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인하의 함정"

평화뉴스
  • 입력 2005.08.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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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 51> 조광현...
“대구 수성구.달성군의 분양가 조정, 어떻게 볼 것인가”

얼마 전 한 지역신문에 수성구청과 달성군청의 아파트 분양가 조정 권고 내용이 계속 보도된 바 있다.

이 보도에서, 수성태영데시앙아파트의 분양가를 평형별로 1.02%-16.60% 인하 조정해 분양승인을 해준 수성구청은 ‘대구지역 아파트값 상승을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받은 반면, 죽곡e-편안세상 아파트의 분양가를 평균 2.48% 하향조정하여 분양승인을 해 준 달성군청은 ‘분양가 잡기에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먼저 ‘땅값과 건설원가 등을 감안하여 적정분양가를 산정’하여 ‘아파트값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는 수성구청의 수성태영데시앙아파트의 분양가를 분석해보자.

수성구청이 분양 승인을 해 준 수성태영데시앙아파트의 입주자 모집공고에 의하면 수성태영데시앙아파트 34평형의 분양가는 2억9천만원으로 평당 대지비가 404만원(43평형 432만원, 50평타워 426만원, 56평형 446만원, 66평형 470여만원으로), 건축비가 평당 454만원(43평 597만원, 50평 타워 621만원, 56평 585만원, 66평 578만원)이다. 대지비를 이 아파트의 용적률 약 396%(지하주차장까지 포함한 것으로 실제는 이보다 약간 낮을 것이다)로 환산하면 수성태영데시앙아파트 부지의 평당 가격은 34평을 기준으로 해도 약 1천6백여만원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나 주택건설감리자 모집공고에 의하면 이 아파트 부지의 평당 땅값은 1천2백여만원이고, 이 마저도 실제의 매입비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건축비 역시 마찬가지이다.
입주자 모집공고에 의하면 수성태영데시앙아파트의 건축비는 평당 454만원(43평 597만원, 50평 타워 621만원, 56평 585만원, 66평 578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대구도시개발공사가 공개한 수성그린타운 아파트의 평당 건축비 318만원은 물론 최고급 호텔을 지을 수 있다는 340만원에 비해 턱없이 높은 가격이다. 결국 수성구청은 ‘땅값과 건설원가 등을 감안하여 적정분양가를 산정’하여 ‘아파트값 상승에 제동’을 건 것이 아니라 건설업체가 턱없이 높게 산정한 분양가를 대충 삭감해 놓고는 이를 ‘적정분양가’인 것처럼 호도한 것이다.

다음은 죽곡e-편한세상아파트의 경우를 보자.
이 지역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달성군청이 분양 승인을 해 준 죽곡e편한 세상 아파트의 33평형의 분양가는 604만원-616만4천원(35평형 595만원6천원, 44평형 669만원, 53평형 679만8천원)이고, 평당 건축비는 315만여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1군 주택건설업체의 평당 건축비는 300만원을 상회하지만 죽곡e편안세상 아파트를 시공한 건설업체 등의 2군건설업체는 200만원대 후반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 만큼의 거품이 발생했는데도 달성군청이 거품을 제거하지 않고 분양승인을 해 주었기 때문에 ‘분양가 잡기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축비만을 본다면 수성태영데시앙아파트보다 죽곡e-편한세상아파트가 훨씬 ‘합리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죽곡e-편한세상 아파트 분양가가 수성태영데시앙아파트 분양가에 비해 거품이 적다고 볼 수도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죽곡e-편한세상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거품은 건축비보다 땅값에 부풀려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성구청과 달성군청의 아파트 분양가 인하조정은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상반된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의 조건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건설업체 간의 아파트 분양가 인하조정에는 ‘장난’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되어 있고 분양원가 공개가 제도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파트 분양가의 산정 방식은 한 신문의 표현대로 원가를 따지지 않고, 주변 시세에 일단 분양가를 맞춘 뒤 택지비와 건축비로 대충 꿰맞추는 ‘고무줄식 산정방식’으로 되어있고, 건설업체가 엉터리 자료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도 없다.

