회, 지방언론, 지역기업 등 지역 지배구조 전반으로 확장하여 모니터링 하는 것은 보다 용이할 것이다.

한편 지역 주민운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 주민운동에 대한 이론과 경험이 일천한 대구 시민운동 진영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에 대한 이론과 사례를 먼저 학습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활동가 교육, 재충전, 새로운 활동가 확보 등도 연대를 통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시민운동의 운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토론과 프로그램도 시도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올바른 대구사회의 모습은 무엇인가를 토론을 통해 형성해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운동의 큰 꿈을 꾸는 것은 빈약해지고 있는 시민운동 진영의 내면을 풍성하게 할 것이다.

유래 없는 무더위로 낮밤을 보내기가 유난히 힘들었던 여름에는 언제 가을이 오겠냐 싶더니만 벌써 허리까지 가을 속에 푹 빠져 든 느낌이다. 죽음의 계절 겨울을 앞둔 계절 가을은 삼라만상이 지나온 날을 돌아보며 죽음을 목전에 둔 심정으로 참회하는 계절이라 했다. 지난 날 했어야 하는 일은 무엇이었고, 해서는 아니 될 일은 무엇이었던가? 꼭 했어야 하는 데 못한 말은 무엇이고, 또 그렇지 않은 말은 무엇인가? 아무도 죽음을 앞둔 참회에는 절차, 제도 그리고 명분을 먼저 내세우지는 않는다. 자신을 온전히 비우고 갈등과 분열로 얼룩졌던 과거와 화해하고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 참회의 목적일 뿐이다.

대구 시청 앞 주차장은 언제 이러한 가을이 오겠는가? 시청 앞 농성 박람장은 추석연휴를 통해서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시청 문은 더욱 굳게 닫혀있고, 천막 지지대는 더욱 견고하기만 하다. 한 치의 양보 없이 수년 혹은 수개월 동안 계속되고 있는 답답한 대치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데도 이 지역 위정자들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민의 손으로 뽑은 그 많은 선량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다. 지역 여론을 주도한답시고 사소한 이슈에도 호들갑을 떨곤 하는 여론 주도층과 언론의 관심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시청 앞 농성장을 지날 때 무관심해 진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는 온 몸이 섬뜩해짐을 느꼈다. 나 또한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는 고여 썩어가는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연대는 더욱 필요하다. 스스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함께 모여 어깨 걸고 사회 변혁을 위한 우리의 역할을 긴 호흡으로 다시 시작할 일이다.

문창식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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