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 뇌물 혐의 무죄 판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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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모(변호사)
아들이 아버지와 무관하게 50억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아직 이 판결의 기록을 보지 못했다. 기사를 통해 보고 들은 것이 전부지만 그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몇가지 적어본다.

- 50억 수수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형법 제129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이 규정은 단순수뢰죄에 관한 규정인데 단순뇌물죄 성립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직무에 관하여"라는 문구이다.

대법원은 위 "직무에 관하여"란 문구를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란 개념으로 해석한다.
직무관련성이란 공무원의 직무와 금전의 수수가 서로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쉽게 말하자면 공무원의 직무수행의 결과 돈을 준 사람이 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는 관계인가의 문제이다. 건축허가가 문제되는 사람이 건축과 공무원에게 돈을 주면 직무관련성이 있지만 위생과 공무원에게 돈을 주면 직무관련성이 부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뇌물죄 성립에 관해 직무관련성의 입증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대가성이다. 대가성이란 공무원에게 돈을 준 것이 공무원의 직무수행 때문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증뢰자의 청탁이나 수뢰자의 부정한 행위가 그 징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뇌물의 수수는 그 특성상 매우 은밀하게 행해지기 때문에 수수된 금전이 직무와 대가관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가성이 없는 금품의 수수를 처벌하는 김영란법이 제정된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대법원은 뇌물죄의 대가성 인정에 관하여 구체적인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 즉 구체적인 대가관계가 입증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직무에 관하여 금품이 수수된 것 만으로 족하다는 포괄적 대가관계의 법리가 이에 해당한다.

다음 문구는 위 법리에 해당하는 대법원의 판결문이다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어서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금품이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는 없고,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 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된다(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도3579 판결 등 참조).

한편 공무원이 얻는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공무원의 직무 내용, 직무와 이익제공자의 관계, 쌍방 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이 이익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뇌물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 기준이 된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 도 17797 판결 등 참조).

결론적으로 현재 뇌물죄 판단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금품이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는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뇌물죄 사건에 있어 가장 쟁점이 되는 사항은 대가성의 유무 보다는 직무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이다.
 
사진 출처. KBS뉴스 <'아들 50억 퇴직금' 곽상도, 뇌물 혐의 1심 무죄>(2023.2.8)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뉴스 <'아들 50억 퇴직금' 곽상도, 뇌물 혐의 1심 무죄>(2023.2.8) 방송 캡처

현재 기사 등에 따를 때 이 사건의 재판부는 직무관련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청탁의 정황이 없어 대가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 같은데 실제 그렇다면 이는 뇌물죄의 대가성이 관한 대법원의 입장과는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아들이 받은 것이지 피고인이 받은 것이 아니다?

뇌물을 자신이 받으면 단순 수뢰죄가 되지만 제3자를 통해 받으면 제3자 뇌물수수죄가 된다.  다만 제3자 뇌물 수수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이 입증되어야 한다.
한편 가족을 통해 뇌물을 받는 경우 이를 자신이 받는 것과 동일하게 보아서 단순 수뢰죄로 벌 것인지 아니면 제3자 뇌물로 볼 것인지가 문제되는데 이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아니하고 증뢰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경우, 그 다른 사람이 공무원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은 경우나,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음으로써 공무원은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 경우 등 사회통념상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형법 제129조 제1항의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8077 판결).

즉 공무원의 가족과 같이 그 사람이 받은 돈을 공무원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는 부정한 청탁의 입증이 필요한 제3자 뇌물죄가 아니라 단순 수뢰죄가 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았는데 아들이 결혼해서 독립적 생계를 꾸리고 있다는 이유로 제3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단순 수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들이 아버지와 무관하게 50억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았는데 아들이 그 돈과 관련이 있어보이는 아버지에게 물어보지도 않았을까? 화천대유는 일개 직원에게 왜 50억이란 퇴직금을 주었을까?

이런 의문에 접하면 아들은 아버지의 대리인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아야 것이 정상인 것 같은데 재판부의 판단은 납득이 아렵다. 나아가 조금 더 논리를 확장하면 다음 판결과 같이 아들과 아버지는 뇌물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도 있다.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이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경우에는 신분관계가 있는 사람과 공범이 성립한다(형법 제33조 본문 참조). 이 경우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에 기초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이라는 주관적ㆍ객관적 요건이 충족되면 공동정범으로 처벌한다.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하 '비공무원'이라 한다)이 공무원과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를 기초로 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2738판결)

이상 살펴본 것 처럼 이 판결은 뇌물죄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과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연방대법원 판사였던 포터 스튜어트는 음란물이 무엇인지가 문제된 사건에서 “음란물은 보면 안다”라고 한 적이 있다. 법적인 개념이라도 어떤 때는 이성적 추론보다도 직관적인 인상이나 느낌, 즉 소박한 일반인의 법감정이 더 법적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50억을 받았다"는 것은 "보면 아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무리일까?

이 사건의 재판부는 법리에 따라 자신의 양심에 맞게 판단을 하였겠지만 "50억 무게"를 너무 간과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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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모 / 변호사. 법무법인 우리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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