다만 기업윤리의 타락을 지적하면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가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건설업체가 이러한 일을 자행하고 있고, 아파트를 건설하여 분양하기만 하면 떼돈을 버는 상황에서 기업윤리의 타락에 대한 비판쯤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부도덕한 건설업체를 불매운동으로 응징할 수도 있지만 ‘묻지마 청약’의 광풍이 부는 상황에서 이 또한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기초자치단체의 아파트 분양 승인과정에서의 ‘분양가 조정 권한’은 한계가 있긴 하지만 ‘아파트값 상승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력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아파트 분양원가는 택지비, 건축비, 설계감리비, 세금, 광고비 등 기타비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초자치단체가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택지비는 실거래가까지 파악할 수 있고, 건축비는 건설교통부 표준건축비, 이미 공개된 대구도시개발공사 등 지방자치단체의 개발공사의 건축비를 적용하면 된다.

그리고 건축비의 경우, 아주 비싼 내장재를 사용한다고 우기면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광고비 등 기타비용은 건설업체가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인정해도 거의 원가에 가까운 분양가를 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분양원가 산정은 이미 시민단체에 의해서도 이루어졌고, 이러한 방식의 분양원가 추정은 거의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분양원가 산정은 근거자료의 확보가 어려워 택지비를 공시지가, 추정 실거래가, 감리자 모집공고 가격, 입주자 모집 공고 가격 등을 비교분석해서 추정해야 하는 시민단체보다 기초자치단체가 훨씬 쉽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으로 아파트 분양가 조정을 권고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분양가 인하를 권고하더라도 건설업체가 높게 산정한 분양가를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대충 삭감하여 분양가를 인하시켰다는 명분만 챙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지어는 건설업체가 제시한 분양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조정하여 사실상 분양가 담함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미 밝혔듯이 필자는 수성구청의 태영데시앙아파트의 분양가 인하조정은 ‘땅값과 건설원가 등을 감안하여 적정분양가를 산정’하여 아파트 분양가를 조정한 것이 아니라 건설업체가 터무니없이 높게 산정한 분양가를 대충 삭감해 놓고는 이를 적정분양가인 것처럼 호도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앞에서 제시한 근거에서도 그렇고 분양가 인하조정의 근거자료의 공개 요청과 적정분양가를 산정하기 위하여 수성구청과 관계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가칭)아파트 분양가 조정위원회와 같은 조직 구성 제안을 터무니없는 이유로 거부하는 수성구청의 태도에서도 그러하다.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되어 있고, 분양원가 공개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조건에서, ‘묻지마 청약’의 광풍 속에서, 분양가의 조정이 대부분의 집없는 서민의 내집마련과는 무관한 상황에서 수성구청의 수성태영데시앙아파트 분양가 인하조정 사례는 진상을 규명할 필요도 없고, 진상을 규명해도 별 의미가 없는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하지만 중앙정부도 하지 못하고 있는 ‘적정분양가’를 산정하였다는 점에서, 수성구청의 행정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웃고 넘어갈 문제는 절대 아니다.

조광현(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 1961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난 조광현 사무처장은, 지난 ’94년 안동경실련 창립과 함께 초대 사무국장으로 활동한 뒤, ’96년부터 대구경실련 정책실장을, 2000년부터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을 맡아 행정 감시와 주민 참여 등 지역 시민운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년 8월 8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렸습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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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시민사회 칼럼]을 싣고 있습니다.
7월부터는 제 4기 필진이 우리 지역 각계의 이야기를 담아 새롭게 글을 씁니다.
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할 가치를 위한 [시민사회 칼럼]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8.1(월) 이명희(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8.8(월) 조광현(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8.15(월) 권만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칠곡지회 회장)
8.22(월) 안미향(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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