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요즘 청소년들 이해할 수가 없다?"

평화뉴스
  • 입력 2005.08.3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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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 52] 안미향
...“우리와 다른 청소년, 우린 그때 무엇을 꿈꿨든가?”

‘우리 때만 해도 안 그런 것 같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책을 사서 공부를 좀 하던지 해야지 원 ... ’

얼마 전 친구가 하는 이야기다.
이 친구뿐만 아니라 요즘 아이들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 중에서도 이런 청소년들의 모습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하기 위해 공부모임을 하고 계시는 분도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나에게 청소년들과 관련된 강연을 요청하는 분들도 부쩍 많아졌다.
이런 몇 가지 현상을 보면서 ‘요즘 기성세대들이 청소년들을 잘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로서도 한번씩은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당황한 적이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어쩌면 보편적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현상들이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몹시 우리를 당황스럽게 했었다.
그럼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없어하는 지점이 어디일까? 몇 가지 예를 들어서 보자.

우선 첫째로는 청소년들의 외형이다.
화장은 기본이고 방학이 되면 파마와 염색을 했다가 개학할 때쯤 원래 머리로 돌아오기도 하고 보기에 조금 민망한 옷들도 서슴없이 입고 다닌다. 예뻐지기만 한다면 성형을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둘째로는 청소년들의 가치관이다.
‘도대체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게도 한다. 좋은 것은 선, 나쁜 것은 악 - 감성적, 감정적 판단이 이성적, 논리적 판단에 앞선다. 또한 도덕적 판단 기준이 약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현상들이 많다.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어떻게든지 하려고 하고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되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으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사회, 공동체에 대한 생각도 굉장히 부정적이다. 나의 것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공동체를 형성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손해를 보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생의 목적이나 가치를 돈을 많이 버는 것에 두고 있다. 어느새 우리사회는 소비가 미덕인 사회가 되어버렸다.
과거에는 돈 있는 사람이 ‘내 돈 가지고 내가 쓰는데 무슨 말이 많으냐’고 하는 것 자체가 비난받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돈을 못 쓰는 환경 자체를 싫어한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벌어서 가지고 싶은 것을 가져야 한다. 기성세대와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에게 소비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셋째로는 어른들(기성세대)에 대한 태도이다.
요즘 아이들은 무서운 것이 없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자기가 제일이다. 보편적 어른에 대한 존중이 없고 함부로 행동하기도 한다. 가정에서의 가족관계가 이런 현상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대부분이 핵가족인 가정이 많고 집에서 아버지와 엄마, 나라는 존재는 수직적인 관계나 이성적인 관계가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들에게 세대간의 위계질서에 대해 일부러 교육하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또한 요즘의 일반적인 부모들도 아이들 기를 죽이지 않아야 한다고 하면서 아이들을 응석받이로 키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자라난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 심지어는 교사들까지도 어렵고 불편한 존재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어른이란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다. 집에서 부모에게 하던 버릇 그대로 하려고 한다. 이러니 기성세대들은 당황스럽고 혀를 찰 수밖에 없다.

넷째는 사고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책을 거의 읽지 않고 감각적으로 반응한다. 영상과 함께 성장해 온 세대라서 시각적인 것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요즘 아이들은 강연을 듣지 않는다. 교사는 교실에서 50분 수업을 하기 위해 아이들을 5분에 한번은 웃겨야 한다고 한다. 똑같은 강의내용을 카메라에 연결해 영상으로 보여주면 강연하는 선생님을 보지 않고 액정 화면에 비춰지는 영상을 본다. 요즘 아이들에게 강연으로 어떤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책도 안 읽고 시각, 감각적인 것에 반응하다 보니 사고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예를 든 것은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보편적인 현상의 일부분이다.
모든 청소년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예로 든 것만 생각하면 청소년들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비쳐지겠지만 단지 이것은 지금의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객관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다음에는 청소년들의 긍정적이고 건강한 모습들에 대해 얘기할 예정이다)

과거 청소년들의 주된 고민은 입시와 성적 문제, 부모님, 친구와의 갈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청소년들의 관심과 고민은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는 것, 많은 돈을 버는 것 등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우리사회전반이 이념이 상실되고 문화와 여가, 소비가 주요 흐름을 차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청소년들의 외모나 가치관도 변화하고 있다.

청소년 시기는 사회나 주변 환경의 변화에 아주 민감할 때이다.
우리가 책이나 매체를 통해서 보고 이해하는 것들을 청소년들은 몸으로 직접 느끼고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청소년들의 모습은 부정적인 면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보다 관심의 영역이 다양해지고 자신의 존재, 자기의 주장 또한 분명해지고 있다.
기성세대가 당황하는 것은 어쩌면 청소년들이 자신의 존재를 보다 뚜렷이 나타내고 있는 것에 있지 않을까 한다.

과거에는 있는 듯 없는 듯 공부에만 관심을 가지던 청소년들이 이제는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또 때론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제는 모른 척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청소년기는 아동기를 벗어나 성인기에 진입하는 첫 시기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주변의 모든 변화에 신기해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달리 말하면 청소년들은 사회의 좋은 것도 가장 빨리 받아들이고 나쁜 것도 가장 빨리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청소년들은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나쁜 것을 쉽게, 그리고 빨리 판단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제때 일깨워 주고, 옳고 건강한 생각을 하게 하고, 그들이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 기성세대가 할 일이다.

청소년의 존재에 대해 막연하고 어렵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청소년 시절에 무엇을 생각했고, 무슨 꿈을 꾸었고, 무엇으로 행복했나를 생각해보면 거기에 답이 있다.
물론 우리와 요즘 청소년들이 외형적으로 많이 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본질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같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점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긍정적인 모습이 가려지도록 겉모습은 많이 왜곡되고 변화할 수 있다.
이것을 제대로 보려는 노력, 안목을 가지기 위해 기성세대들도 노력해야 한다.

모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듯이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도 이렇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둘러싼 여러 가지 현상들을 한 겹만 걷어내고 보면 그들의 참모습이 보일 것이다.
과거처럼 현상과 본질이 단순하면 명쾌하게 보일 것도 지금처럼 많은 부정적인 환경이 둘러싸고 있을 경우 애정을 가지고 청소년들의 긍정성을 제대로 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모든 관계가 저절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성세대와 청소년의 아름다운 만남은 이런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을 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

안미향(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 1970년 대구에서 태어난 안미향 대표는, 지난 ’90년부터 청소년 도서원.문화공간 ‘새벗’ 일꾼으로 활동했으며 '98년부터 ‘우리세상’ 대표와 상임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안 대표는 청소년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즐겁게 자기 미래를 개척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꾼이 되도록 돕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년 8월 22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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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는, 지역 시민사회의 건강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2004년 8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시민사회 칼럼]을 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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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월) 이명희(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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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월) 권만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칠곡지회 회장)
9.19(월) 안미향(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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