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민사회, 고뇌하는 시민운동"

평화뉴스
  • 입력 2004.11.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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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시민단체의 상설연대 추진을 환영하며..."
"연대의 절박성은 과거 시민운동의 성찰에 기반...주민운동단체와도 연대 나서야"


시민사회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주의 진전의 유일한 보루였던 시민사회가 위기의 상황에 처해져 있다는 것은 국가와 정치사회를 비판, 견제하고 사회적 공공선을 추구해왔던 자율적 공공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일컫는 것이기도 하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위기의 징후들을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보다 선명해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시민사회 위기의 징후들..."포장마차 정치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먼저 시민들의 경제생활과 노동시장의 위기를 들 수 있다.
대량실업, 고용불안, 비정규직의 지속적 확대, 소득구조의 악화, 생계형 신용불량자의 양산, 빈곤층의 확산 등의 경제적 변화다. 즉 경제적 차원의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국가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거나 참여를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경제적 변화가 가계파산과 가족해체, 자살과 이혼율의 급속한 증가,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의 급증 등의 사회 해체적 경향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사회의 도덕적 규범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며, 시민사회 구성원 스스로가 사회적 존재로서의 가치를 거부하고 극도의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인간형으로 변질되어 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친구들과 소주잔 기울이며 시국을 논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던 그런 '포장마차 정치'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회정당의 정치행위가 시민사회의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시민들이 정치사회에 가장 절실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먹고 살기 위한 사회경제적 이슈를 의회정치의 우선적인 의제로 삼아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권력찬탈만을 위한 정당간의 정쟁으로 인해 버림받거나 개혁입법과제 둘러싼 지루한 공방에 의해 소외되어 버리면 정치사회를 혐오하는 경향으로 귀결된다. 당연히 시민들은 정치사회로부터 이탈되어 버리고 시민사회의 조직화를 통한 정치사회의 비판과 견제라는 사회적 역할을 거부해버리는 것이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경제생활의 위기와 정치이탈의 경향은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지역주의라는 조작되고 동원된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건재하고, 지역주의와 정치적으로 결합되어 온 반공반북 이데올로기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더욱 크다.

이러한 경제생활의 위기와 정치사회로부터의 이탈, 지역주의와 반북이데올로기의 건재함은 합리적 토론문화의 상실, 이성적 판단의 마비, 정치적 패배주의의 만연, 공동체성의 상실과 이기주의 풍토의 확산 등의 부작용을 양산하며 건강한 시민사회의 형성과 발전에 심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회 변화는 시민사회의 저항과 참여속에 이뤄진다"...
과거 시민운동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지역사회 개혁과제...대구지역 시민단체, "강고한 연대가 필요하다"


이제 이러한 대구지역 시민사회의 위기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단기간에 해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해답이 없을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단적인 고민과 실험적 노력이 있다면 변화되는 지역사회의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지역의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함께 모여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지역사회개혁의 과제와 이의 해결을 위한 연대의 강화를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대구지역 시민단체의 상설적인 연대조직의 구성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민단체들의 집단적 고민이 소중한 이유는 사회의 변화는 국가와 정치사회의 자율적 노력에 의하기 보다는 시민사회의 저항과 참여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강력한 시민사회의 힘은 시민단체들의 연대의 힘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시민단체의 상설적인 연대조직 구성에 대한 논의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시민단체의 강고한 연대만이 진정으로 지역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몇 가지의 바램을 가져본다.

우선, 연대의 절박성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었으면 한다.
통상 연대가 절박한 이유는 소수이기 때문이며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극복의 대상과 과제가 너무나 벅차기에 힘을 모으는 것이다. 즉 연대의 절박성은 과거 시민운동에 대한 성찰에 기반하고 있으며, 새롭게 발견한 지역사회개혁과제의 버거움에서 더욱 절실해지는 것이다. 연대의 절박성에 대한 공감대의 형성과정이 시민운동에 대한 성찰과 지역사회개혁의 의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

시민운동의 역량강화를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홍세화씨가 쓴 ‘진보에 대한 작은 생각’이라는 글의 한 대목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운동은 왜 운동인가. 모든 운동은 ‘조직’ ‘학습’ ‘선전’을 기본 축으로 이루어진다. 운동, 즉 움직임은 변화로서 조직을 요구한다. 혼자 힘으로는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학습’은 나(우리)의 의식을 바꾸기 위함이요, ‘선전’은 이웃의 의식을 바꾸기 위함이다. 그러나 사람은 한번 형성된 의식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배반하는 의식조차 무지와 헤게모니 작동에 의해 고집한다. 진보가 느린 까닭이 이 때문이며, 진보가 불편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주민운동단체나 모임과의 연대에 적극적이었으면 한다.
생활공간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자치운동의 사회적 유용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시민운동의 외연의 확장과 더불어 사회적 대표성 강화, 이를 통한 사회개혁의 추진 등의 측면에서 연대의 필요성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주민과 함께 하는 시민운동이 과연 어떤 것인가를 먼저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의 활성화와 지역사회개혁을 위한 대구지역 시민단체의 진지한 노력이 진보의 결실을 맺길 바란다.

권혁장(시민운동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활동위원, 대구참여연대 시정개혁센터 실행위원)




* 1968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권혁장씨는, ’97년 <참여민주사회를 향한 청년광장> 대표와 ’98년 <대구참여연대> 초대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지금도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활동위원과 <대구참여연대> 시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을 맡아 지역시민운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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