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불 꺼진 시골집. 툇마루 위에 낡은 선풍기가 놓여있다. 방문이 열려있고 누군가가 누워있다. 열린 방문 너머로 40대 가량의 여자, 효선이 일어난다."
영화관에서 평소 들을 수 없던 해설이 들린다. 스크린에는 해설에서 설명한 장면이 나온다. 스크린 아래에 '선풍기 소리, 달달달달'는 자막이 뜬다. 시·청각 장애인도 보고 들을 수 있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기존의 영화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을 넣어 새로 만든 영화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와 대경시민영상M은 지난 18일 대구시 중구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에서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과정 수료작 시사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8월 수강생 16명을 모집해 9월부터 11월까지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과정' 강의를 진행했다.
대구지역에서 제작돼 영화에선 사투리가 많이 나왔다. '찾을 수 없습니다'는 경북 칠곡에서 만난 두 전학생 지환과 은아의 사랑을 그렸다. 은아가 "니는 대구에서 와 전학 왔노(너는 왜 대구에서 전학 왔어?)"라고 물으면 자막에 사투리가 그대로 적히고, 두 사람이 노래를 함께 들으면 자막에는 '이상은, 사막'이라는 설명과 함께 "태양이 몸을 흔들면"으로 시작하는 가사가 나왔다.
두 사람이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눈을 감으면 "가로등이 켜져 있는 골목길을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간다. 두 사람의 손이 닿을 듯 말 듯 하다. 지환이 은아의 손을 잡는다. 은아도 자연스럽게 지환의 손을 잡는다"는 해설이 들렸다. 세세한 설명에 머릿속으로 영화 장면을 그릴 수 있었다.
이 같이 배리어프리 영화는 비장애인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험을 시청각장애인들이 느낄 수 있게끔 하는 목적으로 제작된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장벽이 없는 영화라고 불리는 이유다. 실제로 눈을 감고 영화를 듣거나 귀를 막고 영화를 봐도 영화를 즐기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영화를 관람한 청각장애 2급 오영석(49, 달서구)씨는 "자막에 사투리가 그대로 적혀 사투리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배리어프리 영화의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들을 수 없지만 노래의 가수나 제목, 가사까지 적혀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 1급 정승만씨는 "이번 기회가 배리어프리 영화가 지역에서 보다 많이 제작되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미디어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구시가 설립하고,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과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공공문화시설이다. 지난 2005년 5월 인천과 더불어 처음으로 지역 미디어센터에 사업에 선정돼 2007년 대구 남구 대명동 ICT PARK(아이씨티 파크)에 문을 열었다. 2016년 동구 대구콘텐츠센터로 옮겼고 올해 3월부터 활동 영역을 넓혔다. 미디어센터는 대구영상미디어센터와 대구MBC시청자미디어센터 등 대구 2곳을 포함해 서울 8곳, 경기 6곳, 부산 1곳, 인천 3곳, 광주 2곳 등 전국적으로 47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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