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오면 주파수 맞춰요 FM89.1"

평화뉴스
  • 입력 2005.08.1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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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출력 라디오 'SCN 성서공동체FM' 8.22일 개국...
정오부터 밤 11시까지 매일 방송...21일 개국 축하행사
정수경 대표, “우리 동네와 이주노동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 사람의 마음에 울림이 있는 방송 만들고 싶어요”

석달간의 시험방송 끝에 오는 8월 22일 개국하는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 [SCN성서공동체FM] 정수경(42) 대표의 말이다.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는 1W의 소출력으로 반경 5km 안에 있는 지역에서 들을 수 있는 비영리 라디오 방송으로, 방송국 허가(05.8.2)를 받은 전국 4곳 가운데 대구 성서지역을 가청권으로 하는 [SCN성서공동체FM]이 가장 먼저 공식적인 첫 전파를 쏘아올린다.

또, 라디오(FM89.1MHZ) 뿐 아니라 인터넷방송(www.scnfm.or.kr) 체제도 갖춰 모든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방송한다.

(사)성서공동체FM 정수경(사진) 대표는, “성서에는 5천여명의 이주노동자가 있고 그들 역시 이 성서지역 주민”이라면서 “성서공동체라는 방송국 이름처럼, 지역 주민과 이주노동자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생각으로 작지만 소중한 우리 동네 방송국을 일궈가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정 대표는, “노동운동이나 투쟁처럼 딱딱하고 과격한 이야기가 아니라, 소외된 이웃과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사람의 마음에 울림이 있는 방송을 하고 싶다”면서 “프로그램 하나 하나에 온 마음을 다해 성서공동체의 꿈을 담아내겠다”고 당찬 의지를 보였다.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에 자리한 성서공동체 방송국은, 정수경 대표를 비롯한 상근직원 5명에 방송실과 사무실을 합쳐도 10여평에 불과한 그야말로 아주 작은 ‘동네 방송국’이다.

하지만, 상근자 뿐 아니라, 이 지역 주부와 학생 등 9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고민과 땀으로 만든 프로그램은 ‘성서지역 주민과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동네방송’이란 이름에 걸맞게 매일 정오부터 밤 11시까지 친근하며 알차게 꾸며진다.

먼저, 매일 정오부터 1시까지는 [89.1MHZ, 여기는 성서공동체FM]이란 이름으로, 뉴스와 이슈를 전하는 ’손에 쥐는 노동자 시사‘,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현장다큐 그 사람‘이 매일 방송되고, 주간 코너로 ‘작업복에 희망을 싣고’, ‘내 친구 후세인’, ‘내 서랍속 영화‘, ’라디오 배꼽마당’ 같은 친근한 제목의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또,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삶의 노래, 자유의 노래]라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프로그램을 내보내는데, 특히 금요일에는 성서지역 출신의 포크가수 박창근씨가 진행하는 ‘리얼(real) 청승’코너에서 세상살이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노래로 낮 시간의 여유를 찾아준다.

이어, 오후 3시부터 4시까지는 [야! 3시다, 신나는 라디오]란 이름으로 성서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성서지역의 이런저런 모임을 직접 찾아가는 ‘달려라 라디오! 성서공동체 탐방’과 다양한 지역정보를 전해주는 ‘동민여러분!’이 매일 진행되고, 주간코너로 ‘시끌벅적 우리동네’, ‘책 읽어주는 엄마’, ‘앗싸, 신나는 노래방’ 등으로 동네 주민들의 참여 폭을 넓힌다.

특히, 매주 토요일 이 시간에는 ‘성서공동체 칼럼’을 마련해, 김재경(사회학 박사).홍승용(대구대 독문과 교수) 등 5명의 지역인사들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전해준다.

또, '음악 상상'(4-6시), '나도 DJ'(7-9시), ‘어떻게 HOW?'(9-9:30분), ’블랑카, 우리말 잘해요‘(9:30-10시)에 이어, 밤 10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되는 ’아시아 주간뉴스‘로 하루 방송을 맺는다.

이 가운데, ‘블랑카, 우리말 잘해요’는 성서공동체FM이 내세우는 간판 프로그램으로, 성서지역에 사는 5천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스리랑카, 중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자국 언어로 뉴스를 전하고 그 나라의 음악을 들려준다.

성서공동체FM은, 지난 2004년 9월 방송위원회가 소출력 라디오 방송 시범사업자를 공모하자, 다음 달 곧바로 [성서이주노동자센터], [영상교육 눈],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대구지회] 등 8개 단체로 컨소시엄을 꾸려 공모에 참여했고, 11월에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어, 12월에 성서공동체FM 사업설명회를, 2005년 1월에 설립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회 밤을 잇따라 가진 뒤, 올 4월에 주파수(FM89.1MHZ)를 확정하고 5월 9일 시험방송에 들어가 8월 2일 방송국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비영리 방송국’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재정 문제.

방송위원회 지원금과 ‘후원회 밤’을 통해 모은 돈으로는 1억원이 훨씬 넘는 방송 장비 갖추기에도 턱없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 매월 지출되는 제작비와 인건비, 운영 경비를 생각하면 앞날이 더 걱정이다.

게다가, 직선으로 날아가는 FM 전파의 특성과 고층 아파트 때문에 실제 가청권은 반경 500m에서 1.5km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제작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정수경 대표는, “방송위원회에서 매월 지원하는 제작비와 후원금, 협찬금으로 재정을 꾸려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그러나, 가청권이 좁더라도 알찬 내용으로 채워,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달에 1만원정도 도와주는 애청자와 후원인을 최대한 모아 살림을 꾸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정수경 대표는, 경북대(미생물학과)를 다니다 산업현장으로 뛰어든 뒤 방송국을 차리기 전까지 줄곧 대구와 마산 등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몇 년 전부터 노동현장을 영상으로 담는 일을 하다 방송국 개국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한편, 성서공동체FM은 개국에 맞춰, 오는 22일 낮 12시부터 3시까지 개국특집방송을 편성해 ‘이주노동자가 말하는 성서공동체FM', '소출력 공동체라디오 방송국 미래’ 등을 주제로 대담을 내보낸다.

이에 앞서, 오는 21일 저녁 6시부터 성서 와룡공원에서 록밴드와 노래패, 가수 박창근, 이주노동자들의 공연과 주민장기자랑 등의 개국축하행사를 갖는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출력 라디오 [SCN성서공동체FM].
많은 어려움도 있겠지만, 처음 다진 마음처럼 “우리 동네와 이주노동자의 이야기, 울림이 있는 방송”으로 지역 공동체에 소중한 메아리로 울려퍼지길 기대한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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