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블랙리스트, 대구여성·노동단체도 겨눴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3.3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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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문제단체' 문건 작성, 전국 15개 '고용평등상담실' 중 대구여성회·대구일반노조 2곳 포함
기재부, 지난해 예산보조 '폐지' 결정 "광우병·국정원 촛불참여" / 해당 단체들 "정치탄압, 진상규명"


청와대가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는 전국 15개 민간기관을 '문제단체'로 지목하고 지원 축소를 명령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지역에서는 '대구여성회'와 '대구지역일반노조'가 각각 광우병·국정원사태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민주노총이라는 이유로 명단에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단체들은 "현행법상 합법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농단"이라며 "성평등에 앞장 선 단체마저 정치탄압한 것에 대해 진상규명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대구여성회와 대구여성노동자회,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한국여성민우회, 서울여성노동자회 등 전국 15개 단체는 3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의 고용평등상담실 운영단체 블랙리스트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진상규명해야 한다"며 "고용평등, 성평등 역할을 간과한 정부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고용노동부가 앞으로 고용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 / 자료 제공.대구여성회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 / 자료 제공.대구여성회

이들 단체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2014년 5월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를 작성했다. 문건에는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전국 15개 단체명과 정부 지원내용, 지원액수, 특이사항, 조치결과가 담겨 있다. 대구여성회, 부산여성회,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인천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와 같은 여성단체, 대구지역일반노동조합,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등 노동단체가 포함돼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이들 단체는 지난 2000년부터 직장 내 성평등 실현과 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며 고용노동부로부터 민간위탁 지원을 받았다. 최근 금복주의 기혼여성 퇴직 강요 사태를 폭로한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은 매년 2,200만원, 대구일반노동조합은 2차례에 걸쳐 연 3,000만원의 지원을 받았다. 상담사 1인에 대한 연봉만 지원받은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 재임시절 대구여성회에 대해 '광우병 대책회의, 광우병 국민대회의, 4.19범국민10만촛불대회, 국정원대선개입 규탄집회' 참여를 이유로, 대구일반노조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을 이유로 '문제단체'에 올리고 지원 '단계적 축소'를 명령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블랙리스트에 이어 또 다른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5월 11일 민간단체 보조사업 1차 평가에서 '소액지원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고용평등상담실을 '폐지확정 사업"으로 결정했다. 청와대 블랙리스트 영향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청와대 블랙리스트 규탄 여성단체 기자회견(2017.3.30.서울노동청 앞) / 사진 제공.대구여성회
청와대 블랙리스트 규탄 여성단체 기자회견(2017.3.30.서울노동청 앞) / 사진 제공.대구여성회

15개 여성단체는 "비민주적이고 부당한 국가 권력에 저항하며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 활동은 정당하다"며 "이를 문제단체로 지적해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은 정치탄압으로 문제적인 건 시민단체가 아니라 탄압한 박근혜 정부"라고 비판했다. 특히 "고용평등상담실 지원금은 단체 지원이 아니라 고용평등 예산으로 남녀고용평등 실현과 일·가정 양립을 지원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문건에 누가 개입했고 리스트는 어떻게 작성된 것인지 밝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미영 대구여성회 사무처장은 "실제로 지역에서 직장내 성평등을 위해 많은 상담을 하고 있다. 헌데 정치적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황당하다"고 했다. 이승민 대구일반노조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워낙 황당한 일이 많았지만 정치적 이유로 상담실 폐지까지 고려했다니 웃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 중이다. 청와대, 기재부와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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